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국감’이 시작된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에 피감기관장으로 출석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지사직 사퇴와 불출석을 결정했다면 무난하게 표를 잃는 국면으로 갔을 것이다. 반면 국감에 출석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잃은 표를 만회할 수도 있다. 물론 예상치 못한 돌발악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더 크게 잃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감 출석은 승부수이다.

승부수를 던진 것은 좋은데, 승부라는 게 반드시 직구만 고집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장동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고, 최근 불거진 의혹은 국민의힘-법조인 게이트이며 윤석열 전 총장이 저축은행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면 득보다는 실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런 대응을 반복해왔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이 대장동 문제를 이재명 지사의 책임으로 본다. 피감기관의 장으로 출석하는 것이니 만큼 국민의 대표에게 성실하게 의혹을 해명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 의혹은 법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도자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잘못됐다는 게 드러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느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게 중요하다. 대선 성적을 좌우할 중도층 유권자들은 실체적 진실과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을 잘못이 드러난 정책도 자기 고집대로 밀어 붙이는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한다. 이재명 지사 역시 유사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비춰진다면 문재인 정권과 비교해 이재명 정권이 어떤 점에서 더 낫다는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고집과 독선은 이재명 지사가 내세우고 싶어하는 ‘실용’의 리더십과도 맞지 않다.

이재명 지사가 윤석열 전 총장을 굳이 호명하는 것은 ‘적대적 공생’의 효과를 노리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공학으로 볼 때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은 상대의 잘못을 거론해 여론의 화살을 돌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편’은 결집하고 언론은 의혹을 ‘공방’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재명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최근 대장동 의혹 자체도 문제지만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과의 화학적 결합, 즉 ‘원팀’의 관점에서도 난관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전술은 윤석열 전 총장도 똑같이 쓰고 있다. 이재명 지사의 ‘상습적 배임 행각’을 거론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윤석열 전 총장 또한 홍준표 의원의 추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악재가 쌓이고 있다.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주술 논란, 장모 및 배우자 관련 의혹, ‘법조카르텔’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 그렇잖아도 조직 대 조직의 대결에 아직은 자신이 없어하는 윤석열 전 총장 입장에선 의혹에 하나 하나 대응하기보다는 이재명 지사와의 대결구도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가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의 대결구도는 ‘적대적 공생’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바람직한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기에 장기적으로는 좋을 게 없다. 오히려 ‘적대적 공생’에만 의지하면 내실이 없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윤석열 전 총장이 최근까지 겪는 위기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최근 윤석열 전 총장은 ‘당 해체’ 발언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더 잘하자는 취지였고 ‘해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상황의 본질은 발언의 취지가 전달되지 않은 이유 그 자체에 있다. 만일 윤석열 전 총장이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정치 세력으로의 변화를 주장하며 당내 기득권과 대립구도를 가져왔다면 ‘당 해체’ 논란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이해됐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 노선에 있어선 오히려 가장 국민의힘다운 주자로 비춰져왔다. 그렇기 때문에 ‘당 해체’ 발언은 ‘자신을 공격하는 것은 여당과 정권의 공작에 호응하는 것이고 이런 식이라면 당이 없어지는 게 낫다’는 맥락으로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정권의 공작’이라는 개념 역시 윤석열 전 총장이 거의 모든 의혹 제기에 즐겨 쓰는 프레임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윤석열 전 총장에 의하면 장모와 배우자에 관한 수사도, 고발사주 의혹 제기도, 징계 관련 1심 판결도 전부 공작의 결과이다. 정권에 당하는 역할로 인기를 얻었으니 좀 더 재미를 보겠다는 것인데, 유권자들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보여줄 게 없으니 남 탓만 계속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지사도 경계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사실 최근 ‘원팀 논란’도 본질을 따져보면 대장동 의혹과 연결돼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억울하게 졌다는 정서를 가지는 배후에는 물론 절차적 문제도 작용하고 있지만 이재명 지사가 여당 후보로 확정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라는 믿음이 상당한 근거가 되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최근의 대장동 의혹은 이 비토 정서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핵심 소재가 되고 있다.

결국 대장동 이슈를 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거다. 승부수는 바로 이 대목에서 필요하다.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반성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스스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고, 이를 통해 ‘적대적 공생’의 틀 안에서 탈출해야 한다. 효과도 효과지만 그게 명분이 있는 일이라는 게 중요하다. 언제까지 서로 남 탓 하며 표 달라고 하는 정치로 일관할 것인가?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유권자들 앞에 최소한의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준다는, 그런 선한 생각을 가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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