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네이버가 댓글 이용자들의 혐오표현을 방관하고 있다며 이용약관 내 혐오표현 규제 조항을 명시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11일 네이버 본사 앞에서 청년참여연대, 난민인권센터, 유니브페미,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뿌리'가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난민, 성소수자를 다룬 네이버 뉴스 기사 댓글에 혐오표현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오전 11시 청년참여연대를 비롯해 온라인혐오에 대응해온 활동가들이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 이용약관 내 혐오표현 규제조항 명시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네이버 기사 댓글에서 혐오표현은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한겨레의 차별금지법 관련 기사(11월2일) 아래에 “차별금지법 반대!! 변태성욕자들의 퀴어축제를 안 볼 권리를 달라”는 댓글이 달려 있다. 아프리카 난민의 하루를 다룬 한국일보 기사(7월 5일) 아래에서 “네 나라로 돌아가라. 강제 추방하라”, 경향신문의 변희수 하사 전역 취소 판결 확정 기사(10월 27일)에서 “정신병을 왜 성소수자라하지?”, “이제부터 여군은 성전환한 남자들과 같은 방 쓰겠네. 나도 성전환하고 군대갈까? 여군하고 같은 방 쓰게”라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전찬영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내 생각이나 가치관을 온라인 공간 어디에서든 표현하고 쏟아내는 것이 가능해진 시기에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은 어느새 표현의 자유를 무기 삼아 현실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괴롭히고 짓밟는 도구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사망한 고 변희수 하사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온라인 공간에 내뱉어진 ‘정신병자, 돌연변이, 사회부적응자’ 등 수많은 혐오표현들이 있었다. 지난 5월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던 공군 여중사의 사망 사건에는 ‘이래서 군 위안부가 필요하다. 여군 군복이 달라붙어서 시선을 자극하는 게 문제다. 이래서 못생긴 여군만 뽑아야 된다’ 등의 참담한 댓글들이 달렸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가장 큰 책임은 일상과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를 생산해내고 퍼뜨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온라인 공론장을 제공하고 운영하는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정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뿌리'의 정지원 씨는 “대학생들의 거대 온라인 담론장인 에브리타임에 성평등위원회 폐지 이전과 이후 구성원 개개인의 신상을 유출하는 글들을 비롯해 허위 사실 유포, 살해 협박, 혐오 발언들이 난무했다”며 “에브리타임 내부적으로 혐오표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설정하지 않았고, 단순 신고 누적에 따른 자동 삭제 시스템 때문에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폐지 기사가 보도된 뒤 제가 발견한 댓글들은 'xx년들, 죽으라' 등의 내용이었다”며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와 삶을 존중해달라는 것을 누군가는 네이버에 혐오로 배설했고 전 그 배설물을 마주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신고버튼을 눌러도 작성자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네이버로부터 어떤 규제를 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11일 오전 11시 청년참여연대를 비롯해 온라인혐오에 대응해온 활동가들이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 이용약관 내 혐오표현 규제조항 명시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원정 유니브페미 집행위원장은 “혐오표현이 단지 ‘개인과 집단 간의 갈등’이라는 해석이나 혐오표현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구시대적이고 깊이 없는 분석”이라며 “젠더, 평등, 차별이라는 것이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른 지금 이 정도의 분석밖에 해낼 수 없는 네이버는 과연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과 포털 운영을 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냐”고 따져물었다.

원정 집행위원장은 “네이버는 한국의 포털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많은 책임을 져야하고 온라인 환경을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자리잡아가는 길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타 플랫폼들에 비해 뒤떨어진 네이버의 게시물 운영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글로벌 SNS 플랫폼 기업과 국내 카카오는 이용약관 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의한 바와 같은 수준으로 혐오표현 콘텐츠 정의와 규제조항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네이버는 이용약관 내 게시물 운영정책에서 ‘인터넷 공간이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소통의 장이 되려면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비판적 표현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고, 그 표현이 서로간에 갈등을 야기할 수 있더라도 무조건 억제되고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들은 ”네이버는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를 구분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혐오표현을 허용하면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댓글만 난무하게 된다. 혐오를 마주하는 당사자들은 공론장으로부터 배제되며 이는 결국 소수 의견이 공론장에서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네이버에 ▲이용약관 내에 혐오표현 콘텐츠 정의와 규제조항 명시 ▲혐오표현 기준을 국가인권위 혐오표현리포트(2019)에서 발표한 혐오표현 정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선할 것 ▲혐오표현 현황 실태 파악을 위한 노력과 개선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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