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무서운 기세로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는 깜짝 놀랄 소식도 이미 전해졌다. 역시나 최민식, 하정우의 연기와 카리스마에는 동장군도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범죄와의 전쟁이 이토록 선전하는 큰 이유는 최민식과 하정우가 긴장감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영화의 끝까지 관객을 끌어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최민식에게 연기명장이라는 칭호를 붙인다 해도 무리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런 최민식이 말하는 배우란 무엇일까? 최민식은 배우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지만 자부심을 가질만한 것이라고 한다. 그 자부심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관객을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한다. 요리사의 음식이 맛이 있거나 없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손님 앞에 내놓을 음식에 대해서 최소한 자기 자신은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잘 생기고, 몸도 멋진 배우를 보는 일은 분명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최민식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예컨대, 올드보이도 그렇거니와 이번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식스팩이 반짝이는 소위 꽃중년 외모를 고집했다면 그건 참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그러면서 최민식이 드라마를 멀리해야 했던 이유들도 자연스럽게 털어놓게 됐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나 쪽대본, 생방촬영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촉박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있었다. 최민식은 1997년 장진 감독과 연극을 하기 위해서 배우들이 모여서 대본 리딩과 분석을 할 때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고작 6~7시간의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는 것이다.
근래 최고의 드라마였던 뿌리깊은 나무는 24부작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의 쪽대본이 없었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배우들의 명연기에 푹 빠져서 행복한 12주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석규의 명연기를 보면서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를 꿈꾼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최민식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만나고 싶은 배우들의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을 티비 드라마에서 만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제작환경이라는 것을 드라마 제작사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