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이 판단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TBS·KBS 등의 관련 보도를 두고 '생태탕 선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TBS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는 국민의힘을 향해 "뉴스공장이 가짜뉴스 퍼뜨린 거냐"고 따져 물었다.

14일 한겨레는 오 시장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검찰 불기소 처분 결정서를 입수해 <검찰 "오세훈, 내곡동 생태탕집 갔을 가능성 높아"> 제목의 보도했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 결정서에서 "경작인, 측량팀, 생태탕 식당 모자 등은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피의자(오 시장)가 측량현장에 있었다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따라서 '측량 현장에 안 갔다'는 피의자의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당시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박형준 시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보궐선거 운동 기간 중 방송과 토론회 등에서 내곡동 '셀프 특혜' 의혹을 부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했다. 오 시장은 과거 서울시장 시절 부인과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측량 현장에 안 갔다'는 토론회 발언이 허위라 하더라도 '처가의 토지 보상에 관여했느냐'는 주된 의혹을 부인하는 차원이라면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로 보기 어렵다"며 "이는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와도 같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8년 후보 TV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셨죠?'는 상대 후보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토론회에 참가하는 선거 후보자가 토론회 맥락과 상관없이 일방적·의도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어준씨는 이날 TBS '뉴스공장'에서 "경작인, 생태탕 식당 모자는 뉴스공장이 인터뷰 했던 분들이고, 측량팀장은 인터뷰 못했다. 검찰은 이 세 사람의 진술이 일관돼 오 시장이 측량현장에 갔다고 판단했지만 기소하지 않았다"면서 "박형준 부산시장 딸 홍대 입시면접 논란 역시 딸이 면접에 있었다고 검찰이 확인했다. 어딘가에서 뉴스공장이 가짜뉴스 퍼뜨린다고 공격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오세훈·박형준 시장을 겨냥한 말이다. KBS가 측량팀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박 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딸이 홍익대 미대 입시에 응시한 사실이 없다고 발언했다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는 당시 TBS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박 시장 딸 입시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검찰은 박 시장의 의붓딸이 직계비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또한 박 시장은 지난 3월 KBS가 보도한 '4대강 민간인 사찰 문건' 관여 의혹을 부인한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최근 기소됐다. KBS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박 시장이 국정원에 '4대강 사업 반대 단체 현황' 등의 문건을 작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29일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KBS 본사를 항의방문한 모습. (사진=미디어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두 시장의 각종 의혹을 보도한 TBS와 KBS를 비난·압박했다. "선전선동·흑색선전의 도구"(오세훈), "어용 언론"(박형준), "금품을 받고 쓴 기사"(홍문표) 등 거친 언사가 난무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불거진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생태탕 시즌2"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시 오 시장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피감기관인 KBS 본사를 항의방문했다. 국민의힘은 KBS 기자 2명과 정치부장, 보도본부장, 사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