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KBS 이사회가 제25대 KBS 사장으로 김의철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다.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오후 면접 심사를 실시하고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김의철 사장 후보자는 1990년 KBS에 기자로 입사해 보도본부 탐사보도 팀장, 사회팀장, 보도본부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KBS 비즈니스 사장에 선임됐다.

이번 KBS 사장 공모에는 총 15명이 지원했다. KBS 이사회는 중간 면접 등을 거쳐 비전발표회와 최종 면접 대상자로 임병걸 KBS 부사장,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 서재석 전 KBS 이사 3명을 결정했다. 그러나 임병걸 후보와 서재석 후보가 10월 22일 연이어 사퇴하며 후보는 1명만 남게 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가 멈춰서면서 현행 방식으로 사장을 선임했다. 유재우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을 어떻게 지켜봤을지 궁금해 사장 임명제청 다음 날인 10월 28일 유 본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유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이사회가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을 차기 사장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어요. 이 과정을 어떻게 보셨어요?

“압축된 세 명의 후보자 중에서 두 명이 갑자기 사퇴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거기서 재공모하는 방법은 무리였던 거 같고요. 예정돼 있던 시민참여단 이사회 면접이 진행된 거죠. 조합이 예전 시민평가단 직능단체 질문을 토대로 후보자들에게서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구성원들이 후보자들에 대해 예리하게 평가해봤다는 점은 의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재우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미디어스)

시민평가단 참여가 세 번째인데 이전과 비교하면 어때요?

“시민평가단 참여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그룹들이 이번에 태도를 바꾼 점에 주목합니다. 예전에 저희가 국민이 참여하는 이사‧사장 선임을 주장할 때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그룹이 시민의 대표성 등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 그룹들조차 이번에 시민평가단 참여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시민평가단의 점수와 이사회 점수를 투명하게 각각 공개하라는 등 그들의 여러 가지 주장의 근간에는 결국 이사들이 정파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시민 평가가 상당히 유효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앞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방식으로 했나요?

“과거 사장 선임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질문을 근간으로 하고, KBS 내 직종을 대표하는 각 협회의 질문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작성한 26개의 질문을 후보자들에게 보내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후보자가 3명으로 압축되었을 때, 저희가 조합원에게 9개의 잣대로 평가를 하게 한 거죠. 콘텐츠경쟁력 강화, 정치적 독립성, 신뢰받는 저널리즘, 프리랜서 등 사내 약자 보호 및 사회 다양성 추구 능력 등 9개 잣대였습니다. 1,243명의 조합원이 답변했습니다.”

사장 선임과정에서 비전 발표회를 하루 앞둔 22일, 김의철 후보를 제외한 두 후보가 잇따라 사퇴했습니다. 이유도 석연치 않은 거 같은데?

“글쎄요. 대외적으로 알려진 내용 말고는 자세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노조가 입장을 밝혔듯이, 임병걸 후보자의 경우 "재직 중 대학원에 다닌 사실로 논란이 일었던 부분 때문에 이사회와 회사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되겠다"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는데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미리 준비를 했어야 된다는 아쉬움이 있고요.

서재석 후보의 경우에는 좀 씁쓸했습니다. 서재석 후보는 임병걸 후보가 사퇴하고 나서 바로 사퇴했잖아요. 삼파전이면 시민평가단한테 괜찮은 평가를 받고, 그다음에 이사회 표가 갈라지는 현상이 벌어지면 해볼 만하다고 계산을 했다고 추정합니다. 결국 임 후보의 사퇴로 김의철 후보와 서재석 후보 둘만 남게 되는 양자대결 상황이 되니까 포기를 했다고 봅니다.”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 의문은 없으셨나요?

“그런 증거는 못 찾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어떤 후보자가 적합한지 사내나 이사회에서 상당히 고민이 깊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사회도 서재석 임병걸 후보가 사퇴한 지난주 금요일에 긴급 이사회를 열었잖아요. 그만큼 이사회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였습니다. 누가 내정되어 있었다면 이사회가 그렇게 당황하거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겠죠.”

김의철 KBS 차기 사장 후보 [KBS 제공]

김의철 후보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일단 제가 같이 일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으로서는 사장 적합도 평가와 김의철 사장 후보자의 답변, 경영계획서를 토대로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탐사 보도팀 팀장, 보도본부장 경력 때문에 정치적 독립성, 신뢰받는 저널리즘 면에서는 조합원들이 기대를 많이 하는 듯합니다. 특히 김의철 후보자가 공정방송 투쟁을 할 때 시니어 멤버로서 꾸준하게 동참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후보자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 봅니다.”

