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이 모두 2연패에 몰린 채 시즌 첫 맞대결을 했다. 어느 한 팀은 첫 승을 얻고 반대로 다른 팀은 3연패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외나무다리 승부였다.

이번 경기는 그래서 선수들도 많은 부담을 가졌던 듯하다. 실책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부담 정도를 느끼게 했다. 양 팀 모두 노련한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승패에 결정적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라는 국가대표 선수가 포진한 기업은행과 국가대표는 박정아만 있지만 정대영과 배유나의 미들 브로커가 노련한 도로공사. 그런 점에서 어느 팀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였다.

2년 연속 도로공사 외국인 선수로 뛰는 켈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시즌 전 평가와 달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라셈과의 대결도 흥미로웠다. 결과적으로 두 팀의 대결에선 노련한 베테랑 선수들과 김주향, 육서영 그리고 전새얀, 이예림 등의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중요했다.

한국도로공사 켈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연히 경기를 이끄는 세터인 조송화와 이고은의 대결 역시 중요했다.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가던 경기를 도로공사가 기업은행에 25-22로 잡으며 승기를 잡았다. 이 세트는 기업은행이 잡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잦은 실수와 마무리의 한계가 결국 세트를 내주는 이유가 되었다.

기업은행은 오히려 앞서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점 도로공사를 막지 못하고 허무하게 첫 세트를 내줬다. 그렇게 내준 세트의 영향인지 2세트는 더 허무하게 무너졌다. 25-10으로 무너진 것은 팀 전체가 1세트 후유증을 겪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의 핵심선수들이 무너지며 경기를 이끌 수가 없었다. 국가대표 3인방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아웃사이드 히터로 역할을 해줘야 할 표승주의 실책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었다.

결과적으로 표승주가 라셈에 이어 두 번째 득점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지배와 관련해 아쉬움이 컸다. 기록에서는 실책도 적고 득점도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11점을 올려 잘한 것처럼 나오지만 실책들이 반복적으로 나온 점이 두드러졌다.

2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기업은행은 3세트 반격에 나섰고 25-20으로 경기를 잡았다. 어느 팀이나 세트를 잡은 경기를 보면 나쁘지 않다. 핵심 선수들도 열심히 해주고, 다른 선수들 역시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IBK기업은행 표승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시브와 공격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큰 무리가 없으면 경기는 당연히 승리로 이끌 수 있다. 도로공사가 지난 시즌 블로킹 1위 팀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부담스러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라셈의 경우 투 블럭이 뜨면 막히는 일들이 많았다.

공격이 직선적이라 몇 번 경험하면 길을 찾아 막는 것이 쉬워지는 아쉬움을 줬다. 하지만 라셈 역시 이와 관련해 대응하고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의도적인 시간차일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템포를 바꾸며 공격을 했고, 블로킹이 뜨면 정면이 아닌 몸을 틀어 측면 공격을 하는 등 변화를 해가며 적응해가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블로킹이 좋았던 도로공사에 비교하면 기업은행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아 켈시를 막기는 어려웠다. 타점이 높은 공격은 투 블럭이 떠도 막기 어려운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라셈과 김수지가 블로킹의 좋은 벽이 되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 선수들이 팀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시즌이 시작되며 드러나는 모습이다. 박정아 역시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며 쉬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괜찮았던 것은 박정아가 쉬는 동안 전새얀이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줬기 때문이다.

표승주의 공격을 전새얀이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흐름을 꺾는 역할을 해줬다는 점도 중요했다. 전새얀이 올린 14점 중 블로킹이 다섯 개가 되었다는 것은 중요하다. 기업은행이 이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전새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전새얀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욱 제대로 역할을 못하던 박정아가 4세트에 나와 7득점을 하며 기업은행을 3연패로 몰아넣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마지막 경기를 지배했다는 점에서 박정아가 보인 활약은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클러치 박이라는 별명답게 마지막 세트를 정리한 그가 살아나면 도로공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다.

마음고생이 클 수밖에 없었던 이고은 세터가 이번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도로공사는 빠른 공격을 표방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세터가 빠르게 볼을 배급해야 하고, 유기적으로 팀원들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이고은 세터는 이번 직접 공격도 하고, 켈시와 호흡도 잘 맞으며 기업은행을 힘들게 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책이 줄고 빠른 공격에 대한 가능성을 자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고은 세터의 활약이 좋은 경기였다.

켈시가 28점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2년 차 외국인 선수라는 점에서 상대가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것 역시 켈시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기는 그가 2년 차 외국인 선수로서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지 잘 보여준 경기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이고은 세터가 좋은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기업은행 조송화 세터는 이번에도 그리 돋보이지 못했다. 서브 실책도 자주 나왔고, 4세트 24점을 만들어주는 과정 역시 서브 실책이었다는 점에서 경기 전체를 봐도 아쉬움이 많았다.

중요한 시점 의도적으로 표승주에게만 공을 올리며, 라셈 공격력을 배가시키지 않은 것도 아쉽다. 감독의 지시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득점력이 좋은 선수에게 공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왜 라셈에게 공을 주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드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은 아쉽게 다가온다.

도로공사는 이길만한 경기를 했다. 기업은행은 이기기 어려운 경기를 했다. 리시브 불안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핵심 4인방의 경기력은 여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지배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IBK기업은행 라셈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은행 서남원 감독은 3연패 속에서도 선수들을 믿어줬다. 변화를 주기보다 핵심선수들이 스스로 이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서 감독의 능력을 보여준다. 조바심으로 팀 전체를 망가트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결국 기업은행이 살아날 수 있는 힘은 핵심 선수들이 부진을 씻고 스스로 이겨내는 것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특정 선수를 언급하지 않고 훈련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서남원 감독의 말엔 선수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고참 선수들이 경기력을 회복해야만 신인 선수들도 활약할 수 있다는 확신이 답이다. 이를 이겨낸다며 신인들로 팀 전체에 변화를 주면 그나마 가질 수 있는 장점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결국 기업은행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 3인방과 세터가 살아나야 한다. 라셈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의 득점력을 키워내기 위한 공격 전술도 짜야 한다. 외국인 선수 중 공격 포인트들에서 3위인 라셈을 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한국 경험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보다 많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기업은행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2연패의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의 맞대결에서 도로공사가 웃었다. 도로공사는 승리를 얻으며 부진을 씻을 가능성을 열었고, 기업은행은 약점이 더욱 부각된 3연패였다. 과연 기업은행이 언제 연패를 탈출하고 강력함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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