line

미디어스

Updated 2021.9.24 금 19:30
상단여백
HOME 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힐링캠프 최민식, 배우를 망치는 식스팩과 쪽대본[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2.02.07 09:38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무서운 기세로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는 깜짝 놀랄 소식도 이미 전해졌다. 역시나 최민식, 하정우의 연기와 카리스마에는 동장군도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범죄와의 전쟁이 이토록 선전하는 큰 이유는 최민식과 하정우가 긴장감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영화의 끝까지 관객을 끌어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최민식에게 연기명장이라는 칭호를 붙인다 해도 무리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런 최민식이 말하는 배우란 무엇일까? 최민식은 배우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지만 자부심을 가질만한 것이라고 한다. 그 자부심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관객을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한다. 요리사의 음식이 맛이 있거나 없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손님 앞에 내놓을 음식에 대해서 최소한 자기 자신은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진정성이 담긴 발언은 한참 뒤에 이어질 후배들에 대한 당부를 위한 복선처럼 번뜩였다. 최민식은 요즘 세태가 남자 배우는 무조건 식스팩, 여자배우는 에스라인이 필수요소처럼 굳어진 것을 경계했다. 꽃미남, 꽃미녀 배우 열풍이 더해져서 배우들의 고민 없는 외모가꾸기에 대한 진심어린 충고를 했다.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잘 생기고, 몸도 멋진 배우를 보는 일은 분명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최민식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예컨대, 올드보이도 그렇거니와 이번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식스팩이 반짝이는 소위 꽃중년 외모를 고집했다면 그건 참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선남선녀 배우들의 고질적인 콤플렉스인 연기력 논란은 항상 연예가 화제가 된다. 그런 배우라 할지라도 식스팩과 에스라인만은 포기하지 못하는 세태가 문제인 것이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배우들이 여전히 연기가 아닌 몸을 위한 투자에 올인하고도 배우로 행세할 수 있는 것은 분명 부조리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력 논란은 잔인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런 배우들에게 따끔한 자극을 주기 위한 필요악이 아닐까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연기력 논란에는 이중성이 존재한다.

그러면서 최민식이 드라마를 멀리해야 했던 이유들도 자연스럽게 털어놓게 됐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나 쪽대본, 생방촬영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촉박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있었다. 최민식은 1997년 장진 감독과 연극을 하기 위해서 배우들이 모여서 대본 리딩과 분석을 할 때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고작 6~7시간의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는 것이다.

   
 
어떤 감독과 배우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 있다. 좋은 연기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본의 맥락과 지문의 의미 그리고 대사의 목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명연기가 나올 수는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쪽대본으로 촬영하는 상황이라면 배우들끼리의 리딩이나 분석은 불가능해진다.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도 불이 없이 음식을 만들어낼 수 없다. 배우 역시 마찬가지인 직업이다. 대본을 분석하는 것은 요리재료를 볶거나 끓이는 단계처럼 스스로를 달구는 단계인 것이기 때문이다.

근래 최고의 드라마였던 뿌리깊은 나무는 24부작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의 쪽대본이 없었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배우들의 명연기에 푹 빠져서 행복한 12주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석규의 명연기를 보면서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를 꿈꾼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최민식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만나고 싶은 배우들의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을 티비 드라마에서 만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제작환경이라는 것을 드라마 제작사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탁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1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