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기자들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현관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MBC기자회
MBC 기자들은 설 연휴가 끝난 25일 오전 6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간다. MBC 기자회는 공정성 훼손의 책임을 물어 보도 책임자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으나 사실상 거부당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MBC 기자회가 오랜 침묵을 끝내고 보도 공공성 회복을 위해 나선 것이다.

KBS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KBS의 양대 노동조합은 고대영 보도본부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해 역대 최대라는 불신임률 84.4%의 결과가 도출됐다. KBS 양대 노동조합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김인규 체제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대표적인 두 공영방송의 보도 행태에 대한 자기반성은 이명박 정부가 각종 비리와 그에 따른 의혹으로 레임덕 속에 빠져들자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들은 인물을 중심에 놓은 심판을 진행 중에 있다. 그들이 문제 삼는 특정 인사가 그만두고 물러나면 모든 게 정상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거나 또는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두 공영방송에서 불고 있는 이러한 움직임은 하이에나 저널리즘에도 못 미친다는 판단이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장악을 국정 기조 중 하나로 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친인척, 측근의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을 흔들고 있다. 서슬이 시퍼런 이명박 정부도 임기 5년이라는 시한은 정해져 있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패정에서 두 공영방송이 자유로울 수 있는가이다. 이들의 침묵이 곧 이명박 정부의 패정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게 타당한 상황이다. 견제 받지 못한 권력은 썩기 마련이며 이는 언론의 책임 방기 때문이다.

장이론은 언론과 공영방송의 것이 아니다. 장이론은 저널리즘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하이에나가 언론의 속성을 그리는데 적합하다. 거대한 상대가 힘이 빠지면 달려들어 물어뜯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이 언론의 요즘을 표현할 수 있는 적당한 모델이다. 하이에나처럼 눈치 보며 숨죽이고 있다가 상대편의 힘이 빠지는 순간 달려들기 시작했다.

또한 이는 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 자신은 문제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싶다. 심판, 반격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반성이라면 모를까, 자신이 자신을 심판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하나의 상징을 만들어 자신의 죄를 사하려는 것으로 고약한 태도다.

누굴 보고 물러나라는 것은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필요한 조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MBC가 자신들을 공영방송으로 만들었던 방송문화진흥회가 태동했던 5공 때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이는 ‘누가 물러나고 말고’의 문제로 한정될 수 없다는 얘기다. 알다시피 당시에 MBC가 정권에 협조한 결과가 반영돼 방문진이 만들어졌으며 또한 5공 때 공영방송 MBC의 근간인 방송광고공사체제가 들어섰다.

현재 MBC에는 묘한 동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MBC 기자회가 보도 공정성 훼손 이유를 들어 책임자 사퇴를 관철시키기 위한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다른 한편에서 서울MBC노조는 지난 6일 김재철 사장을 향해 “미디어렙 법안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서울MBC노조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MBC노조는 미디어렙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단일MBC노조에서 지역MBC노조를 분리하는 대의원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MBC 기자회는 공정성을 내세우고, 서울MBC노조는 공정성의 반대편인 자사이기주의 광고 직접 영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둘을 함께 봐야할지 아니면, 분리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보도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방송 광고는 직접 챙기겠다는 조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묘한 동거 양상이 바로 '누굴 보고 물러나라는 것은 임시방편'이라고 이야기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