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인기 스포츠다. 그렇지만 월드컵 때만 축구팬이 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런 4년 주기 축구팬들이라면 잘 몰랐을 이동국이라는 축수선수에 대해서 깊이 알게 되고, 또 반하게 만든 힐링캠프였다. 1박2일에 나왔을 때만 해도 참 과묵하게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축구선수로만 알았던 이동국에게는 시쳇말로 소설 한 권 써도 남을 인생의 굴곡이 있었다.

축구 선수들에 대해서 잘 몰라도 이동국의 불운의 월드컵 사는 조금은 알 정도로 유명하다. 특히, 독일 월드컵에서는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모습이라던가, CF에 출연해서 마음으로 대신 응원하던 뭉클한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그만큼 이동국에게는 불운한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면서도 정작 4번의 월드컵에서 뛴 시간이 총 51분밖에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불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2011년 시즌에서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이동국에게 불운은 단지 그가 맞서야 할 역경이었고, 힐링캠프 마지막에 이경규가 말한 것처럼 그 역경이란 단어를 거꾸로 읽어버린 영웅이었다.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된다.

이동국을 다시 보게 한 첫 번째 일은 최강희 감독과의 의리 때문에 고민했다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도 의리를 따랐지만 무려 한 달 동안이나 고민했다는 그 인간적인 모습이 훨씬 감동적이었다. 물론 이동국이 중동으로 돈을 쫓아갔다면 세상은 그의 고민에 대해서 외면을 했겠지만 결과보다도 이동국이란 인간을 말해주는 것은 그 한 달 간의 고민이었다. 모름지기 영웅이라면, 그런 고민 따위 하지 않고 단번에 의리를 지키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동국은 현실과 이상을 두고 아주 인간적인 갈등을 겪었다. 이동국도 다른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서 얼마를 버는지 익히 알고 있을 터에 간만에 찾아온 행운에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그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도 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동국이 중동으로 간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이유는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동국은 모든 당위를 물리고 우직하게 의리를 지켰다. 그의 선택을 잘했다고 말하기는 무척이나 미안한 일이다. 누구도 그 선택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리그에 있는 것보다 해외 리그에 다시 한 번 나가는 것이 그의 아직 버리지 못한 꿈을 위해서라도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동국을 다시 보게된 두 번째이자 진짜 감동적인 것은 바로 그의 꿈에 대한 절실함이었다.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동국은 말했다. “그래서 저는 국가대표 은퇴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 축구화 끈을 푸는 순간까지는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고, 월드컵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79년생인 이동국에게 다섯 번째 월드컵에 선수로서 임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렇지만 국가대표로 월드컵에서만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숙제라는 이동국에게 그 꿈은 단지 가능성이 크고 적고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힐링캠프의 이동국을 보면서 2014년 월드컵에 대한 또 한 가지 흥미가 생겼다. 누구에게는 부담이지만 이처럼 이동국 같은 선수에게는 포기하지 못할 꿈인 국가대표란 이름은 국민에게도 꿈과 희망이다. 과연 이동국이 지난 네 번의 월드컵 때마다 꿈을 보류해야 했던 징크스를 깨고 당당히 한국의 스트라이커로서 2002년의 황선홍에 이은 노장 투혼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희망이다. 이제 2014년 월드컵은 이동국만이 아닌 더 많은 축구팬들의 꿈과 희망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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