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영진 임명동의제를 지키기 위해 SBS 기자들이 기수별 성명을 잇고 있다. 20일부터 SBS 내부 전산망에 올라오기 시작한 성명은 입사 3년 차인 24기 기자들이 가장 먼저 쏘아올렸다.

24기 기자들은 “우리 구성원들이 힘차게 걸어온 길에는 ‘임명동의제’가 함께 했다”며 “SBS 가족이 된 지 3년, 길고도 아득했다는 ‘어두운 과거’를 후배들 몫으로 남기지 말아달라”는 호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난 3일 무단협 상태에 들어선 이후 본사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SBS본부)

24기 기자들은 최근 경영진이 ‘임명동의제’를 향해 쏟아낸 말들을 나열하며 “임명동의제 없이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으리라 자신할 수 있냐”고 물었다. 최근 경영진 명의로 올라온 입장문은 임명동의제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다”(6일),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뿐 아니라”(6일), “회사에 혼란을 일으킨 제도”(7일), “시행하다 문제가 발견된 제도”(7일), “이런 제도가 존속한다면 언제든지 소모적인 분쟁이 반복될 수 있고 회사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 것”(8일)이라고 주장했다.

24기 기자들은 “우리는 ‘SBS 기자를 통해 정부 예산 확보 로비를 했다’, ‘SBS 기자들에게 정권을 도와야한다는 보도지침을 내렸다’라는 화끈거리고 부끄러운 수년전 헤드라인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경영진이 우리만큼이나 SBS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임명동의제가 SBS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구성원을 설득하라”고 촉구했다.

17기 기자들은 “임명동의제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단 한차례도 방해받은 사례가 없다는 건 사측도 인정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임명동의제를 지키려는 SBS의 구성원들에게 ‘앞으로 있을 임금협상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무슨 얄팍한 수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측에 분명히 경고한다”며 “언론사를 운영하는 사주가 지켜야할 공익적 책무를 잊지 말라. 노조의 정상적인 활동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낙인찍으며 어쭙잖게 구성원들을 갈라치기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16기와 16.5기는 “지난 세월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정의가 아닌 부정의에 의해,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인 경로로 우리의 보도가 유린된 적이 있었다”며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마련한 결과가 ‘임명동의제가 명시된 우리의 단체협약’이었다”고 짚었다.

이들은 “임명동의제는 경영진의 권한인 ‘임면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경영활동·영리활동을 제한하는 장치는 더더욱 아니다”며 “임명동의제가 존재하던 시기에도 SBS는 흑자를 냈고 경영진은 이를 치적으로 삼으며 높아진 콘텐츠 경쟁력을 자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명동의제 성과를 부인하는 건 SBS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우리는 결코 부끄러웠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2일 SBS는 무단협 20일차에 접어들었다. 사측은 노조의 양보안을 거부한 이후 임명동의제 전면 삭제를 고수하고 있다. 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26일 노조 창립 23주년을 앞두고 노조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다시 살펴봤다”며 “사측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를 얕잡아보고 노조와 구성원을 겁박해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본부는 오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문장의 바람막이를 입고 출근할 것과 ‘되찾자 단체협약’이 적힌 사원증 케이스를 패용할 것을 조합원들에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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