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손흥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며 무승부로 끝났다. 팀 전력이나 전략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완전히 손흥민의 개인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대표팀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빈공은 여전하고 어설픈 수비와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한 골키퍼의 황당한 행동은 동점을 내주는 이유가 되었다.

이란과 원정 경기에서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물론 이란 선수들의 피지컬 등은 아시아와 다르다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경기장이 고지대이고, 10만에 달하는 홈팀의 응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란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반 경기를 보면 실력차는 분명 존재했다. 제대로 된 유효슛 하나 때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에 반해 이란은 선수비 후 공격을 펼치며, 기회가 오면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냈다. 비록 골대가 우리 편이 되어 이란을 아쉽게 했지만, 결정적 장면은 이란에서 나왔다.

김민재 [대한축구협회 제공=연합뉴스]

포르투갈 리그에서 유럽 축구에 적응하고 있는 김민재는 어느 팀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수비수라는 사실을 이번 이란과의 대결에서도 잘 보여주었다. 그에 대한 관심이 현재 다른 유럽팀에서도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손흥민이 토트넘 내부에 김민재 영입을 언급했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없어 보이는 토트넘이다. 1년 동안 포르투갈 리그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다른 유럽팀 이적이 유력한 김민재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전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경기가 막히면 뚫을 수 있는 전술이 존재해야 하지만, 벤투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선수들의 임기응변으로 경기를 하는 형국처럼 다가왔으니 말이다.

대표팀의 슛들 역시 많이 뜬다. 이란전만이 아니라 그 전에도 공격수들의 슛이 과거 대표팀의 뻥축구를 닮아 가는 모습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도대체 대표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4차전 대한민국 대 이란의 경기. 손흥민이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후반 3분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 이는 박지성의 골에 이은 승점 3점을 위한 신호탄처럼 보였다. 이재성의 롱패스를 수비수 뒤로 빠져나가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골로 연결하는, 전형적인 손흥민의 골 결정력이었다. 토트넘에서 자주 보여주던 공격 형태다. 하프라인 뒤에서 길게 넘겨준 공을 손흥민의 빠른 스피드와 완벽한 결정력으로 만든 골은 손흥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골을 넣은 후 이란의 공격은 더욱 강력해졌고, 대표팀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이런 공세에서 후반 31분 이재성이 볼을 빼앗겨 역습을 내주는 이유가 되었고, 통한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도 대표팀의 답답함은 그대로 드러났다.

수비수들은 한쪽으로 몰리고 후방 공격수에 대한 대비가 전무한, 이 말도 안 되는 전술이 대표팀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이라면 이란전 동점은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가장 결정적 패착은 골키퍼인 김승규였다. 골키퍼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공은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

긴 패스는 김승규 오른쪽으로 흘렀고, 충분히 몸을 날려 잡아낼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김승규는 중도 포기했다. 아즈문은 골라인을 나가기 전 볼을 살려 크로스를 올렸고, 아즈문만 바라보기 위해 한곳에 모인 한국 수비진은 뒤에서 들어오는 자한바크시의 헤더골을 놓쳤다.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4차전 대한민국 대 이란의 경기. 동점골을 허용한 한국 선수들의 뒷모습이 무거워 보인다.(테헤란=연합뉴스)

김승규의 판단미스가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골키퍼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에 대한 책임감을 버렸고, 수비수들은 우왕좌왕하며 한곳에 모여 공간을 만들어줬다. 자한바크시에 대한 수비수들의 압박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한국 대표팀의 조직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났다.

손흥민의 골 이후 이란의 공격에 속수무책 흔들린 한국 대표팀. 이란 원정에서 패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수준이라면 기적적으로 2위로 월드컵에 진출하는 것이 최고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수비수 둘 셋은 쉽게 무너트리며 공격을 이어가는 과정은 손흥민이 왜 대단한 선수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역전에 성공할 수도 있었던 마지막 장면 역시 손흥민이기에 가능했다.

수비수들을 끌고 가며 공간을 만들고 그 자리를 차지한 선수에게 패스해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하지만 나상호의 슛은 밋밋하게 골키퍼를 향했고, 모든 것은 끝났다. 완벽한 기회조차 살리지 못한 한국 대표팀의 공격수들. 손흥민이 만약 출전하지 못했다면 월드컵 최종 예선은 어땠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기자회견하는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연합뉴스]

벤투호를 위해 전세기까지 동원한 축구협회는 전세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코치진부터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벤투 감독 체제가 대한민국 대표팀의 성장을 도울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유럽 리그에서 잘 뛰던 선수들도 대표팀만 오면 엉망이 되는 것은 선수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장점을 더욱 살릴 수 있는 감독의 전략 전술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답답한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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