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의 2011년은 최악의 해였습니다. 부상에 신음하며 97경기에 출장해 0.276의 타율에 그친 것입니다. 0.276는 2001년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입니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홈런을 단 2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진영이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리는 중거리 타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2011년 기록한 2개의 홈런은 1999년 쌍방울에 데뷔한 이래 13년 동안 한 시즌 홈런 개수로는 가장 적은 기록입니다. 지난 시즌에서 6월 이후 LG가 추락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타자들의 부진이었는데 이진영의 부진이 특히 뼈아팠습니다.

이진영은 2008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하여 SK에서 LG로 이적했습니다. 2009년에는 14개의 홈런과 3할의 타율로 페타지니와 함께 중심 타선을 이루며 LG의 화끈한 공격 야구를 이끌었습니다. 2010년에 홈런은 절반인 7개로 줄었지만 0.331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진영은 2010년 소위 ‘빅5’의 포지션 중복 문제로 인해 1루수에 기용되었으나 그보다는 우익수를 선호했고 2011년에는 우익수에 고정되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 5월 13일 목동 넥센전 5회말 강병식의 홈런성 타구를 처리하다 어깨 부상을 입은 이진영은 이후 1달이 넘도록 결장했습니다.

지난 3년간의 기록을 돌이켜보면 이진영의 이름값에 비해 허전한 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2009년과 2010년의 기록은 2% 부족하며 2011년은 거론하기 창피한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이진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리몸’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으로 대변되는 잦은 부상인데 경기 중 입게 되는 부상에 대해 선수를 일방적으로 탓하기는 어렵지만 과연 경기 전 철저한 준비와 경기 후 자기 관리가 뒤따른 것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만 30세를 넘겼기 때문인지 수비 범위가 줄어들며 타구 판단에도 종종 약점을 드러내 공수 양면에서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덧 이진영이 FA로 4년 계약을 맺은 마지막 해가 돌아왔습니다. 이진영은 SK의 2년 연속 우승에 공헌했지만 LG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단 한 번도 포스트 시즌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LG에서는 4년차를 맞이하지만 벌써 3번째 감독과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올 시즌 LG의 전력은 냉정히 평가해 하위권으로 분류됩니다. 주전 포수와 마무리 투수, 주전 1루수가 팀을 떠났습니다. 조인성과 이택근의 이탈로 LG 타선은 좌타자 편중 현상이 심화되었고 힘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에는 보강된 선수가 없어 기존 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을 기록한 이진영의 부활이 절실합니다.

이진영 개인으로서도 올 시즌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입니다. 이진영의 FA 몸값은 올 시즌의 활약에 따라 좌우될 것입니다. 따라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올 시즌에 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장 선출을 고사하며 부활에 매진하는 이진영이 올 연말 FA 정국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지 그리고 내년 이맘 때 여전히 LG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도 관심거리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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