그렇다면 공정성 부분에서는 걱정 안 해도 될까요?

“걱정 많이 해야죠. 저는 누가 사장이 되느냐보다 신임 사장과 함께 구성원이 어떤 KBS를 만들어나가느냐가 열 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기반한 평가가 아주 의미가 없지 않겠지만, 경영계획서나 면접 과정에서는 누구나 당연하고 옳은 말을 하게 되잖아요. 후보자의 말을 토대로 무작정 기대한다는 것은 무모합니다.

신념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 장애물 돌발상황을 구성원과 함께 어떻게 헤쳐나가는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권력의 판세가 요동칠 때 사장 후보자가 초심을 얼마나 잘 실천하는지 구성원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때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의철 후보자는 ‘믿음직한 KBS’를 만들 방안으로 “부당한 외부 간섭을 배제하는 독립선언을 하고, 부당개입신고센터(가칭)를 설치하겠다”라고 했는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모든 KBS 사장이 부당한 외부 간섭, 특히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게 경영하겠다거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약속조차 안 하면 문제라고 봅니다. 개인의 의지보다는 이런 시스템이 훨씬 더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잘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치한 국민청원제도 있잖아요. 그 제도가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시민의 시선 등을 존중하고 사회적 도덕적 기준이나 투명성의 수준을 높이는 데 궁극적으로 기여했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KBS 사장 후보자가 밝힌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 저는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의철 후보자에게 불안한 점도 있을까요?

“불안하다기보다 한국 사회 자체가 KBS에 요구하는 과제에 대해 초심을 잃지 않고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방송사에는 많은 프리랜서와 독립제작사 콘텐츠 제작자들이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존중, 정당한 처우 면에서 KBS 경영진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선제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직시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KBS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만큼, 이런 사회적 약자 보호와 공존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노조 언론개혁 4대 입법 쟁취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 [언론노조 제공]

언론노조에서 방송법 개정을 오랫동안 요구했지만, 입법이 안 된 채 새로운 사장이 임명제청된 상황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보세요?

“매우 안타깝지요. 지금 KBS 이사나 사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자의 능력이나 자질 못지않게 과정의 정당성에 대해서 주목하잖아요. 올 초 집권여당의 약속대로 방송법이 바뀌어서 새로운 이사 사장이 국민참여가 보장되는 과정을 통해 선임되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입니다. 아쉽지만 이번엔 다시 한번 국민참여의 가치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국회에서 방송법 논의를 활발하게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임절차가 종료됐는데 논의가 될까요?

“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을 포함해 방송법을 토론하는 협의체 구성이 합의되었잖아요. 지금 대선 경선 때문에 진척되지 않는 것 같지만, 어쨌든 12월까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약속은 있습니다. 12월까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더라도 그 약속을 기억하는 언론 종사자와 국민들이 또 국회를 압박할 겁니다. 예전에 집권 여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가 공영방송 이사 사장 선임에 정당이 손을 떼는 법을 만들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것을 기억하는 국민들과 언론 종사자들이 계속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도 협의체의 활동 내용에 들어갔던 것이라 봅니다.

약속을 이끌어내고 또 그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논의의 파국을 피해 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고, 그다음 국회의원들의 논의 수준을 점점 높여 가는 것. 이런 과정이 축적되어야 조만간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라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여지는 있다고 보세요?

“그렇습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 투쟁할 때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질문 가운데 하나는 ‘그게 될 거라고 보는 거예요?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 그게 되겠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은 현실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합니다. 마치 지배구조 정상화가 매우 이상적이고, 본인들은 꽤 현실적인 척을 합니다. 그러면서 결국 노리는 것은 현상 유지입니다.

지금 시민참여단이 40%의 비중이지만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게 불과 10년 전엔 현실적이었나요? 될 거라고 본 사람이 있나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가능성을 회의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의론자가 아니라 지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이번 KBS 사장 선임이 리더가 바뀌고 그 리더 뒤 참모들이 바뀌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길 바랍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KBS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KBS는 국민을 설득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김의철 사장 후보자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KBS가 어떤 존재로서 국민에게 어떻게 봉사할 건지, 공영방송 KBS가 한국 사회에 왜 필요한지 그런 비전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리더의 그런 모습을 보면 사원들도 냉소나 무기력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그런 작은 변화와 그것이 주는 확신이 모이면 KBS의 잠재력이 폭발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KBS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혼란스럽고 불신받는 언론계가 조금 바뀌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나 낙관적인 나비효과를 말씀드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리더십이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기 시작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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