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가 매우 어수선합니다. 조광래 감독 경질 사태부터 시작된 어수선한 분위기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넘어 축구협회 비리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신년 초부터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습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경기 단체 직원의 비리를 감사받게 된 축구협회의 체면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산이 축구계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당장 대한체육회의 축구협회 직원 비리 감사 결과에 따라 한국 축구를 관장하는 기구 전체가 어떤 운명을 맞이할 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올림픽 본선을 위해 아주 중요한 두 차례 최종예선전을 치러야 하며, 성인 축구대표팀은 2월 마지막 날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운명이 걸린 3차 예선 최종전을 갖습니다. 물론 스플릿 시스템이라는 새 제도 도입을 앞둔 K리그 역시 바쁜 한 달을 보내야 합니다. 정말 이번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국 축구의 올 한 해 농사, 운명이 판가름날것으로 전망됩니다.

▲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가느냐 마느냐 운명이 걸린 홍명보호-최강희호

당장 가장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입니다. 올림픽팀은 오는 5일 새벽(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와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4차전을 가지며, 18일 뒤인 23일(한국시각), 오만과의 최종예선 5차전을 치릅니다. 본선 진출이 걸린 경기인 만큼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 두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홍명보호 올림픽팀의 운명은 갈릴 전망입니다.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고, 반대로 최악의 상황인 순위 하락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경기 모두 원정으로 치러지는데다 최근 AFC(아시아축구연맹)가 한국과 같은 조인 오만-카타르 간 최종예선전이 카타르의 부정 선수 출전으로 오만의 몰수승을 인정, 순위 판도 변수까지 생기면서 홍명보호 올림픽팀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을 안고 이번 2연전을 치러야 합니다.

물론 1월 태국 킹스컵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선보인 홍명보호는 이번 2연전에서 본선 조기 진출을 일궈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수단 자체가 상승세 분위기인데다 전력 자체가 비교적 고르게 형성돼 있어 경기 내적인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조기 진출을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올림픽팀이 본선 진출 운명이 걸린 경기를 치러야 한다면 성인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진출이 걸린 단 한 번의 승부를 잘 치러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레바논 원정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며 거센 후폭풍을 맞았던 축구대표팀은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새 수장으로 앉히고 분위기 쇄신을 하며 쿠웨이트와의 한판 승부 필승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쿠웨이트에 대한 전력을 끝마쳤다는 최 감독은 필승 카드를 내세우기 위해 대표 선수 후보군을 면밀히 검토, 분석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지면 사실상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무산, 즉 월드컵 진출 자체가 막히는 만큼 최 감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살리겠다는 각오로 전력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거센 후폭풍 예상되는 축구협회 비리 감사 결과

어쨌든 한국 축구의 두 대표적인 대표팀, 성인 축구대표팀과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운명이 걸린 것만으로도 이번 한 달은 무척 신경 쓰이는 한 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레 터진 축구협회 직원 비리 문제 때문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축구협회 내부에서 일어난 '자업자득'이 한국 축구 뿌리를 흔들 정도가 돼버렸는데 이미 물이 엎질러진 마당에 어느 정도 선까지 책임을 지게 될 지, 이 결과에 따라 축구계에 거센 후폭풍이 또 한 번 몰아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활한 준비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K리그

국가대표 축구만큼이나 아주 중요한 한 달을 보내야 하는 곳이 있다면 바로 K리그입니다. 이미 K리그는 스플릿 시스템 제도를 도입(30라운드를 치른 뒤, 상하위 각 8개 팀씩 나뉘어 14라운드를 더 치러 우승팀과 강등팀을 결정하는 방식)하기로 한데 이어 지난달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를 통해 승강제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2개 팀 강등을 결정키로 한 상황입니다. 큰 틀이 마련됐으니 이제는 세부적인 부분들을 하나하나 준비해야하는데 원활한 한 시즌 운영을 위한 준비와 더불어 강등팀이 내년부터 뛸 2부 리그 구성 등 보다 완벽한 승강제 안착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도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각 팀 역시 바쁜 한 달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전력 향상을 위한 선수 영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각 팀은 마무리 전지훈련과 연습 경기 등을 통해 전력 담금질을 꾀하고 있습니다. 우승만큼이나 올 시즌은 강등권 싸움이 주목되고 있는데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각 팀의 의지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입니다. 이 가운데 포항 스틸러스는 오는 18일, 홈에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촌부리 FC(태국)와의 경기를 통해 본선 진출을 노리면서 사실상 K리그 팀의 아시아 정상 재등극을 위한 도전도 시작됩니다. 포항이 얼마만큼 산뜻하게 잘 스타트를 끊느냐에 따라 함께 K리그 대표로 출전하는 전북 현대, 성남 일화, 울산 현대 등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열기 뜨거운' 2월, 한국 축구의 한 해 운명을 좌우한다

축구 하면 여름이 가장 뜨겁다고 하지만 올해는 유독 추운 겨울인 2월부터 그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미션들이 있는 만큼 모든 과제들을 잘 수행해야 팬들의 관심도 더 높아질 것입니다. 사실 지난 몇달 사이에 벌어진 여러 가지 문제로 축구팬들의 한국 축구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추락해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든 국가대표팀, 올림픽대표팀, 그리고 K리그 모두 지난해보다 나아진 한 해를 보내야 하는데 공교롭게 시기적으로 이 한 달에 모든 운명을 걸어야 하는 판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실망감을 조금이나마 훌훌 털고 다시 신뢰받는 한국 축구의 면모를 보여줄지, 그 운명의 결과는 모든 구성원들이 어떻게 잘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새 희망을 알릴지, 또 한 번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각 급 대표팀, K리그의 행보를 어느 때보다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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