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9일 중소방송공동 주최로 ‘방송광고 결합판매의 현 과제와 중소방송 공적지원 방안 모색’ 세미나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가 더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데 동의했다.

대안으로 OTT·포털 사업자에게 기금을 거둘 수 있도록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디지털 서비스기금'으로 확대하고 효율적 배분을 위해 '통합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5월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날 세미나에 중소방송사장이 모두 참석했다.

19일 열린 ‘방송광고 결합판매의 현 과제와 중소방송 공적지원 방안 모색’ 세미나에는 국정감사로 불참한 이강택 TBS 대표이사를 제외한 중소방송사장단이 모두 참여했다. 이선재 BBS 사장, 김진오 CBS 사장, 조정래 CPBC 사장, 김유열 EBS 부사장, 권혁철 경인방송 사장, 김학균 OBS 사장, 이관도 WBS 사장,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등과 토론자들 (사진=CBS)

박성제 한국방송협회장은 “우리 내부에서 방송사업자끼리 예산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지상파방송사가 위기에 처한 것”이라며 “지상파방송사와 결합판매로 묶여있는 중소방송사가 해결하라고 해서는 안 되고 구조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결합판매제도가 중소방송사의 공익성에 크게 기여해왔지만 미디어환경이 변하면서 지상파 광고 매출이 하락하고 지원액도 줄어들고 있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지상파광고 매출액이 2012년 2조 1930억 원에서 2020년 9957억 원으로 54.4% 감소했다. 그에 따라 결합판매 광고 매출액도 2480억 원(2012년)에서 1099억 원(2020년)으로 55.9% 감소했다”며 “줄어들고 있는 재원을 가지고 중소방송사가 나눠 먹는 게 아닌, 재원을 새로 확보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결합판매 제도를 통해 중소방송사를 지원하는 이유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다양성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며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적재원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맞춤형 콘텐츠 소비 시대에도 중소 방송사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는 중요하다”며 “이들의 역할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줄어드는 지상파 광고비용을 나눠 갖는 지금의 갈등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방발기금 재분배, 단기 처방에 불과"

심 교수는 “OTT, 포털 사업자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방발기금 납부 범위를 확대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일한 수익을 얻는데 지상파 사업자들에게만 납부의무가 가중된 건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눠진 정부 부처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 교수가 제안한 '디지털서비스기금'은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도입한 ‘보편적 디지털서비스세’와 영국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서비스세'와 유사하다. 방송통신영역에서 하나의 통합기금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미디어 기금을 확대하자는 내용으로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 기간통신사업자, 부가통신사업자, 글로벌 CP에 대해 납부 의무가 부과된다. 심 교수는 “현행 제도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방발기금을 재분배하는 안이지만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 지역방송사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광고 업무를 코바코가 대행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방송통신 관련 홍보매체에 대한 정부광고대행 수탁기관으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지정하고, 해당 대행 수수료 사용 목적으로 ‘지역 중소지상파방송발전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같은당 이상민 의원은 방송매체 정부광고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대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심 교수는 변재일 의원의 발의안과 관련해 “언론진흥재단이 연간 1000억 원 정도 정부 광고 수수료를 받지만 이 가운데 65%는 관리비용 및 재단사업비로 사용돼 기금은 35% 수준만 예입된다”며 “정부 광고에서 방송 매체의 비중은 연간 3000~3500억 원 수준으로 이중 10%인 정부 광고수수료는 300~350억 원으로 실질적인 기금 규모는 100억 원 내외다. 실효성 있는 중소방송 직접 지원비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방발기금을 쪼개 중소방송사를 지원하는 방안은 안정성이 없다”며 “방발기금을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미디어통합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정책협력실장은 “결합판매제도가 일몰되면 EBS, OBS, TBS는 방통위와 공적책무협의를 맺고 이에 따른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결합판매제도 일몰 기간 동안 지원해주는 지원금에도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중소방송사 전문 미디어렙 도입 역시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방송의 방발기금 부담을 줄이고 IPTV로부터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 위원은 ▲정부광고법 개정을 통해 정부광고 업무를 코바코에 위탁하는 안 ▲지역중소방송사에 한해 협찬광고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안 ▲재허가·재승인 시 광고결합판매하는 사업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안 ▲결합판매하는 광고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안 ▲크로스 미디어렙법 도입 등을 제안했다.

방송광고 결합판매 현황 (자료제공=홍문기 교수 발제문)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는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지역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지상파방송 광고매출이 감소하고 광고주가 결합판매를 기피하자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5월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며 방통위는 연구반을 구성해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합헌 결정이 날 경우 제도개선을 위한 시간이 확보된다고 판단, 결합판매 제도에 대한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지상파방송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경우 빠른시일 내에 제도개선과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다.

위헌 결정이 난다면 미디어렙법 20조는 즉각 효력이 상실된다. 이 경우 결합판매 제도 자체가 폐지되기 때문에 지역·중소방송사의 광고수입은 단기간에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는 이에 긴급지원 형식으로 공적재원을 통한 지역·중소방송사 지원방안을 마련,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신속한 제도개선과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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