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스토브 리그에서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주전 포수 조인성과 마무리 투수 송신영, 1루수 이택근이 FA로 이적하면서 8개 구단 중 가장 크게 전력이 약화되었습니다. FA나 해외 리그로부터 유턴한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상승시킨 팀들에 비하면 전력이 약화된 LG의 2012 시즌 전망은 어둡습니다.

유일하게 LG의 전력이 유지된 부분은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리즈와 주키치가 버티고 있는 선발 투수진입니다. 지난 시즌 리즈와 주키치는 각각 10승을 넘기며 도합 21승을 합작했습니다. 2명의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지 않고 올 시즌에도 모두 재계약한 팀은 LG뿐입니다. 잔혹사라 해도 좋을 만큼 외국인 선수로 재미를 보지 못한 LG에서는 보기 드문 성공 사례이니 재계약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리즈와 주키치가 올 시즌에도 10승 이상을 해줄 것이라고 당연시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리즈와 주키치에게도 불안 요인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즈는 강속구, 주키치는 제구력을 자랑하지만 약점도 있습니다. 리즈는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장타를 허용하는 비율도 높아졌습니다. 15개로 8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몸에 맞는 공과 84개로 두 번째로 많은 볼넷이 말해주듯 제구력 부재는 고비에서 발목을 잡곤 했습니다. 주키치는 승부욕이 강하지만 도리어 이것이 화를 불러 경기 중 평정심을 잃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키치 본인이 어찌할 수는 없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징크스를 올 시즌에는 떨칠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입니다.

▲ 9월 8일 잠실 두산전에서 7.2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채 강판되는 주키치
외국인 투수가 국내 무대에서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치밀한 전력 분석을 바탕으로 상대 투수의 약점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이제는 기본이기에 매년 상승하는 리그의 수준에 맞춰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작년에 했던 대로 할 경우에는 결코 작년과 같은 성적을 얻기는 힘들 것입니다.

리즈와 주키치가 지난 시즌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도 불안 요인입니다. 리즈는 164.2이닝을 소화했는데 이는 8개 구단 투수 중 8위에 해당하며 주키치는 187.2이닝으로 두산 니퍼트를 제치고 최다 이닝 1위에 올랐습니다. 불펜이 취약한 LG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닝 소화 능력은 분명 장점이지만 지난 시즌 선발뿐만 아니라 구원으로도 등판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한 여파로 인해 두 투수가 올 시즌에도 부상이나 구위 저하 없이 한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주력 선수들의 이탈 또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변변한 백업 포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주전 포수 조인성의 이탈로 블로킹과 도루 저지 등에 약점을 지닌 포수들이 1군에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것이 확실시됩니다. 전지훈련에서 급성장하는 포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리즈와 주키치를 비롯한 LG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인성과 이택근의 이탈은 LG 타선의 약화로 직결되기에 타선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역시 의문입니다. 박경수의 입대로 내야진의 수비 능력 또한 저하되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내야 실책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와 팬들은 새로운 시즌을 전망하며 항상 지난 시즌의 기록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라는 속설처럼 작년과 올해가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리즈와 주키치가 보다 많은 승수를 쌓을 수도 있지만 부진이나 부상으로 시즌 중에 짐을 싸는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리즈와 주키치가 올 시즌에도 10승 이상을 해줄 것이라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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