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미디어 공약을 발표했다. 1개의 공영방송을 남기고 나머지 공적 자본을 가지고 있는 언론은 전부 민영화해 '자유경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민영화 정책과 판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언론자유 확대를 위한 방송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홍카콜라TV' 방송화면 갈무리)

홍 후보는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자유 확대를 위한 방송개혁 7대 공약'을 발표했다. 홍 후보는 "집권하면 청와대는 언론사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이를 위해 방송 공·민영 체제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KBS1·EBS·아리랑TV를 '순수공영방송'으로 운영하고, KBS2·MBC·YTN·연합뉴스TV·서울신문 등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 계획이다.

이어 홍 후보는 "소위 노영방송 현상, 언론사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문제는 적극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홍 후보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가칭 '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개편해 각 부처로 분산·중복된 미디어정책 기능을 통합하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기구의 위상·권한·운영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정권이 바뀌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언론장악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언론을 믿지 않고, SNS를 통해 뿌려지는 가짜뉴스가 정론처럼 행실하게 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언론의 자유를 무제한 보장하겠다. 언론도 자유시장론을 내세우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홍 후보는 자신의 언론관에 부합하는 공영방송 모델로 영국 BBC, 일본 NHK로 들었다. 홍 후보는 "이런 순수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다. 나머지는 민영화해 자유경쟁하는 게 선진국 시대의 언론"이라며 "방송과 언론도 자유시장 경제원칙에 따라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도태되고, 잘 되면 일류 언론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홍 후보는 지난 7월 발표한 공약에서 KBS 수신료 폐지를 공약했다. 홍 후보는 공약집 10번 항목인 '미디어 환경조성'에서 "KBS·MBC도 허울좋은 이름뿐인 공영방송의 탈을 벗고 민영화 시대를 열어야 하고, KBS 수신료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BBC와 NHK의 수신료는 이들 방송사 재원의 80~90%를 차지한다. 홍 후보가 주장하는 '순수공영방송' 모델이 BBC, NHK를 얘기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뒤따른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희망공약집' 중 미디어 공약 갈무리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방송사 사장·경영진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순수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여야 정치권이 이사를 추천하는 관행에 따라 구성되고 있어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비판을 받는다. 제도적으로 정치적 후견주의를 끊어내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불관여 선언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윤석열·유승민 등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MBC 민영화' 주장이 현실성 없다는 정치권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유승민 후보의 'MBC 민영화' 주장이 MBC를 재벌 대기업에게 넘기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MBC 지분구조가 방송문화진흥회 70%, 정수장학회 30%인 상황에서 MBC를 민영화한다고 해도 수조원의 자산을 투자할 수 있는 재벌 대기업만 MBC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MBC 민영화를 주장할 수 있지만 대선주자 정도의 위치라면 방송 관련 주장을 할 때 면밀히 분석한 뒤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력하게 회자되는 후보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언론·미디어 공약을 제시한 점 자체는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이명박 정부 때 못했던 공적영역을 최소화 작업을 하려는 것으로 보여 동의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 어떤 점이 더 나아지는지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그동안 무너졌던 공적영역을 다시 활성화하는 부분이 들어가야 한다. 미디어환경이 변하면서 기존의 공영방송만으로는 공적미디어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손 대지 않겠다는 선언도 사실 공적영역을 다 축소시켜놓고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국민의힘 전신 정부·정당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노영방송 타파'를 주장하는 홍 후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반노동과 노조 혐오가 정체성이라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공영방송을 건드리지 않겠다면서 노영방송이라고 얘기하는 건 모순"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언론장악을 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노영방송 해소였다"며 "노조는 노동법에 의해 자기 권리를 가지고 운영되는 것이다. 노조 때문에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진단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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