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가 김승우에 이어서 MC들을 연이어 게스트 석에 앉히고 있다. 두 번째는 이수근이었다. 김승우 때 아내 김남주가 일일MC로 나왔던 것처럼 이수근의 단짝 김병만이 MC석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었다. 이 자리를 통해서 국민일꾼의 허와 실이 드러났으며, 무엇보다 앞으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를 아주 조심스럽고 힘겨운 마음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일단 이수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장하다 이수근!

일반인들에게는 절대 상상불가, 이해불가의 내용이 어머니가 무속인이라는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이수근의 고백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물론 무속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많이 나아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속인들이 전승해온 굿이 현대에 들어 재평가받고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인간문화재가 된 사람들도 많다. 또 종교적 의미를 제외시킨다면 굿만큼 전통사회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드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도 오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세상의 변화를 모든 사람이 다 알 수도 없거니와 아직은 부모가 무속인이라고 밝히는 것이 딱히 도움이 될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이수근에게 이 고백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낳아주신 어머니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피할 수 없는 사랑고백이었을 것이다. 연예인의 충격적인 고백은 사실 자신을 위한 히든카드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수근은 무엇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포기할 각오로 어머니의 비밀을 밝힌 것인 점이 다르다.

세상이 아무리 편견을 갖고 바라보더라도 자식만은 그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도리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식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선택권이란 없다. 그것을 기성종교에서는 소명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신내림은 마치 운명의 저주처럼 여겨질 뿐이다. 어머니를 떠나서 가족 중에게 신병이 찾아오는 일은 그 자체로 불행이고, 슬퍼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것도 이수근이 아주 어린 나이에 벌어진 일이기에 너무 일찍 찾아온 아픔이었을 것이다.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했던 어린 이수근에게 모성의 부재는 불행이 분명하다. 그래서 엄마 대신에 아버지와 형의 젖꼭지가 커졌다는 말은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어린 수근의 가련한 추억이다. 오죽 엄마가 그리웠으면 아버지와 형의 가슴팍을 파고들었을까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짠해질 뿐이다.

성장과정에 엄마가 없다는 것은 대단히 큰 상실이다. 더군다나 그 존재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은 이중의 고통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수근은 생활기록부에나마 엄마의 존재를 밝혔다는 것이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예나 지금이나 무속인의 수는 적지 않다. 그렇지만 학교에 자기 부모가 무속인이라고 밝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 엄마의 직업은 주부라고 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굳이 밝힌 것은 이수근에게 엄마는 계속 부재중이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근원적 존재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듣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정작 당사자 이수근은 엄마의 일로 참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을 것이다. 엄마가 없는 것도, 엄마가 무속인이라는 것도 모두 그렇다. 그가 어릴 적 그토록 진저리쳤던 외로움과 눈물 때문일까? 지금의 이수근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고 있다. 비록 대기만성형의 성장이지만 국민일꾼이라는 애칭도 얻을 정도로 성공했다. 수만 명의 연예인이 존재하지만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는 사람은 고작 몇 명에 불과할 뿐이다. 그 성공의 적어도 반은 그가 어린 시절 흘린 눈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헌데 어린 시절에 다 말라버렸을 것 같은 이수근의 눈물은 끝이 없었다. 아내에게 찾아온 심각한 병과 둘째 아이에게 다가온 뇌성마비라는 장애. 이수근은 아직도 여전히 웃을 일보다 울어야 할 일이 더 많은 슬픈 가장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수근은 티비에 나와서 자기 가슴의 슬픔을 덮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그 웃음이 터질수록 그의 가슴에 눈물망울을 풍선처럼 커졌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숙연해질 지경이다. 눈물과 고통을 승화시킨 그의 웃음은 단지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떠나 본받아야 할 자식이자, 가장의 모습이었다. 장하다 이수근.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