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을 미화한 망언에 대해 사과를 거부하면서 언론의 비판 사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의 TV토론 실력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두환 미화 발언을 "갑자기 튀어 나오는 말실수"라고 치부했다.

20일 배성규 논설위원은 조선닷컴에 올린 <윤석열 TV토론 실력 늘었다는데, 알고 보니 '카게무샤' 있었네>에서 "최근 ‘1대 1 맞수 토론’이 진행되면서 검찰총장 출신으로 정치 초보인 윤석열 후보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썼다.

배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이 과거보다 진전된 토론 능력을 보이고 있고, 숨은 비결은 '카게무샤(대역) 트레이닝'이라고 했다. 배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이 달라졌다는 캠프 관계자들의 발언을 전하며 "과거처럼 우물쭈물하며 수비만 하던 데서 벗어나 상대의 공격을 맞받아치고 때로는 아웃복싱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배 논설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 튀어 나오는 말실수"라며 여야에서 비판받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조선일보 10월 20일 <윤석열 TV토론 실력 늘었다는데, 알고 보니 '카게무샤' 있었네> 갈무리

21일 주요 언론 절대 다수가 사설을 통해 '전두환 망언'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윤 전 총장을 질타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된 조선일보의 사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윤 전 총장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는 망언에 대해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20일 오후 대구경북 TV토론회에서 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비판이 이어졌으나 윤 전 총장은 자신의 말을 잘라 왜곡한다는 식의 해명으로 일관했다. '1일 1실언'이라는 별명을 가진 윤 전 총장은 발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경쟁자와 언론 등을 겨냥해 책임을 돌려왔다.

이어 윤 전 총장은 5·18 희생자와 유족들을 향해서는 "아직도 트라우마를 갖고 계시므로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말했다. '전두환 망언'은 사과할 일이 전혀 아니지만 5·18 피해자들을 대선후보로서 '위로'하겠다는 시혜적 인식이다. 같은 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윤석열 캠프 대구선대위 발대식에서도 윤 전 총장은 "어느 정권이든 효과를 내고 좋았던 것은 다 찾아서 벤치마킹 해야지"라고 말했다.

윤석열 덕에 새삼 재조명되는 전두환

중앙일보 <부적절한 '전두환 옹호' 발언, 윤석열 실언 몇 번째인가>
동아일보 <윤석열의 전두환 관련 발언, 화법이 아닌 소양의 문제다>
문화일보 <윤석열의 전두환 정권 인식도 잇단 구설도 어이없다>
국민일보 <'전두환 옹호' 망언 반성하고 사과하라>
세계일보 <尹, 전두환 옹호 논란…실언 반복하며 국민신뢰 얻을 수 있나>
한국일보 <"전두환 정치 잘했다"는 윤석열 발언, 어이없다>
서울신문 <전두환 옹호 발언한 윤석열, 역사인식 있긴 한가>
경향신문 <'전두환 미화' 위험한 정치관 드러낸 윤석열, 엄중 사과하라>
한겨레 <'전두환 망언' 반성 없는 윤석열, 대선주자 자격 있나>

중앙일보는 군사 쿠데타와 5·18 외에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화운동 탄압, 언론 통폐합 및 독재, 인권 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전두환 정권의 문제점이 차고 넘친다며 "이러니 윤 전 총장의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이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총장의 실언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이완용이 나라 판 것을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여당 비판을 정치 공세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신군부의 권력 찬탈 자체가 윤 전 총장이 대학 1, 2학년 때 벌어진 일이다. 이런 역사를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면 어떻게 '정치는 잘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겠나"라며 "인식과 소양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의 발언은 대선주자로서 '자책골'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며 "①역사에 대한 기울어진 인식과 ②설익은 통치관을 드러낸 데다 ③반복되는 '남 탓 대응'으로 대통령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스스로 키웠다"고 진단했다.

한국일보는 "'시스템 통치'를 강조한 맥락이지만, 위험한 통치관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며 "'대통령이 권한을 대폭 내려놓는 시스템 통치'가 가능한지부터 논란이다. 정치·정책을 잘 모르는 대통령이 전문가를 감식해 인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구나 전두환 정권은 살생·공포 통치의 상징"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전두환의 한계는 김영삼 정권의 하나회 해체에 쏟아진 박수 하나만으로 뚜렷하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이쯤 되면 그릇된 역사의식만 문제인 게 아니라 정치인의 기본 자질인 성찰과 공감 능력마저 결핍한 게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에게 '왜곡된 역사관'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언제나 내가 옳다는 독선, 남들이 뭐라든 내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아집"이라고 썼다.

동아일보 해직기자이자 재야민주화 운동가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축소·은폐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옥중메모'를 쓴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이날 한겨레에 <윤석열씨, 정치 그만두시오>라는 기고문을 냈다. 이 이사장은 전두환 정권에서 자신이 겪은 삼청교육과 민주화운동 탄압을 나열하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팔십 나이에 다시 나설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한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윤 전 총장 '전두환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는 소식 기사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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