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다영 배구선수의 사생활을 다루는 보도가 도를 넘어섰다. ‘비밀 결혼’, ‘바람’, ‘칼부림’, ‘외도’ 등 자극적인 단어가 제목에 남발되고 있으며 언론이 대중의 분노에 기대어 한 선수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소비하고 있다.

8일 TV조선 ‘뉴스9’는 이다영 선수의 과거 결혼 경력을 '단독'을 달아 보도했다. TV조선은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내 배구계에서 퇴출된 쌍둥이 자매 중 동생 이다영 선수에게 충격적인 주장이 또 제기됐다”며 “이다영 선수의 남편이 ‘가정 내 상습적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끝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TV조선 '뉴스9'의 8일 단독보도 <'가정 내 폭언·폭행' 논란…"정신과 치료" 주장> (사진=TV조선)

TV조선은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이다영 선수에게 쏠린 사회적 관심과, 선수가 그리스로 출국을 앞두고 있는 만큼, 피해를 호소하는 이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어렵게 보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TV조선 보도가 나온 이후부터 13일(오후 3시 30분)까지 네이버에는 약 430개의 기사가 쏟아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인터넷 매체를 제외하고 일간지·방송사 보도를 집계한 결과, 총 117건의 보도가 확인됐다. 이 중 중앙일보와 머니투데이 보도가 각각 13개로 가장 많았으며 조선일보 12개, 한국경제 10개 순이었다.

이어 언론은 이다영 선수의 과거 발언을 재조명했다. 머니투데이 <이다영 향한 언니 이재영의 질문...“결혼후 바람은 왜 피울까”>, 조선일보 <이재영·다영 “어릴 적 싸울 때 거의 칼부림”...과거 인터뷰 재조명>, 머니투데이 <이재영, 5년 전 발언 “이다영, 화나면 20대씩 때려...거의 칼부림”>, 한국경제 <이다영·재영 “어릴 땐 거의 칼부림”...과거 충격적인 인터뷰> 등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10월 8일부터 13일까지 '이다영'을 검색한 결과 114개의 기사가 나왔다.

또한 언론은 '이 선수가 외도했다'는 남편의 추가 폭로가 나오자, 이 선수가 과거 방송에서 트로트 가수에게 호감을 표했던 발언을 기사화했다. 조선일보 <“저 어때요? 좋아해요”...유부녀 이다영, 작년 임영웅에 추파 던졌다>, 서울신문 <“저 어때요, 영웅씨? 좋아해요” ‘비밀 결혼’ 이다영, 임영웅에 DM전송>, 서울경제 <2018년 결혼한 이다영, 1년전 임영웅에 영상편지 “저 어때요?”>, 한국일보 <‘비밀 결혼’ 이다영, 임영웅에 “저 어때요? 좋아해요” 고백 재조명> 등이다.

네티즌 사이에 나온 의혹을 그대로 기사화한 보도도 있었다. 조선일보 <“도대체 뭐하는 사람?”vs “문신이 죄냐” 이다영 남편 팔뚝에 문신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내용을 다뤘다. 서울경제 <“결혼생활 지옥” 이다영 남편, 팔에 새겨진 ‘문신’ 의미는?>, 머니투데이 <‘이혼소송 중’ 이다영 남편, 양팔 전체에 새긴 타투 ‘눈길’>도 같은 내용을 다뤘다.

욕설이나 자극적인 표현을 기사 제목으로 뽑은 보도로 디지털타임스 <“너도 억울하면 바람 피워” 이다영, 언니 이재영에 막말 논란...“나가 뒈져라”>, 국민일보 <“무릎 병X” 이다영, 쌍둥이언니 이재영에도 폭언했나>, 한국일보 <알고 보니 유부녀 이다영, 언니에게 ‘나가 뒈져’ 막말 의혹>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선수와 그의 남편 사이에 폭로전이 벌어질 때마다 폭로 내용은 어김없이 보도됐다. 중앙일보 <이다영 남편 또 폭로 “수차례 외도...억울하면 바람피라더라”>, 헤럴드경제 <“이다영, 수차례외도...억울하면 바람 피우라고 해” 남편 추가 폭로>, 매일신문 <‘180cm 배구선수 스매싱...남편이 5억 달라고 협박’ 이다영·남편 공방전 치열>, 머니투데이 <“이다영, 가정폭력→남편, 5억 요구→5억 아냐”...진실공방 가열> 등이다.

인터넷 매체 위키트리는 이다영 선수의 관상은(<“이다영의 관상, 눈썹·코·입술·귀 모두 평범하지 않았다>) 물론, 유튜버들의 폭로를 기사화하며(<이다영 또 터졌다...“유명 얼짱 애인 빼앗았다. 남자는 모델”>, 문신 의미를 해석하는(<“이다영이 특정 부위에 새긴 문신 수준” 게시물, 온라인서 급속히 확산중>) 등 인터넷 상에 나오는 모든 논란을 보도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다영 선수에 대한 한국 언론의 일방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가 문제인 게 맞다”면서 “어제 일본 후지TV에서 유명인에 대한 선정적인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묻는 인터뷰 요청을 받았는데 해당 기자가 대표적으로 이다영 선수 사례를 꼽았다”고 밝혔다.

TV조선, 황색저널리즘을 메인 뉴스로 보도

신 처장은 해당 보도들이 공익적 가치 없이 호기심만 자극하는 보도라고 지적했다. 신 처장은 "스포츠 선수가 과거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게 위법행위는 아니다"라며 "결혼했는데 결혼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왔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지만, 당사자들이 이혼 소송 중이고 이 가운데 서로의 말을 전하는 게 어떤 공익적인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신 처장은 앞선 폭력 논란과 이번 논란을 구분지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선수 시절, 폭언·폭행 논란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언론이 다룰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이번 경우는 한 선수의 사생활이 일방적인 주장에 치우쳐 보도되고 있다”며 “이 선수는 이미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제대로 된 항변을 하기 어렵다. 언론이 반론 보장이나 크로스 체크 없이 많은 양의 보도를 쉽게 쓸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신 처장은 이번 논란을 최초 보도한 TV조선을 향해 “이번 보도는 이다영 선수가 배구 선수로서 부적절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개인 사생활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스 출국을 앞둔 사실과 연계해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전형적인 선정적 보도라는 것 외에 의미가 없다”며 “황색저널리즘과 같은 보도를 메인 뉴스로 선정해 보도하는 점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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