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연합뉴스
각종 비리 의혹에 직면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더해졌다. 최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 전 보좌역이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후 국회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받기만 한 게 아니라 주기도 했다는 의혹이 더해진 셈이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 아시아경제를 통해 돈 봉투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그는 아시아경제를 통해 “정 보좌관이 국회의원회관 의원실로 찾아와 명함을 건네며 최시중 위원장이 해외출장을 갈 때 (의원)용돈으로 쓰라고 전해달라며 500만 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돈봉투에는) 5만원 신권 100장이 들어 있었다”, “의원 지시로 정 전 보좌역 지인에게 돈 봉투를 돌려줬다”고 말했다.

정 전 보좌역이 돈 봉투를 건넨 시점은 2009년 7월 종편 출범 여부가 걸려 있는 미디어법이 직권 상정으로 통과된 후로 알려졌다. 최시중 위원장이 정용욱 보좌역을 시켜 관련 의원들에게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된 답례로 돈 봉투를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간의 관심은 당시 정용욱 보좌역으로부터 누가 돈 봉투를 받았는가로 쏠리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용욱 보좌역이 돈 봉투를 전달한 곳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친박계 의원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적어도 문방위 민주당 의원들은 아니며 또한 친이계 의원들도 아니라는 얘기다.

당시 미디어법 처리에서 거리를 두던 친박계 의원들의 지원은 필수적인 상황으로, 특히 박근혜 의원의 날치기 동조를 이끌어내는 데 친박계 의원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정황이 근거로 깔려 있다. 박근혜 의원은 미디어법 처리 반대에서 입장을 바꿔 결국엔 날치기에 가세했다.

또한 돈 봉투가 의원들이 해외출장 갈 때 쓰라고 하는 여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친박계 의원들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한나라당의 이정현, 최구식, 한선교 의원과 친박연대의 김을동 의원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전액 지원으로 9월 1일 출국, 비엔나 영화제를 참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문방위 소속 위원들이며 친박계 의원들로 꼽힌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친이계가 최시중 위원장의 연루 가능성이 높은 돈 봉투 살포 의혹을 2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폭로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돈 봉투 의혹 저변에 깔려있는 미디어법 날치기와 문방위, 해외출장 등을 고려하면 이정현, 최구식, 한선교, 김을동 의원 등이 교집합 속에 모아진다. 물론 폭로한 보좌관은 돈 봉투를 돌려주었다고 말해 이들 친박계의 의원들에게 제기되는 시비를 차단했다.

다만, 친박계측의 폭로라는 전제 위에서 이번 폭로의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인지는 따져볼만한 문제다. 아니면 최시중 위원장을 향하는 비리 의혹 메뉴에 돈 봉투 살포 의혹이 추가된 것뿐일 수도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친박계의 좌장인 홍사덕 의원은 최시중 위원장에게 방통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에 이번 폭로를 더하면 친박계가 최시중 사퇴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사퇴 종용을 물리쳤지만 최 위원장이 친박계의 공적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다른 측면에서 이번 폭로는 최시중 위원장은 받기만 한 게 아니라 주기도 했다는 의혹 제기에 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요즘 언론에서 나타나는 경쟁적인 비리 의혹 제기의 연장선이다. 숨죽였던 언론이 집권층의 실세가 힘이 떨어지자 과거사의 비리 의혹을 캐내 달려드는 모양새와 다르지 않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최시중 위원장의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26일 SNS에 당시 문방위 여야 의원 명단을 올렸다가 파문이 일자 곧 삭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최시중 위원장측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의원 범위를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문방위 전체 의원으로 확장한 셈으로 이후 SNS에서는 여야 구분 없는 비난 여론이 조성됐다. 언론노조가 관련 SNS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하지만 SNS에서는 초점을 잃은 비난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언론노조가 구분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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