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채윤 칼럼]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했다. 범인은 놀랍게도 해당 학교의 교장이었고,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단독’을 달고 나온 기사에는 화장실에서 카메라가 발견되었으며 범인이 교장이라는 짤막한 사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디보다도 안전해야 할 초등학교에서 그것도 교사에 의한 성범죄라니, 사람들은 경악하며 개인의 SNS에 기사를 퍼 나르며 분노를 드러냈다.

초등학교 교장이 여교사 화장실 불법촬영…긴급체포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시간이 지난 오늘, 나는 해당 사건의 후속 조치를 살피기 위해 관련 기사를 검색하였다. 놀랍게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나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건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 해당 교장이 얼마 동안 그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는지, 카메라를 어떤 방식으로 숨겨두었다가 발각되었는지,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추측까지 말이다. 개인들은 해당 기사의 댓글에서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런,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다. 포털 검색창에서 해당 초등학교의 이름을 검색하자 “○○초등학교 교장 □□□”이 자동으로 완성되었다. 그렇게 나는 본의 아니게 현재 구속된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심코 가해자가 혐의를 피하고자 했던 뻔뻔한 행동을 기사로 확인하고 인간에 대한 혐오와 분노 감정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런 상세한 내용 –누군가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을 보도하면서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법? 아니면 사건 발생에 대한 객관적 사실 보도와 근본적인 문제점, 향후 대책을 위한 공론의 장 마련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전자에 가깝다고 본다. 자극적이고, 클릭할 수밖에 없는 그 기사의 목적성을 말이다.

얼마 전 독극물이 든 생수를 마시고 사망자가 발생했던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어떤 연유로 독극물을 먹었는지 원인을 찾기보다는 해당 독극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생소한 화학약품이 물에 섞여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너무 많은 정보를 제시하며,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음이 기사에서 소개된다. 만약 당신이 지금 앙심을 품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매우 유용한 정보가 아닌가.

'생수병' 피의자, 인터넷서 독극물 구매…살인죄 적용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이렇게 우리는 범죄와 관련된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를 권력의 견제기능을 담당하는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 보도 상황에서 접속자의 클릭 수가 성과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래서 소위 미디어 받아쓰기 –온라인 대형 커뮤니티니 내 인기 글을 그대로 기사화하여 클릭 수를 유도하는 행위 등-를 통한 기사 양산을 막기는 어렵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 보도가 접속자의 클릭 수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윤리적 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의 제시, 젠더 데스크 등 데스크 내의 검증 절차 강화 등 다수의 언론 내·외에서 다양한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언론은 어떤 형태로 사건을 전시하고 있는가. “우리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기억하자. 진실을 존중하며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함으로써 언론이 가지고 있는 올바른 견제와 정보 전달의 기능을 말이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내 인기 글 그대로 미디어 받아쓰기를 통해 기사로 제시하거나, 누군가 [단독]으로 먼저 보도한 사건 기사를 밀어내기 위해 더 자극적인 기사 제목,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범죄 묘사, 거기에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까지, 언론이 더 진실을 대변하며 시민의 옆에 선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 김채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28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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