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에 합류해서 통 힘을 쓰지 못하는 유세윤을 위해서 그의 친구들이 총출동했다. 익히 알려진 장동민, 유상무와의 옹달샘에 김대희, 김준호, 홍인규가 포함된 개식스였다. 개식스가 출동한 라디오스타는 순식간에 개그 콘서트가 돼버렸다. 앞서 무한도전 팀이 출연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되었다. 쉴 새 없이 웃어야 했고, 새 프로그램에 들어와 적응하지 못했던 유세윤의 기를 살려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러기에 다음 주에 한 번 더 이들의 웃음폭탄에 시달려야 하는 정도는 충분히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다. 확실히 라디오스타는 곁방살이를 진작에 벗어났어야 했다. 웃음 단 하나만으로 본다면 MBC에서 라디오스타를 따라올 예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아무튼 개식스의 라디오스타 습격사건은 한동안 그 파장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개식스의 거침없는 폭로전이 진행된 이번 시간에 뜻밖의 사연을 알게 됐다. 주인공은 요즘 코미디 빅리그를 통해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우먼 안영미다. 안영미의 개그는 코미디 빅리그가 낳은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안영미, 김미려, 정주리가 함께 꾸려가는 아메리카노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기서 안영미는 김코뚜레로 나온다. 안영미 캐릭터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라이더에서 가져왔다. 당연히 거칠다.

안영미는 이 코너를 통해서 ‘간디작살’ ‘이런 면접 같은’ 등의 유행어를 낳았다. 그보다는 현재 활동하는 여자 개그우먼 중 최고의 개그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더 크다. 헌데 이렇게 잘 나가는 안영미에게는 남자들도 당해내지 못할 의리마저 장착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안영미는 요즘 화제인 노페 패딩점퍼를 입고 나온다. 누가 봐도 저 정도 인기면 당연히 협찬을 받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개식스 중에 유일하게 인지도 떨어지고 그래서 생활이 어려운 홍인규가 동기인 안영미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게 협찬이면 하나만 얻어달라고. 참 눈물겨운 대목이다. 남자가 선배도 아니고 여자 동기에게 협찬품 하나 챙겨달라고 말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 사이를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쉽지 않은 말을 꺼내도 좋을 사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일단은 편할 것이다.

문제는 안영미의 의상이 협찬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그렇지만 안영미는 동기의 부탁을 받고 제조회사에 전화를 직접 한 모양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협찬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됐던가 아니면 친구를 위해서 좀 쑥스럽지만 한번 찔러보자는 의도였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지 않고 한 벌 사주기에는 잘나가는 안영미에게도 부담스러울 가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전화를 건 안영미에게 돌아온 대답이 참 코미디였다. 협찬을 해주지 않겠다는 거절만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 이미지 나빠졌다는 불만이었다고 한다. 웃을 수도 없고, 웃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를 끊은 안영미는 “이런 파카”라고 했다고 한다. 코미디 빅리그 아메리카노를 보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안영미가 홍인규를 위해 패딩점퍼를 얻어주지는 못했지만 개그맨들의 끈끈한 정과 의리를 엿볼 수 있는 나름 훈훈한 일화였다. 안영미는 남자도 따라오지 못할 의리작살의 여자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