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도 이런 우연은 다시는 없을 것 같다. 해피투게더를 보면서 혼자 무릎을 치며 웃은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은 요즘 수목드라마의 부동의 인기를 누리는 해를 품은 달을 본 후에 해피투게더를 본 사람은 느낄 수 없다. 트렌드와 상관없이 난폭한 로맨스와 해피투게더를 연이어 시청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예기치 않은 보너스였기 때문이다.

난폭한 로맨스는 재미에 비해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불가사의를 안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동욱의 옛 애인으로 소녀시대 제시카가 출연하게 된 것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갖게 했다. 그렇지만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매미포옹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넘버원 걸그룹의 유명세를 과시하며 일단 걱정보다는 기대 쪽에 무게감을 갖게 했다. 게다가 명연기라고는 할 수 없어도 처음 하는 것치고는 합격점을 주어도 무방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이기까지 했다.

연기력 논란에 시작과 함께 좌초한 부탁해요 캡틴의 구혜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하는 해를 품은 달의 시한폭탄 한가인으로 잡음이 들끓는 와중에 다행이기도 하고,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제시카는 소녀시대 멤버답게 비주얼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 게다가 생크림 같이 달콤하고 간지럽기까지 한 제시카 특유의 목소리는 난폭한 로맨스를 달콤하게 바꿔버렸다. 그런 제시카의 등장으로 선머슴 같았던 이시영의 여성성과 비주얼 회복을 앞당기고 있다.

난폭한 로맨스 8회는 강종희 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제시카의 분량이 의외로 많았다. 초절정 애교로 이시영을 열폭하게 만드는가 하면, 자기를 욕한 서윤을 찾아가서는 얼음공주라는 오랜 별명답게 싸늘한 표정으로 따귀를 때리는 모습까지 조울증을 갖고 있는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그런 제시카 곁에는 쇼트라는 고양이 한 마리가 분신처럼 같이 다닌다.

제시카 미모에 현혹되지 않고 이 고양이를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고양이 발을 감싸고 있는 하얀 장갑이다. 그저 드라마만 볼 때는 그 장갑이 강아지 옷처럼 보호용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그 장갑이 상황에 따라 보였다 안 보였다 해서 살짝 호기심이 생겼다. 왜냐면, 주변에 애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지만 고양이 장갑은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궁금증을 풀어준 것이 다름 아닌 해피투게더였다. 해피투게더에는 3명의 스타와 3명의 스타일리스트가 출연했다. 이 조합에서는 자연스레 연예인 협찬에 대한 에피소드가 소개될 수밖에 없다. 스타일리스트들이 토로한 협찬의 어려움은 드라마라고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본사 샘플 의상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서 결국 매장에서 판매용 의상을 가져온다. 그런 협찬품의 경우 제품이 상할 경우 전적으로 스타일리스트 책임이라서 때로는 몇 천만 원짜리 의상이 훼손되어 구입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는 것.

값 비싼 협찬 의상을 훼손시키는 최강자가 고양이라고 한다. 고양이를 길러본 사람은 알겠지만 강아지가 물어뜯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고양이들은 앞발로 긁는 것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고양이는 낯을 심하게 가리는 탓에 주인이 아닐 경우 좀처럼 얌전히 안겨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NG도 자주 나겠지만 그것보다는 협찬의상이 망가지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난폭한 로맨스의 제시카 애완고양이 쇼트의 고양이 장갑은 바로 협찬 의상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고양이 장갑에 궁금증을 가진 채 해피투게더를 봤다면 이 절묘한 우연에 웃음이 터졌을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다양한 우연이 존재하지만 드라마와 예능이 이렇게 들어맞는 경우는 신기할 정도로 흥미로운 일이다. 이런 일은 전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난폭한 로맨스와 해피 투게더의 절묘한 궁합이 놀라울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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