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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에 시달린 방송 제작 스태프는 현장을 떠났다시민사회 '일터 괴롭힘' 현장 확인… "상급자 인식·시스템 바꿔야"
고성욱 기자 | 승인 2021.10.22 21:44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지난해 한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장시간 고성과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시민사회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언어폭력 피해자 A씨는 이 사건으로 드라마 제작에서 중도 하차했다. 위험한 방송제작 현장의 강압적 지시와 '일터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를 비롯한 4개 언론·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년여 동안 해당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하며 "명백한 일터 괴롭힘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초 한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촬영이 마무리 돼 현장을 정리하던 중 상급자인 가해자 B씨로부터 '지시하지 않은 일을 했다'는 이유로 고성과 욕설을 들어야 했다. A씨는 연신 사과했지만 B씨는 약 15분가량 폭언을 이어갔다. B씨는 A씨를 채용한 상급자였고, A씨는 해당 부서 막내였다. 

같은 해 5월 말, A씨가 하차의사를 밝히자 B씨는 A씨를 바깥으로 불러내 1시간가량 또다시 욕설과 폭언을 했다. B씨는 술을 마신 상태로 일을 그만두겠다는 A씨를 향해 욕설과 함께 '너는 남자가 뭘 보여주지도 않고 그만두느냐'며 질타했다. 

A씨는 하차 이후에도 업무상 용무 때문에 B씨의 연락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B씨는 A씨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B씨는 다른 스태프들에게 '원래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욕도 좀 하고 그러지 않냐'는 등의 말을 해 사건을 무마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A씨는 이를 계기로 사건을 공론화하기로 마음먹고 한빛센터에 제보했다. 

한빛센터는 A씨와 B씨의 입장차가 너무 커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언론·노동시민단체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진상조사위는 면담조사와 목격자 진술 등을 거쳐 A씨 피해사실을 확정했다. 진상조사위는 B씨가 작성한 사과문을 A씨에게 전달했고, B씨로부터 '진상조사결과 부정 및 2차 가해 금지' 동의서를 서명받았다. 또 진상조사위는 B씨가 소속된 단위에 진상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재발방지를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터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며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와 개선되지 않는 배경 등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가해자 B씨는 드라마 제작현장이 각종 장비와 전선이 즐비해 위험하기 때문에 스태프를 강압적으로 대하게 될 때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실제 한국 방송제작 현장은 통제의 방법으로 고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던 게 사실이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은 고성과 욕설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잘못된 관행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조사위는 "상급자들이 진정 드라마 스태프들의 ‘안전’을 위한다면, 안전한 촬영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드라마 제작 현장이 위계가 아닌 협력과 화합으로 변화하기 위해 정부와 방송사-드라마 제작사들이 책무를 방기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급자의 인식 전환, 산업안전보건법 위배 소지 점검, 스태프 안전교육 실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과 충분한 휴식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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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욱 기자  kswk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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