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 6일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홍정운(18) 군의 친구가 “어른들이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제도를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홍 군 친구는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운이는 착하고 어른 말을 잘 듣는 친구였기 때문에 잠수를 시켰을 때도 본인 일이 아니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갔다가 화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교 3학년 홍정운 군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홍 군은 해양레저 전문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으로, 현장실습 도중 바다에 들어가 요트 바닥의 따개비를 긁어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 숨졌다. 홍 군은 잠수 자격증이 없지만 공기통과 오리발, 12kg 납 벨트를 착용한 채로 수심 7m의 바다에 홀로 들어갔다.

홍 군은 여름방학에 해당 요트업체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난달 27일부터 현장실습생으로 일했다. 현장실습 계획서에 적시된 홍 군의 업무는 ‘요트 정비 및 수리’, ‘요트 탑승객 서비스’ 등으로 잠수작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홍 군의 친구는 “정운이와 저는 레저과로, 운항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실습을 많이 나간다”며 “정운이는 운항을 하려고 나갔고 서비스업과 청소를 도와주는 일을 맡았다. 현장실습계약서를 직접 가서 쓴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승선 인원이 맞는지 확인하고, 음료수 등을 서비스하고 내릴 때 정박을 도와주고 청소하는 업무였다”고 설명했다.

홍 군의 친구는 “일을 배우러 갔는데 잠수작업을 하다 숨진 건 말이 안 된다”며 “정운이는 부지런해서 항상 일을 일찍 나간다. 그날도 일찍 나가 일을 하고 있는데 사장이 (요트 하부에 붙은) 따개비 따라는 업무를 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군이 따개비 작업을 한 요트는 7톤짜리다. 친구는 “물에 들어간 것도 문제지만 위험한 곳으로 혼자 들어갔으면 장비라도 제대로 착용해야 하는데 제가 들은 바로 장비를 제대로 착용 안 했던 거 같다”고 했다. 이어 “정운이가 그날 아침에 수영복을 미리 입고 나왔다고 들었다. 사장은 진술서에서 ‘정운이가 알아서 들어갔다’고 썼는데, (지시하지 않았다면) 왜 아침부터 정운이가 수영복을 입고 나왔겠냐”고 말했다.

홍 군이 물 속에서 나오지 못한 이유로 납 벨트 무게가 거론됐다. 홍 군이 착용한 납 벨트 무게는 12kg이다. 친구는 “정운이 몸 정도 되면 4kg에서 6kg만 차도 괜찮은데 12kg을 차고 들어간 것”이라며 “아마 사장이 준 것 같은데 정운이는 몰랐으니 착용하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친구는 “작업을 혼자 했고, 사장님이 작업을 안 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구조까지 30~4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사고에 대해 “꼭 바라는게 있다면 어른들이 이런 일을 나중으로 생각해서 미루지 말고 바로 바로 제도를 바꿔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8세 미만이 잠수작업에 고용되는 것은 근로기준법·청소년보호법 위반이다. 수중작업은 2인 1조가 원칙이며 안전관리관도 배치돼야 한다. 하지만 홍 군은 만 17살 11개월이고 혼자 작업했으며 요트업체 사장은 위에서 이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1월 제주도 음료공장에서 프레스기가 오작동하면서 이민호 군이 참사를 당했다. 이를 계기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2018년부터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도입됐지만 현장에선 실행되지 않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홍군이 현장실습 도중 목숨을 잃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고 자격증도 없었던 학생이 잠수작업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유 장관은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이번 사고를 한없이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해경 수사와 별도로 교육부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왜 잠수 작업을 했고 사망에 이르게 됐는지 그 과정을 비롯해 법령 위반 사항이나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 등까지 엄중하게 조사하고 후속 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교육부, 고용노동부, 교육청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전국 현장실습 지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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