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격랑에 휘말렸다. 욕설과 조작이 주된 이슈인데, 3천명이 넘는 관객 중에서 한두 명이 욕설을 했다고 해서 사실 큰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 경품을 내걸어 사행성을 조장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군중 속에는 항상 일탈자가 나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품이 아니더라도 당시의 진행 방식에서는 불만을 살 수 있었다는 점도 제작진에서는 충분히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보다 더 심각하게 대두된 문제는 조작논란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노홍철이 줄리엔 강에게 닭싸움 코치를 받으러 간 장면이다. 먼저 하하가 김종국을 찾아간 장면이 잠시 흐르고 화면이 바뀌면서 자막으로 ‘같은 날...’이라고 고지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줄리엔 강이 무한도전 촬영에 대해서 트위터에 언급한 날이 26일인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조작설이 일파만파 퍼져나가게 된 것.

논란이 일자 무한도전 김태호PD는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조작설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본래는 하하와 홍철 모두 대결 전에 다른 연예인들에게 코치를 받으려고 했지만 노홍철의 스케줄 문제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 결국 두 사람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추가 촬영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다만, 추가촬영임을 밝히지 않고 사전에 촬영한 것처럼 편집된 것은 실수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의 경우 실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실수란 의도를 갖지 않은 행위여야 성립된다. 자막을 제작하고, 삽입하는 과정은 모두 무한도전 제작진이 하는 일이다. 그 결과, 이미 추가 촬영 자체가 사전에 연습한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를 갖고 시도한 것이기에 조작까지는 좀 심할지라도 실수라고 무마할 정도로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확보된 방송분량의 균형이 맞지 않아 노홍철이 오해를 받을 상황이 걱정되는 상황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추가촬영 자체가 이미 ‘같은 날’이라는 자막을 쓸 것을 예정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마치 사전에 준비한 것처럼 보이려고 했던 것은 분명 의도적 제작에 해당되는 것으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하하는 많은 시간을 내서 김병만과 김종국을 찾아가 대결에 도움을 받았지만, 많은 종목에서 우세가 점쳐지던 노홍철은 그러지 않았다. 그 상황을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었다. 하하와 노홍철 중 누가 더 스케줄이 많은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하가 이번 대결에 더 진정성을 갖고 임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편이 좋았다. 토끼와 거북이 교훈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모든 멤버들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자 하는 PD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점에서 노홍철을 위한 후작업은 불필요한 배려였다. 억지로 방송 균형을 맞추려고 한 것 자체가 정직하지 못하고, 부자연스러운 발상이었다. 굳이 조작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렇다고 실수로 얼버무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한도전은 때때로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기에 무한도전에서 예능 그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김태호 PD의 진보적 의식과 천재적 재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시선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무뎌진다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를 준엄하게 꾸짖는 자세가 필요했다.

이번 일이 <패밀리가 떴다>의 참돔논란처럼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진의 더 솔직한 해명과 사과가 뒤따르기 바랄 뿐이다. 이번 일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쌓아온 도덕적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치열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읍참마속이란 말은 지금 무한도전에게 필요한 교훈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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