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리 의혹에 직면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지난 27일 전격적인 사퇴를 선택했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말이란 참 무섭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잇따르고 있는 비리 의혹에 자신의 직을 걸어 무고함을 호소하는 모양새다.

‘방송을 장악할 수도 장악할 생각도 없다’던 그였다. 이번엔 그를 향하고 있는 비리 의혹을 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리 의혹이 소문인지 사실인지를 가려낼 주체는 그가 아니다. 또한 가려낼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4년 남짓 되는 방통위의 지난 날로, 대표적인 것으로 종합편성채널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임자 윤곽도 드러났다. 청와대에 따르면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 손기식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홍기선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 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이 가운데 한 명을 이번 주 지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후보군에 거론되는 4명을 ‘방송․통신 분야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분들’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최시중 전 위원장의 ‘사퇴의 변’이나 청와대가 4명의 후보군에게 보내는 평가는 그 나물에 그 밥쯤 된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방송장악과 종편 출범을 제외한 방송․통신 분야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나타냈다고 인정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같은 의문은 청와대가 후보군으로 꼽고 있는 4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후임 위원장과 논의 테이블을 함께할 방통위 야당 추천 양문석 상임위원은 4명의 후보군에 대해 “뭐 피하려다 뭐에 치였다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혹평했다.

일부 언론은 방송 통신 분야의 전문성과 능력을 중심으로 이들 4명의 후보에 대한 검증을 시도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청와대가 제시한 잣대를 따른 것이지만 일부 언론이 각각의 후보를 검증한 결과가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4명 후보군 모두에게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 같은 언론의 검증 기준에 정작 중요한 대목이 제외됐다. MB 정부 내내 계속된 ‘고 소 영’이 다시 등장했으며 5인의 상임위원으로 운영되는 합의제 방통위에 한나라당 현역 정치인을 위원장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MB 멘토라는 최시중 전 위원장도 모자라 이번엔 현역 정치인을 위원장으로 꼽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 10조는 ‘정당법’ 제 22조에 따른 당원은 방통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고 의원이 의원직 사퇴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하면 법적인 자격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한 것은 아니다.

4명의 후보군 중 손기식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과 홍기선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 위원장은 MB정부의 ‘고 소 영’ 중 ‘고’와 ‘소’에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홍기선 위원장은 고려대 교수 출신이며 손기식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영동교회 장로 출신이다. 이 둘은 범 ‘고 소 영’계로 분류 가능하다.

고흥길 의원과 함께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이 4명의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종편을 위한 위원장”이라고 단정했다. 송도균 전 부위원장과 고흥길 의원은 2009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당시 각각 당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흥길 의원은 당시 국회 문방위원장이었다. MB와 청와대가 최시중 사퇴 이후에도 방통위는 종편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4명의 후보군을 통해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끝까지 방통위는 종편진흥위원회라는 소모적인 논란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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