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막바지에 이른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공천 협박' 논란이 불거지자 도를 넘어선 '구태'라는 언론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윤석열·홍준표 후보의 '공천 협박' 공방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30일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자신의 부친이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으로 윤석열 캠프로부터 부적절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윤석열 캠프에서 아버지한테 매일 독촉 전화를 몇 번씩이나 한다. 정확히는 캠프가 아니라 중진 국회의원이다. 주OO, 권OO 등"이라며 "예를 들어 '너네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 득표율이 많이 나와야 공천 줄 수 있다. 안 그러면 국물도 없다' 이런 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작성자는 ▲당협위원장 배우자 간담회 일정을 잡아 압박했다 ▲당협위원회 SNS에 홍준표 후보 관련 글을 올리면 삭제하거나 해당 회원을 강퇴한다 ▲홍준표 후보는 안 된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1일 주요 신문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공천 협박' 공방을 일제히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이젠 '공천 협박' 공방까지 번진 野 진흙탕 경선>에서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공천 협박이나 줄 세우기 공방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후진적인 모습"이라며 "상향식 공천은 정당 민주주의 기본이자 선진 정치가 지향해야 할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그저 높은 정권심판 여론만 믿고 무조건 후보만 되면 정권교체는 따 놓은 당상쯤으로 착각하는 듯하다"며 '역대급 진흙탕 싸움'이라고 총평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공천 협박' 논란에 이은 지지자간 폭행사태를 조명하면서 "품위를 보여달라"는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호소를 더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막장' 치닫는 국민의힘 경선, 이러고도 지지 바라나>에서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혼탁 과열 양상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며 "정권 교체 여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야당이 구태 정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면 유권자들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 <국민의힘 '공천 협박' 난타전, 정치혐오만 키운다>에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던 국민의힘 대통령 경선이 결국 '건드려선 안 될 선'까지 건드리고 말았다"며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정당의 핵심 기능인 공직후보 추천 문제까지 정쟁의 이슈로 언급되고 있다는 건, 사실 여부와 책임 소재를 떠나 한국 보수의 민낯과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개탄스러운 사례"라고 질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줄세우기에 흑색선전까지, 혼탁의 끝판 국민의힘 경선>에서 "후보들의 '네거티브 불감증'이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선 것"이라며 "보수의 대표를 뽑는 제1야당 경선이 '구태 백화점'이 됐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 1일 사설 < “정신머리” “버르장머리” 최소한의 품격도 외면한 野경선>

해당 게시글은 뉴스1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보도 이후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상대캠프 중진들에 대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런 사람들은 정계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윤석열 캠프 주호영 선대위원장,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의 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뉴스1 기사와 '스누라이프' 게시글이 삭제되자 홍 의원은 "경선 막바지가 되니 온갖 추태가 난무한다. 심지어 불리한 기사를 내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하고, 해당 언론사는 기자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사를 삭제하기도 한다"고 공세에 나섰다.

이에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은 사실과 다르다. 허위사실이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불법행위"라며 "지금 익명의 작성자가 글을 삭제했지만 저는 형사고발을 통해 실제 작성자와 작성 경위를 명명백백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의원은 홍 의원에 대한 법적조치를 시사하면서 "언론사가 기사를 내린 것은 사실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커뮤니티 글을 그대로 받아 썼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캠프는 홍 의원이 오히려 공천권 협박을 하고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앞서 홍 의원은 '윤석열 캠프측 현역의원이 홍 의원을 지지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방문 시간에 맞춰 일부러 일정을 잡았다'는 취재진 질문에 "그 당협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 추천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윤 후보를 돕는 당협위원장을 향해 '나중에 지방선거 공천 추천권을 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대놓고 협박했다"며 "홍 후보가 공천권 협박으로 구태정치 끝판왕을 자임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대학교 중앙정원에서 학생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 전 총장은 지난 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근거로 '위장당원'을 주장해 당내 후보들과 언론으로부터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았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실제 친여성향의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고 있다"면서 위장당원 발언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윤 전 총장이 거론한 근거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이다.

윤 전 총장이 제기한 위장당원 논란은 '역선택'을 말한다. 국민의힘 신규당원이 최근 넉 달 사이에 26만 명 늘어났고, 이 중 2040세대가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030 남성층 지지를 얻고 있는 홍 의원을 겨냥한 공세로 풀이됐다. 국민의힘 본경선은 당원선거인단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치러진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지방선거 공천에 적성평가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공천개혁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을 당원 투표로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공천 협박'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이 대표의 공천개혁은 시작도 되기 전에 모양새를 구기게 됐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당내 상황을 정리한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공천권을 드리는 게 정치개혁"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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