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최근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들을 모아보니 의미심장하다. 첫째,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높아졌고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이 우위인 국면에 들어섰다. 둘째,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성적은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에는 미치지 못한다. 셋째, 그나마 홍준표 의원이 이재명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제 국민의힘 경선 투표가 시작되었는데,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재인 정권의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사실을 왜곡하고 맥락을 비틀어서라도 남 탓을 하려고 한다. 셋째,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정치적 장애물을 기득권의 저항으로 규정한다. 사람들은 권력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원하는데,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하거나, 그건 내 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들에 정치적 이익을 안겨줄 일만 하니 화가 나는 것이다.

만일 국민의힘 정권이 들어선다면, 문재인 정권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과거 정권의 예를 떠올려보면 그렇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이들이 집권할 경우 지금보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유권자들이 굳이 가져 보려고 노력을 한 덕이었다. 유권자들이 그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 줬으면 이제는 국민의힘이 실제 스스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경선 과정이 과연 그런 기회가 되었는가?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은 이 대목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였다. 국민의힘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외부 변수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달 만에 이러한 기대는 완전히 사라진 분위기다. 본인이 주장하는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메리트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연이은 실언과 무속인 논란 등이 비호감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 이벤트가 아니라 맥락이라는 차원에서 두 가지 지점을 짚어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보다 더 국민의힘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는 점,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보다 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에 실패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전자는 반공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결합에 지나지 않는 구태한 의제 설정, 그리고 결코 이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일련의 실언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전 총장의 심정적 지지자들은 이 문제를 정치 초보의 실수 정도로 포장하려고 한다. 백보양보해서 그런 거라면 대응을 잘 해야 했다. 그러나 대응 과정에서 오히려 후자를 드러낸 것은 치명적 정치적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가 열린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원희룡(왼쪽부터), 윤석열, 유승민,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토론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총장의 리스크 관리는 일관된 방식으로 이뤄졌다. 첫째,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세간에서 말하는 ‘1일 1실언’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일이 없다. 이런 평가는 전두환 씨 관련 발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극대화됐다. 윤석열 전 총장은 경선 투표를 앞두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했어야 했다며 재차 사과를 했는데, 여전히 발언 자체가 문제였다고는 말하지 않고 있다.

둘째, 사실을 왜곡하고 맥락을 비틀어서라도 남 탓을 하려고 한다.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대응이 전형적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고발장은 괴문서이고 제보자와 인터넷 매체의 보도는 신뢰성이 없으며 오히려 사태의 본질은 국정원이 개입한 ‘제보사주’라고 주장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의 본질은 당시 윤석열 검찰이 정권에 맞서기 위해 보수야당과의 정치적 동맹을 조직적으로 모색한 결과물이라는 게 확연해지고 있다.

셋째, 자신에게 불리한 모든 정치적 장애물을 기득권의 저항으로 규정한다. 거의 모든 의혹 제기를 자신이 정권을 잡을 것을 두려워 하는 정부 여당의 공작으로 규정하면서 맞을수록 단단해진다느니 한 게 여기에 해당한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볼 때 윤석열 전 총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문재인 정권과 별로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이게 반년 전만 해도 모두가 기피하는 대표적 비호감 정치인이었던 홍준표 의원이 오히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황당한 사태의 원인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선 결과는 윤석열 전 총장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당내 조직세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지지율 하락은 윤석열 후보 카드로는 이재명 후보에게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만 같다. 그러면 이제 여당은 안심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안됐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지금 홍준표 의원으로 결집한 지지는 윤석열 전 총장 측이 주장하는 대로 ‘역선택’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앞서 맥락에서 윤석열 전 총장에 반감을 갖게 된 정권교체에 우호적인 유권자층이 ‘반-윤석열’ 표심을 드러낸 결과일 수 있다. 즉 홍준표가 좋아서가 아니라 윤석열이 싫어서 홍준표라는 선택지로 결집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여전히 메인 플레이어는 윤석열 전 총장이다. 따라서 윤석열 전 총장이 자신을 떳떳하게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만 있다면 잃어버린 지지층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회복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1 더하기 1이 꼭 2가 안 되더라도 최소한 1.5는 넘기는 결과일 거라는 얘기다.

여당 입장에서도 하던 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변화를 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최근 행보를 통해 ‘이재명 정권’이 지금 정권보다 더 나을 거라는 확신을 유권자들에게 주지 못하는 똑같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감에서도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남탓을 하며, 모든 문제는 기득권의 저항 때문이라고 하는 인상을 줬다. 국감 출석에도 불구 다수의 국민은 대장동 개발 의혹이 해명되지 않았다고 보며 이재명 후보가 ‘의도’를 가졌을 가능성까지도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최근 공개됐는데, 이게 바로 이 영향이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당연하게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여당이나 야당이나 스스로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게임이다. 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게 지금까지의 정치권이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면 이번 대선은 민주화 이후 가장 황당한 선거가 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건 결국 멀지 않은 미래에 더 큰 파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얼마나 중대한 일인가? 대선 후보라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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