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 출연금 삭감안을 '독립 언론'이라는 명분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또한 오 시장은 '언론 탄압' 비판을 "그야말로 정치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TBS에 대한 오 시장과 국민의힘은 편향성 논란을 이유로 '김어준의 뉴스공장' 찍어내기 의도를 드러냈다.

가짜뉴스 "교통정보만 제공해야"

오 시장은 후보시절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어준씨가 (뉴스공장)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라"며 "내 재임 시절에는 '뉴스공장'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없었다. 이제 TBS를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TBS의 보도기능이 불법'이라는 주장으로 이는 국민의힘이 매년 국정감사 등에서 주장해 온 '단골 소재'다. TBS는 전문편성 사업자이기 때문에 시사·보도를 할 수 없음에도 '불법방송'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유튜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 '가짜뉴스'로 규정됐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TBS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정보도를 결정했다. 조선일보는 'TBS는 중앙 정치를 논할 수 없다'는 기고문을 실었다가 패소했다. 조선일보의 항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월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재인용했다.

1심 판결의 핵심은 'TBS는 중앙 정치를 논할 수 없다'는 조선일보 기고문이 '허위'라는 것이다. 해당 판결문을 보면 1심 재판부는 ▲TBS가 '방송 사항 전반'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는 점 ▲지상파방송사업자인 TBS는 재허가심사위원회로부터 각 심사사항에 대해 모두 평가를 받아 재허가를 받았다는 점 ▲TBN(한국교통방송)의 허가증과의 차이 등을 인정해 TBS가 허위사실이 적시된 기사로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조선일보는 외부필자의 의견표명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1심 재판부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1990년 특수목적 방송으로 설립된 TBS는 '방송의 목적에 맞는 편성비율을 60% 이상 지켜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에 따라 보도기능을 수행해왔다. 이후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에 따라 '전문편성사업자'의 개념이 등장했지만 지상파 사업자인 TBS를 전문편성 사업자의 지위로 규정할만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2013년 박근혜 정부 방통위에서도 TBS의 보도기능을 인정하고 재허가 결정을 내렸다.

"마음만 먹으면 TBS 해체도 가능"

오 시장은 취임 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TBS 편향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질문에 "시장에겐 임원 임면권도 있고, 경영평가권과 감사권도 있다. 심지어 큰 틀에서 조직 자체에 대한 해체권도 있다. 그럼에도 언급조차 자제했던 건 언론사의 내부적인 자정 기능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이 마음먹으면 (제재할)방법이 없겠는가"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사저널 1656호 <[단독 인터뷰①] 오세훈 “tbs 문제, 해결할 수 없어서 안 하는 것 아니다”> 기사 갈무리

그러나 서울시장의 독립미디어재단 TBS에 대한 제재권한은 오 시장 주장처럼 많지 않았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정관'에 따르면 TBS 해산은 이사회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1명 TBS 이사회 구성원 중 서울시 공무원은 2명뿐이다. 독립미디어재단 TBS를 해체할 권한은 서울시장에게 없다.

오 시장은 TBS 임원 임면권이 서울시장에게 있다고 주장했으나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전된 사람 중 시장이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임원추천위는 시장 2, 시의회 3, 이사회 2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TBS 사장의 경우에는 임원추천위 결정 60%, 시민평가 점수 40% 등을 합산해 결정하기 때문에 서울시장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오 시장은 TBS에 대한 경영평가권과 감사권 행사 등을 언급했지만 이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근거'가 없었다. 당시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보도 내용'은 감사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미디어스에 설명했다.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뉴스공장' 편향성 문제는 내·외부 제도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심의·비판이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편향성을 이유로 서울시장이 방송사 해체, 제재 권한 발동 등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

검찰 "오세훈, 내곡동 방문 가능성 높다"

오 시장과 국민의힘이 TBS를 전면 비난하고 나선 것은 후보시절 이른바 '생태탕 보도' 때문이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 운동 기간 중 방송과 토론회 등에서 내곡동 '셀프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해당 의혹은 과거 서울시장 시절 부인과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KBS와 TBS는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오 시장이 있었다는 관련자 증언을 보도했다. 특히 TBS '뉴스공장'에서 과거 내곡동 땅을 경작했던 경작인이 오 시장측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다고 말하면서 '생태탕 보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검찰은 오 시장이 보궐선거 과정에서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오 시장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 혐의 불기소처분 결정서에서 "경작인, 생태탕 식당 모자, 측량팀장 등은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피의자(오세훈)가 측량현장에 있었다'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오 시장이 측량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은 "몰랐다", "본질이 아니다", "제 기억에는 없다. 그러나 기억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 등의 불명확한 해명으로 비판받았다. 오 시장은 지난달 20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내곡동 측량 현장에 갔다는 관계자 진술이 모두 거짓이냐는 질문에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경 대응했다. 오 시장은 검찰을 향해 "기소하더라도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불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내가 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불기소 이유서에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조심스럽던 '재정지원 중단' 카드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TBS 정치편향 문제로 일부 국민의힘 후보들이 '재정지원 중단' 주장을 꺼내는 데 대해 "시장이 되면 그 부분에 대해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한다. 예산지원을 안 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방송법 위반 논란이 일자 오 시장은 "지금 나는 서울시 예산을 지원한다 안 한다, 실현할 위치에 있지 않다. 이미 당선한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현직 서울시장이 언급할 경우 방송법 위반 등 '문제'가 된다는 발언을 오 시장 스스로 인지했던 셈이다. 이 발언으로 오 시장은 사단법인 평화나무로부터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경찰과 검찰은 '각하' 결정을 내렸다.

오 시장은 1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44조 748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 취임 후 첫 예산편성으로 올해보다 9.8% 증가했다. 이 중 오 시장은 TBS 출연금을 올해 375억 원에서 123억 원 삭감한 252억 원으로 편성했다. TBS 제작비의 97%에 달하는 금액이다.

TBS는 공영미디어를 표방하며 지난해 미디어재단 형태로 서울시로부터 독립했지만 수입의 70% 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TBS 재단법인화를 허가한 방송통신위원회는 TBS가 요청한 상업광고를 공공성 저해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 서울시는 TBS 조례에서 '재단의 기본 재산은 서울시의 출연금 및 그 밖의 수입금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가 정부부처인 방통위 결정을 들이받는 형국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TBS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자 "여러가지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TBS지부는 2일 성명에서 "돈줄을 옥죄어 언론의 입을 막은 과거 독재자들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오 시장의 언론장악이 시작됐다고밖에 느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TBS지부는 "이번 출연금 삭감은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의 광고를 끊었던 독재 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며 "오 시장은 'TBS가 자율적으로, 독립적으로 자정기능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고 한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그 당(국민의힘)은 얼마 전까지 언론자유를 외치던 당이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 건(언론중재법 처리 국면)이 지났다고 해서, 매번 선거 때마다 TBS를 정쟁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라디오만 해도 24시간 방송하는데, 2시간짜리 '뉴스공장'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전체를 몰아가는 것도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구성에 비춰볼 때 오 시장이 편성한 예산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서울시의회 전체 110명 시의원 중 99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오 시장이 대선 국면에서 'TBS 흔들기'를 통한 여론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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