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힐링캠프의 섭외가 눈부실 정도다. 이번에는 배우 최민식이다. 최근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한석규 충격을 맛본 뒤라 그 이름이 더욱 반갑고도 흥분된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최민식은 영화배우답지 않게(?) 배가 불룩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해는 금물이다. 아무리 인간적인 배우라 할지라도 관리를 포기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2월 2일 개봉하는 영화 속 배역 때문에 일부러 체중을 늘렸다.
이유가 있는 살찌움이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배우 최민식에 인간 최민식의 친밀감을 더해주어서 티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허름한 식당 옆자리의 수다를 훔쳐보는 느낌을 갖게 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것이 배우라지만, 가식 없는 배우 최민식은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는 일에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이경규 학교 3년 후배인 최민식은 명배우라는 수식어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동네 아저씨 모습으로 예능 카메라 앞에 섰다.
최민식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배우는 한석규이다. 드라마 서울의 달과 영화 넘버3에서 같이 출연한 것도 있지만 비슷한 연배의 두 명배우는 사뭇 다른 연기 세계를 보이면서도 이상하게도 닮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자연 힐링캠프도 교묘하게 한석규에 대한 평가를 끌어냈다. 양자택일 질문을 통해서 시크릿 가든의 현빈과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 중 하나를 택하라 한 것이다. 최민식은 숨도 쉬지 않고 한석규를 꼽았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그후 최민식이 열연한 취화선,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친절한 금자씨, 주먹이 운다 등의 명연기의 원천을 파이란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열거한 작품들 속에서 최민식은 한결같이 어두운 역할이었다. 힐링캠프에서 이경규는 최민식을 사슴의 영롱한 눈동자라고 놀려댔지만 사실 그것이 괜한 말이 아니다. 최민식이 연기를 기억하자면 그의 젖어있는 까만 눈빛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짙고 검은 눈빛으로 캐릭터의 광기들을 소화해낸 것이다.
최민식은 1997년 이후로 티비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다. 영화도 좋지만 좋은 드라마로 다시 만나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 근거 없는 희망이지만 힐링캠프에 출연한 최민식을 보면서 드라마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게 했다. 힐링캠프는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배우 최민식의 드라마 연기에 대한 갈증을 더 키워주고 말았다. 그렇지만 두 주에 걸쳐서 길게 편성한 것이 최민식을 좋아하는 팬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일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