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리그에서 넥센의 공격적 행보는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2009 시즌 종료 후 LG로 트레이드시킨 이택근이 FA 자격을 취득하자 거액을 베팅해 되찾았으며 국내 복귀에 뜻이 없는 듯했던 메이저 리거 김병현까지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8개 구단 중 가장 가난한 구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거물 타자와 투수를 영입한 넥센이 올 시즌 4강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택근과 김병현이 이름값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택근은 지난 2년 간 LG에서 허리 부상을 비롯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100경기 넘게 소화한 시즌이 없었습니다. 히어로즈 시절 주 포지션이었던 중견수를 LG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주로 1루수로 기용된 이유 역시 부상이었습니다. 이택근은 2011년 6월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허리 부상이 재발해 경기 중 교체된 뒤 두 달 간 결장한 바 있습니다. 허리 부상은 고질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택근이 얼마나 완벽한 몸 상태로 시즌에 임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김병현은 2010년 미국 독립 리그를 전전했고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 입단했지만 1군 무대 실전에 등판한지 오래 지나 실전 감각이 무뎌졌다는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몸이 덜 만들어져 시즌 초반부터 당장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는 것 또한 넥센으로서는 고민거리입니다. 국내 프로야구가 김병현에게는 새롭게 경험하는 생소한 리그이기에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합니다.

▲ 고액 베팅에 의해 2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넥센 이택근. 하지만 이택근 영입 자금을 넥센이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 여부는 의문입니다.
넥센의 4강 도전 여부는 팀의 근간인 선발 투수와 중심 타선의 능력을 따져봐야 합니다. 선발진에 김병현이, 중심 타선에 이택근이 가세한다고 해도 타 팀에 비해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선발 투수나 중심 타선과 같은 선수단의 능력과 무관하게 프런트가 넥센의 4강 도전을 잡음 없이 뒷받침할 수 있는지 여부야말로 최대 관건입니다. 넥센은 2009년 이후 매년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했습니다. 2009년 12월에는 장원삼, 이택근, 이현승을, 2010년에는 마일영, 황재균, 고원준을, 2011년에는 송신영과 김성현을 내보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선수 간 트레이드이지만 현금이 오가지 않았다는 넥센의 주장을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넥센은 지난 스토브 리그에서 이택근과 김병현을 영입해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섰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는 4명의 선수를 내주고도 단 한 명의 선수도 지명하지 않아 전력 보강에 진정한 뜻이 있는 것인지 의심을 받았습니다. 이택근과 김병현의 영입 자금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 것인지 의혹의 눈길이 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부에서는 넥센이 구단 매각에 앞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한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넥센의 팀 분위기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이택근도, 김병현도, 김시진 감독도 아니라 이장석 구단주라는 사실을 결코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만일 시즌 중에 매각설이 나돌거나 납득할 수 없는 트레이드가 반복되거나 혹은 선수단에 대한 프런트의 기본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면 넥센 선수단은 의욕을 상실해 보유 전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또 다시 하위권을 맴돌 가능성이 높습니다. 넥센 프런트가 넥센 선수단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넥센의 4강 도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이장석 구단주를 비롯한 넥센 프런트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