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공기관 6곳이 언론사 주최 포럼에 사용한 세금 관련 정보를 공개하게 됐다. 뉴스타파가 신청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언론사 포럼 참가 내역은 공공기관과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주최·주관하는 포럼·컨퍼런스 등에 공공기관들이 참가비 등의 명목으로 세금을 지원하고 있는 실태를 고발해왔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2010~2019년까지 공공기관들이 언론사 주최 포럼에 사용한 예산이 9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포럼 참가비·협찬비 등으로 쓰인 예산은 12억 원 규모이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포럼'에 오프라인 행사와 동일한 규모의 공공기관 참가비와 협찬이 집행되고 있다.

뉴스타파 2020년 1월 16일 <언론사의 변종 돈벌이… 약탈적 "포럼 장사"> 썸네일

뉴스타파는 500곳에 가까운 정부부처, 공기업,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20년 언론사 주최 포럼에 참가·협찬한 내역 및 내부 결재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 중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방송통신전파진흥원·인사혁신처 등 6개 기관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인사혁신처는 포럼 참가비 금액을 뺀 일부 정보만을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이들 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제기해 승소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포럼 참가 내역)내부결재 문서를 공개한다고 하여 해당 공공기관이나 언론사의 사업활동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통상 언론사 포럼 등의 행사는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공공기관이 이에 참가하는 것은 행사 콘텐츠에 대한 기관의 업무상 필요나 관심 등에 따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며 "그 등록·참가비도 당사자 간 협상과 계약을 통해 정해지기보다는 행사에 따라 일정한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다. 일부 공공기관의 참가비가 공개된다고 하여 행사를 주최한 언론사의 전체 매출규모를 추단할 수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중앙행정심판위는 "언론사 주최 포럼 등에 대한 공공기관의 참가비 지출 관련 내부결제문서 자료는 공공기관에서 지출의 근거를 남기기 위해 작성하는 것으로, 예산 집행의 합법성과 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원칙적으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라는 점에서 공개될 필요가 크다"고 했다.

이번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6개 공공기관은 모두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행정심판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들 기관은 모두 침묵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뉴스타파는 향후 이들 기관의 언론사 포럼 지출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뉴스타파 4월 16일 <언론의 '포럼 장사' 코로나19 시대에도 계속됐다> 보도화면

6개 공공기관의 비공개 사유 살펴보니

6개 공공기관들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해당 정보의 공개가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과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거나, 기관의 대언론 활동과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언론이 각 공공기관별 포럼 지출 내역을 비교해 더 많은 협찬을 요구해 올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뉴스타파가 사익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는 주장도 있다.

산업은행은 "어떠한 언론사가 주최한 어떠한 포럼에 참여하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중에 공개되면 산업은행이 특정 주제에 대한 견해나 관심분야 및 현안에 대한 관심도 등이 쉽게 유추 가능해짐에 따라 산업은행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금융기관들에 비해 불이익한 지위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은행은 해당 정보의 공개 시 포럼을 주최하는 언론사의 명예가 실추돼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언론사의 명예가 부당히 실추될 우려가 있고 포럼 등을 통해 건전한 여론형성과 의견교환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언론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이는 언론에게 인정되는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언론사들이 입게 될 경영상 불이익과 헌법상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나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심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언론사들이 경영상의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 요청 의견을 보내왔고, 이를 수용해 언론사와 집행 금액을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이 언론사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해 관련 정보를 비공개 처리한 사례다.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인사혁신처 등은 해당 정보가 공개되면 언론사가 공공기관을 상대로 과도한 추가지원을 요청하게 돼 피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수출입은행은 "언론사간 협찬·후원금·참가비 등의 유치내역 비교가 가능해져 각종 불합리한 결과(과다경쟁, 덤핑, 가격담합 등)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다른 언론사들이 수출입은행에 추가 지원요청을 과도하게 하는 등 업무상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했다.

수출입은행은 특히 뉴스타파가 해당 정보를 통해 관련 기사를 작성하게 되면 포럼 주최 언론사 등 여타 언론사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고, 이는 뉴스타파가 '직접적인 이득'을 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뉴스타파가 사익을 목적으로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은행은 해당 정보가 공개되면 회사가 일반 시중은행과 동등한 위치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고, 이에 더해 회사 내부관리 정보나 거래처의 영업상 비밀 정보까지 공개될 수 있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