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 연합뉴스
차기 방통위원장은 현재 오리무중이다. 빠르면 이번 주 화요일, 늦어도 수요일 청와대는 차기 방통위원장을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빗나갔다. 청와대가 고심하고 있다는 것으로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4명의 인사들을 살펴보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물론 구관에서 최시중 전 위원장은 제외된다. 송도균 전 부위원장도 마찬가지.

‘고 소 영’, ‘강부자’라는 MB정권 인사 난맥상을 이미 확인했기에 이들 4명 이외의 다른 인물이 거론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재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군인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 손기식 성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홍기선 고려대 명예교수 중 한 명이 차기 방통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청와대가 이들에게서 시선을 돌려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은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의 현역 의원을 합의제 방통위원장에 앉힌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만 생각할 수 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는 친서민이 아니면서 시장에 자주 가는 것과 방송장악을 할 이유도, 할 수도 없다면서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막 가자는 것으로 향후에라도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MB가 시장에 가는 것은 막을 길 없지만 정치인 출신이 방통위원장에 오는 것은 법 개정을 통해 막을 수 있다.

▲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 손기식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홍기선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 위원장(좌부터 우)ⓒ연합뉴스

청와대가 고흥길 카드를 거둬드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청와대는 고흥길 의원을 공석인 특임장관에 내정했다는 소식이다.

송도균 전 부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위에 회장님이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는 다양한 방송계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윤세영 SBS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이다. 현재 청와대 상황을 살펴보자. 하금열 대통령실장, 최금락 홍보수석 모두는 SBS 출신이다. 오히려 SBS가 청와대를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서 SBS 출신 송도균 방통위원장은 뒷말을 충분히 남긴 만한 사안이다. 송도균 방통위원장 위에 윤세영 회장님이 있다는 논란이다. 이 때문인지 송도균 부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직을 고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손기식 성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홍기선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 소 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각각은 영동교회 장로, 고려대 출신으로 ‘고 소 영’의 ‘고’와 ‘소’에 걸쳐있다. 한발 더 나가보면 손기식 성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김황식 국무총리의 대학 동기다. 여기에 방송·통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전무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판사 출신이라는 게 강점이 될 수 있지만 방통위가 재판에 관련된 일만 하는 곳은 아니다. 또한 그는 법원 판사 시절의 편파 판결 시비라는 오점을 안고 있다. 그가 방통위원장 후보군에 오른 것은 전적으로 대학동기인 김황식 국무총리의 입김이라는 설이 있다.

홍기선 방통위원장은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장 모두를 고려대 교수로 채우는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고려대 교수 출신이다. 또한 고려대 시니어교수 그룹에서 홍기선 고려대 명예교수를 방통위원장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홍기선 고려대 명예교수에 대해 통신계 비토설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 후보군을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새로운 방통위원장 후보로 친박계 좌장인 홍사덕 의원까지 거론했다. 해당 언론은 사실 확인, 관련 법 조문 확인도 없이 주워들은 대로 기사를 쓰는 모양이다. 해당 언론은 아시아경제다. 청와대가 자기사람인 친이계 고흥길 의원을 방통위 설치법 때문에 쓰지 못하는 데 친박계 좌장인 홍사덕 의원을 법까지 어겨가며 방통위원장에 지명할 이유란 찾기 어렵다.

홍사덕 의원이 MB 멘토 최시중 버금가는 친박계 멘토라는 데 이견을 다는 게 아니다. 제대로 구분 좀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언론이 이지경이니 세상이 이 모양인 것이다. 한 발 물러나 차기 방통위원장에 대한 친박계의 동의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방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은 박근혜 당으로 탈바꿈했다. 차기 방통위원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전적으로 친박계의 손에 달려있다.

옥석을 가릴 수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인 상황이다. 청와대가 시간을 끈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다. 더구나 시간도 없다. 이번 임시국회는 오는 16일까지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지 못하면 방통위원장 공백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차기 방통위원장, 청와대의 결심만 남은 것 아닌가. 최시중 사퇴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다만 시기의 문제로 총선 뒤 사퇴는 후임자 문제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현재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동의 가능한 인물을 방통위원장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기대는 접은 지 오래됐다. 또한 차기 방통위원장에게 거는 기대란 없으며 그가 새롭게 벌일 일이란 없다. 역할은 ‘최시중 설거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일은 누가 저질러놓고 치우는 것은 다른 사람이 맡는 것은 꼴불견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