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일 장애인단체가 KBS가 투자·제작한 영화 ‘F20’이 조현병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며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영방송이 장애인에 대한 인권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밝혔다. 영화 ‘F20’은 오는 29일 KBS2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F20’은 조현병의 질병분류코드다. 영화 'F20'은 엄마 '애란'(장영남 역)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병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심리스릴러다. KBS가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스페셜’을 확장해 제작한 첫 번째 영화로 순제작비 7억 원이 투입됐다. 지난 6일 영화관에서 개봉한 뒤 15일부터 웨이브, Btv 등 OTT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영화 'F20' 스틸컷

영화 'F20'을 관람한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 장애인단체는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KBS에서 방송예정인 드라마 F20의 조현병 환우와 가족에 대한 극심한 인권침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KBS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영화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영화는 조현병을 앓고 있으면 이웃에게 죄지은 것마냥 숨어지내고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권 소장은 “영화 중간중간 조현병 당사자들이 길고양이를 살해했다고 암시하고, 과거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편견을 재생산한다”며 “실제 범죄율을 보면 장애인 범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신장애인들을 모욕하는 영화 상영을 당장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배점태 한국조현병회복협회 ‘심지회’ 회장은 “영화는 관객들에게 조현병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남겨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며 “조현병에 대한 공포감을 주기 위해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을 표현하는데 조현병과 사이코패스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배 회장은 “2019년 발생한 진주 방화 사건 등 조현병을 앓던 이들이 저지른 범죄 사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 문제적”이라며 “조현병을 앓는 이들은 모두 살인자인가. KBS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영화 F20 상영중단 촉구'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실제 조현병을 앓고 있는 강욱성 씨는 “우리는 위험한 무기를 들고 난도질하지 않는다. 아들의 병을 숨기기 위해 엄마가 이웃 주민을 살해하는 장면은 정말 끔찍하다”며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릴러 소재로 조현병을 활용하는 게 맞냐”고 비판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놓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며 “국민의 방송에서 차별을 조장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게 피해주는 이들이 아니고, 장애인은 숨어서 살 사람들이 아니다. 피해주지 않고 인간답게 같이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는 영화 제작진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모든 매체의 F20 상영 즉각 중단 ▲장애인혐오에 대한 KBS의 공개적인 사과 등을 요구했다.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영화 ‘F20’ 관련 질의가 나오자 양승동 KBS 사장은 “좋은 취지에서 기획됐는데 일부에 이같은 반응이 나와 안타깝다”며 “영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 편견,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고 출발한 드라마로 막상 영화를 본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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