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취향입니다. 자신이 번 돈을 원하는 곳에 쓰겠다는데 한 개인의 소비 형태나 취미 생활에 대해 다른 사람이 무어라 지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삶의 목적이나 돈을 버는 이유는 각기 다른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그 사람의 선택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억울하다면 벌면 되는 것이고, 이상하게 생각된다면 내가 그렇게 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살아가는 사회,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과 자신이 그렇게 산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요? 보여주는 직업이니만큼 화려함과 독특함은 필수일 것이고, 그 정도가 조금은 남다를 수는 있겠지만, 굳이 내가 이렇게 살아왔다며 과시하듯 뽐내는 것은 자신을 향한 비호감의 정도만 더욱 배가시킬 뿐인 쓸데없는 솔직함입니다. 서인영과 변정수를 중심으로 패션 특집으로 꾸민 이번 주 해피투게더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이 바로 이런 거부감, 불편함이었어요. 왜 이들의 허세를 굳이 공중파에서 방송해주는지를 잘 모르겠더군요.

물론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세계입니다. 평범함보다는 기발함을, 조금 더 독창적인 꾸밈을 고안하고 선도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패션을 이끌어내는 이들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소 이해하기는 난해한 리폼 의상이나 독특한 액세서리, 유별난 취향 등을 가지고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한국어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굳이 영어 단어를 섞으면서 표현하는 방식도 그 의미를 보다 엄밀하게 지정하기 위한 섬세함이라고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그들은 특별함, 남들과 다름을 자신들의 가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도, 정작 방송에서 이들이 과시했던 부분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것을 창조하고,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으며, 그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났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닙니다. 즉 자신들이 선도했다고 하는 전문가로서의 면모는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해외에서 공부를 많이 했었고, 남들이 주목하는 패셔니스타이고, 모두가 친하고 싶어 하는 패션 디렉터라는 말은 지속적으로 주입시키지만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유명해졌는지는 도통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내가 누구를 꾸며줬다. 내가 어떤 유명 연예인과 친하다는 인맥 과시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이런 자랑이 전부는 아니었겠죠. 분명 이들이 공헌했던 일련의 흐름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실력이 이런 유명인들과의 친분을 유지시켜 줄 수 있게 해주었겠죠. 하지만 정작 방송에서 우리가 전달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누구랑 친하니까 대단한 사람이다. 난 누구와 이런 것도 해봤다는, 사자 등을 입은 밉살스러운 여우의 허세밖에는 없었어요. 그냥 꼴불견이었죠.

그 와중에 서인영은 상상하기 힘든 금전감각을 보여주며 파산 위기를 고백하고, 엄청난 가격의 옷을 자랑하며 자신의 패션 사랑을 과시합니다. 이정재가 카드빚을 막아 주었다며 자랑스럽게 친분을 자랑하는 우종환의 인맥자랑이 이어지고, 자기는 고소영과 호떡을 같이 먹을 정도로 친하고 그래서 이젠 장동건과도 자연스럽게 친하게 되었다는 자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그냥 그래 유명인들과 친하게 지내서 좋겠다 하며 부러워해야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MC들의 과장된 리액션처럼 진짜 멋지다고 감탄해야 하나요?

토크쇼는 별난 사람들을 소개시켜주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해피투게더는 이들 유명인과 함께 그저 평범한 목욕탕에서 신나게 놀고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박하지만 시시하지 않는 동네 잡담 장소 같은 곳이었습니다. 아무리 톱스타라고 해도 물세례를 맞으며 얼마든지 망가지고, 유재석과 MC들과 함께 미숙한 춤사위를 벌이는 작은 잔치 공간이었죠. 하지만 이번 주 방송은 그저 게스트들에 대한 거부감과 비호감만이 증폭되는 괴상한 파티였습니다. 기존 MC와 G4, 초대 손님까지 무려 14명이나 북적거리는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난장판이기도 했구요. 4월 개편 때까지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제작진의 설명이 있기는 했지만, 분명 지금의 해피투게더는 이상합니다. 고쳐나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유재석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 해도 그 생명력을 장담할 수 없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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