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유쾌한 기사 하나가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날아왔습니다. 오는 8월 열릴 예정인 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 한국이 출전권을 얻은 것입니다. 당초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U-20 여자월드컵은 우즈벡 내부의 여러 사정과 준비 미비로 개최 장소를 일본으로 변경했으며, 이와 동시에 우즈베키스탄에 부여했던 자동출전권 1장이 자동 소멸, 같은 아시아 지역 팀에게 부여하기로 하면서 아시아 지역 예선 4위를 차지한 한국에게 그 행운이 왔습니다. 2년 전, 많은 이들을 열광케 했던 그 U-20 여자월드컵에 한국이 또 한 번 기적을 일으킬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행운이 따랐다 해도 U-20 여자월드컵에 한국이 출전 자격을 얻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지난 2010년에 보여줬던 최고의 실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동기부여가 될 만한 대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잘 준비하면 2010년만큼이나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또 한 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 U-17 여자월드컵 우승 당시 U-17 여자축구대표팀 ⓒ연합뉴스
사실 지난해 한국 여자 축구는 많이 아쉬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탈락한 데 이어 U-20 여자월드컵, U-17 여자월드컵 예선에서마저 일본, 북한 등에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 '예전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U-17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들이 대거 출전한 U-20 여자월드컵 예선에서의 탈락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각급 대표팀의 성적 때문인지 몰라도 기대했던 여자 축구의 저변 확대 역시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성과를 냈을 때만 반짝하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또 한 번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세계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것은 분명히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부지리라 하더라도 어쨌든 또 한 번 U-20 여자월드컵 출전 자격을 얻고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면 다시 여자 축구가 주목받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렇다 할 활력이 없었던 여자 축구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U-20 여자월드컵은 2년 전 U-17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들이 대거 출전, 기량 상승과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2015 여자월드컵 출전과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여자 축구 입장에서는 꾸준한 진화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을 이번 U-20 여자월드컵을 통해 얻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U-20 여자월드컵 출전은 여자 축구의 큰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 대회까지 남은 6개월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현재 U-20 여자대표팀 감독, 코칭스태프는 공석인 상황입니다. 지난해까지 이끌었던 최덕주 감독이 남자 성인대표팀 수석코치로 선임되면서 자연스레 그 자리가 빈 것입니다. 한동안 U-20 팀 대회가 없었기에 시간을 두고 선임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축구협회로서는 당장 이 부분을 해결하면서 U-20 여자월드컵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분명한 것은 이번 U-20 여자월드컵이 어쩌면 여자 축구가 도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새 기회를 제대로 잡고 다시 성장 동력을 얻는 한국 여자 축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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