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직접 영업을 욕심 부리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SBS가 이번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BS는 국회의 방송광고대행판매법안(미디어렙법안) 제정이 공전하는 틈을 타, 올해 1월부터 직접 광고 영업 중이다. 그러나 1월 직접 광고 영업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광고 매출보다 100억 원 가까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SBS는 지난 주 한국방송광고공사에게 임시적인 방송광고 대행 업무를 요청했으며 코바코는 거래질서의 안정과 중소방송의 지원 유지를 위해 한시적이지만 대행업무 수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설 연휴 기간 동안 SBS는 내부 회의를 거쳐 이 같은 입장을 바꾸고 SBS미디어크리에이트가 직접 영업하겠다고 25일 코바코에 통보했다.

SBS의 이 같은 입장 번복에 광고업계는 곱지 않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한, SBS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 유력 광고업계 관계자는 “SBS가 자체 개발한 방송 광고 시스템은 월말 결산하는 세금계산서 발행까지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SBS의 입장 번복은 당황스럽고 우려스럽기만 하다. 월말이 다가오는데 광고주별로 얼마나 집행되었는지도 파악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BS는 현재 자체 물량 판매도 버거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SBS와 9개 지역민방의 관계 설정은 물론 광고 대행 체계도 확립되지 않았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지급보증, 수수료 문제가 협의가 안 돼 SBS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광고주와 광고 대행사는 SBS의 중요한 파트너인데, SBS가 무리하면서 밀어붙이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그는 “SBS가 경과기간 동안 자체 직접 영업을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며 “SBS가 정치적 이유로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영업을 하는 것은 광고영업의 주먹구구식 판매도 문제가 되며, 판매 후 사후관리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민방과의 전파료 문제, 광고회사와의 지급보증, 수수료 문제 등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민방과 종교방송의 연계판매 시스템은 완전 붕괴되고 있다.

미디어렙의 조기입법이 절실한 시점에서 SBS의 자체 미디어렙은 명분과 실리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격이다. SBS의 독자적인 행보가 방송광고 전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화된 것이다.

한편 SBS미디어크리에이트는 25일자로 김한모 SBS상무이사를 영업총괄사장에 발령, 현 전종권 사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전종권 사장은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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