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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천적’ 조계현, LG 마운드 살릴까[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2.01.27 11:25

1989년 프로에 데뷔한 투수 조계현은 선동열에 가렸지만 ‘해태 왕조’의 1등 공신 중 한 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13년 동안의 프로 선수 생활 중 마지막 4년은 삼성과 두산에서 보냈지만 해태의 검정색 하의와 빨간색 상의, 그리고 역동적인 투구 동작으로 여전히 각인되고 있습니다. 즉 조계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해태맨’이었던 것입니다.

‘싸움닭’이라는 별명답게 조계현은 승부욕에 불타는 공격적인 성향의 투수였습니다. 1991년 4월 12일 잠실 LG전에서 3:1로 앞선 7회말 등판한 조계현은 9회말 3개의 볼넷을 내주며 난조를 보이다 이광은에게 역전 끝내기 2루타를 허용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패전의 분을 삭이지 못한 조계현은 바로 다음 날 선발 등판을 자청했고 7.1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LG에 당한 끝내기 패배를 설욕했습니다. 마무리 투수가 다음 날 선발 등판하는 것은 투수 보직이 분업화된 현재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조계현의 승부욕을 남달랐습니다.

   
▲ 프로야구 30주년 리셉션 참석한 조계현 코치 ⓒ연합뉴스
조계현은 유난히 LG전에 강했습니다. 1993년 4월 11일 광주 해태전에서 조계현은 9회초 2사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노히트 노런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남기고 송구홍에게 안타를 허용해 조계현은 노히트 노런 달성에 실패했지만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단 한 번도 노히트 노런을 당한 적이 없는 LG로서는 위기일발이었습니다.

‘LG 천적’ 조계현의 명성은 LG가 최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중반에 이룩한 것이기에 더욱 놀랍습니다. 조계현은 노히트 노런에 실패했던 1993년 4월 11일 이래 1995년까지 LG전 12연승을 구가했습니다. LG는 1995년 8월 18일 잠실 경기에서 에이스 이상훈이 등판해 1:0으로 완봉승하며 조계현의 LG전 연승 행진에 간신히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조계현은 중견수 김훈의 실책으로 인해 1실점한 것이 결승점이 되었는데 완투 끝에 당한 패전이라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조계현은 LG 우완 에이스 김태원과의 맞대결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김태원은 호투하고도 타선의 지원을 얻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쓰곤 했습니다.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이 버티고 심재학이 가세한 막강 LG 타선이었지만 조계현에게만큼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LG가 조계현을 무너뜨린 것은 1997년 단국대를 졸업한 신인 이병규가 입단한 뒤였습니다. 이병규는 조계현이 등판할 때마다 마구 두들기며 ‘LG 천적’인 조계현의 천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당시 이병규는 조계현을 두고 ‘내가 신인이지만 성의 있게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당돌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어언 15년의 세월이 지나 조계현은 수석 코치로 LG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향해 당돌한 발언을 한 이병규와 한솥밥을 먹게 된 것입니다. 조계현 코치는 현역 은퇴 후 KIA, 삼성, 두산에서 투수 코치로 몸담았지만 코치로서의 성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삼성 투수 코치 시절에는 감독의 의중과 달리 엉뚱한 투수를 선발 예고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습니다.

조계현 수석 코치는 LG의 실질적인 1군 투수 코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태 감독이 야수 출신으로 코치 경험도 부족하며 1군의 두 명의 투수 코치인 차명석, 강상수 코치 역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LG는 1월 15일 투수조와 야수조가 각각 사이판과 오키나와로 나뉘어 전지 훈련지로 향했는데 투수와 포수 21명의 구성된 투수조는 조계현 수석 코치의 인솔 하에 출발했습니다. 올 시즌 투수진의 전반적인 운영은 조계현 수석 코치의 몫이 될 듯합니다.

FA 3명의 이적으로 LG는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지만 타 구단에 비해 뒤지지 않는 선발 투수진만큼은 온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1선발 박현준이 체력 테스트에 탈락해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송신영의 이탈을 메울 새로운 마무리와 좌완 셋업맨을 비롯한 필승 계투진의 재편성 또한 시급합니다. ‘LG 천적’ 조계현 코치가 LG 마운드를 재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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