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디어스=박정환]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한국 극장가에서 흥행 선두를 이어가고 있지만, 영화 속 과도한 일본풍 설정이 꼭 필요한 설정이었나 하는 점에서 숀 콘너리 주연의 ‘007 두번 산다’와 대비된다.

‘007 두번 산다’는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일본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미국의 우주선을 하이재킹한 국적 불명의 괴우주선이 낙하한 장소가 일본. 이에 제임스 본드가 일본에서 본드걸을 만나고 문제의 우주선을 찾는다는 플롯이 전개된다.

미국과 소련의 갈등을 야기한 악당의 거처가 일본에 있다는 설정 때문에 ‘007 두번 산다’에서 일본풍 개연성 논란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문제는 바로 이 개연성의 결여에 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 이미지

어린 매들린 스완(레아 세이두 분)을 공격한 악당은 왜 일본 가무극 노(能)에서 이용하는 노멘(能面)을 썼을까. 사핀(라미 말렉 분)의 아지트는 왜 일본풍으로 만들어졌을까. 사핀이 일본풍 복식을 갖추고 제임스 본드를 대면하는 설정이나, 제임스 본드가 도게자를 한다는 일련의 설정은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배제해도 플롯 전개에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일본계 미국인 감독 캐리 후쿠나가가 이런 설정을 꾸역꾸역 넣어둔 탓에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의문부호가 자리하는 시리즈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핀의 아지트가 러시아와 일본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쿠릴 영토에 있다는 설정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사핀의 아지트를 정리하는 데, 이번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제임스 본드라는 개인 이상의 국가적 군사 개입이 필요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 이미지

그런데 영화에서 영국이 사핀의 아지트를 공격함에 있어 쿠릴 영토를 실효 점유하고 있는 러시아에만 공격을 예고한 게 아니다. 일본에도 영국의 개입을 알렸단 점에서 감독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일본이 쿠릴 영토를 실효 지배하는 국가가 아님에도, 감독이 왜 영국이 굳이 일본에까지 작전을 통보한다는 무리수 설정을 넣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이번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쿠릴 영토의 실효 점유국이 러시아가 아니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일본임을 암시하는 착시현상을 노린 건 아닐까 하는 의문부호가 붙는 제임스 본드의 퇴장으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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