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통합당에 한명숙 당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 꼭 열흘이 됐다. 세간에 한명숙 당대표가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세 가지가 회자되고 있어 관심이다.

민주통합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지난 15일 경선 대회장에는 한미FTA 반대를 주장하는 후보자의 선전물이 한편을 채우고 있었다. 이는 당 대표가 확실시된 한명숙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타 후보의 선전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민의가 민주통합당에게 요구하는 것은 한미FTA 반대라는 얘기도 된다.

한명숙 당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까지 지낸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한미FTA는 이명박 정부가 마무리한 것으로 어디까지나 판도라 상자를 연 주체는 참여정부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날치기 처리하기 전, 구 민주당에는 한미FTA 반대파와 찬성파라는 분류법이 존재했었다.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꾸더라도 한미FTA에 대한 중요성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수신문은 민주통합당이 좌클릭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한명숙 당대표의 좌클릭에서 한미FTA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명숙 당 대표가 주요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은 생활정치, 검찰 개혁 등으로 모아진다. 또한 그가 추진할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도 관심거리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는 미래로 시선을 두고 있지만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시도나 언급은 없다. 과거가 없는 정치인은 없으며 단절의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과거와의 단절이란 한미FTA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와의 단절에 검찰만 있는 게 아니다.

미디어렙 법안, 민주통합당에서는 인터뷰 사절 논란 뿐

지난 19일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 본회의에 앞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미디어렙 법이 처리되지 않아 중소방송과 지역방송이 겪는 어려움이 있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렙 법은 여야가 문방위에서 합의한 만큼, 더 이상 방치되면 안 된다”며 “처리되지 않으면 (입법 미비로 인한)부작용이 심해진다”고 법안 처리 의지를 보였다.

이날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법과 디도스 특검법을 원안 수정 없이 처리하겠다며 민주통합당에 본회의 참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의결정족수 미달 등의 이유로 미디어렙법과 디도스특검법 처리는 다음 본회의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미디어렙 법에 던진 훈수 효과는 민주통합당이 차려놓은 밥상을 한나라당이 떠먹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미디어렙 입법이라는 멍석을 민주통합당이 깔았는데 와서 노는 것은 한나라당이라는 얘기다.

미디어렙 법 처리에 대한 한명숙 당대표의 의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한 마디 거들 때도 됐는데 묵묵부답이다. 민주통합당이 미디어렙 법과 관련해 남기고 있는 것은 인터뷰 거절 해프닝밖에 없다.

지난 16일 CBS가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인터뷰를 추진했으나 문 최고위원의 실무진 쪽에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입장 차이로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논란이 일자 문 최고위원은 CBS쪽에 “실무진 사이의 오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해프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후 CBS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교방송에서도 문성근 최고위원과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실무자로부터 같은 답변을 전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국민의 명령’의 대표다. ‘국민의 명령’ 사무총장은 최민희 씨로, 그는 MBC를 이유로 들어 현재의 미디어렙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설 연휴가 끝난 15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설 덕담과 민심만 오고갔을 뿐 미디어렙 법안과 디도스 특검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지난 19일 두 법안 처리를 요구하자, 25일 처리로 맞선 바 있다.

검찰 불러들인 것은 민주통합당의 책임

마지막으로 한명숙 민주통합당 당대표가 말하지 않는 것은 돈 봉투다. 오히려 돈 봉투를 내세워 모바일 투표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25일 최고위원회에서 한명숙 대표는 한나라당의 당 대표 폐지안 등을 거론하며 “돈 봉투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모바일투표다. 모바일 투표를 도입함으로써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에 제기되는 돈 봉투 의혹을 모바일 투표로 해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이 끝난 다음날인 16일 한겨레와 경향의 지적은 나름 의미심장하다.

경향은 사설을 통해 “한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민심을 담고 시민의 참여를 담을 수 있는 열린 정당, 소통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천명한 것을 이루기 위해선 ‘돈 봉투’사건으로 상징되는 구태 정치의 일소와 실질적으로 계파 정치를 불식할 수 있는 공천혁명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민주통합당은 열린 정당, 소통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돈 봉투 사건이 상징하는 돈 정치, 자기 사람 심기의 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시민참여를 활성화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공천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의 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경향, 한겨레가 돈 봉투라는 구태 정치 일소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한 대표의 모바일 투표에 돈 봉투가 개입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돈 봉투는 돈 봉투고 모바일 투표는 모바일 투표라는 얘기다. 경향, 한겨레의 구태 정치 일소라는 날선 요구에 한 대표는 열흘이 지난 지금 모바일 투표로 화답하고 있는 셈이다.

복잡한 사정이 깔려 있다. 수그러들 것으로 보였던 ‘민주당 예비경선 현장 돈 봉투 살포 의혹’이 설 연휴를 앞두고 또 다시 불거졌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짜맞추기라고 하더라도 민주통합당을 향하고 있는 의혹은 현 지도부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시체 찌르기라면 민주당을 향한 칼끝은 산송장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검찰이 A를 들어 A, B 모두를 덮는다든가 아니면 민주통합당에게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경우의 수도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한겨레, 경향이 한명숙 대표에게 요구한 공천혁명의 열망이 모바일 투표로 완화되는 현상이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다. 검찰만 민주통합당의 ‘돈 봉투’ 의혹을 밝혀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통합당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바 있다. 검찰을 불러들인 것은 민주통합당에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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