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뮤직뱅크>에서는 두 가지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지독하게 <뮤직뱅크>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티아라의 1위였습니다. 작년 한 해 음원순위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도 이상하리만큼이나 1위 복이 없었던 티아라이기에 특히나 1위를 축하할 수밖에 없었지요.

참 아이러니하게 느끼는 게 러비더비는 롤리폴리나 크라이크라이보다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진짜 대박곡으로는 1위를 차지할 수 없었고, 좀 덜한 곡으로는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가요계, 특히 아이돌계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요인인가 봅니다.

어쨌든 티아라는 유난히도 <뮤직뱅크>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실제로 작년 <뮤직뱅크>에서는 가장 잘나갔던 롤리폴리와 그에 못지않은 크라이크라이를 가지고도 1위를 하지 못하는 비운을 겪어야만 했지요. 소연이 말을 들어보니 2년 만에 <뮤직뱅크> 1위를 했다고 하니 정말 답답했겠네요. 그나저나 정말 뒤늦게나 받은 1위지만 정말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특히 1위 공약으로 인해서 비난까지 (여긴 광수사장의 몫도 큼) 받아야 했고, 또한 다리 부상으로 투혼을 발휘한 은정이나 평소 2시간밖에 자지 못한다는 티아라 멤버들을 생각하면 "1위만 기억하는" 한국 사회에서 1위를 차지한 티아라를 정말로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 축하하고 싶은 그룹은 1위 후보에 오른 코요태입니다. 방송점수가 많이 쳐지기는 했지만 아이돌만 넘쳐나는 가요계에서 정말로 말 그래로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선전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특히나 이번 1위 후보는 정말 특별하게 느껴지는 바가 있어서 몇 마디 적어보고자 합니다.

일단 코요태가 1위 후보에 오른 건 무려 8년만이라고 하네요. 2005년 <음악캠프>에서 빙고로 1위를 차지한 이후로 처음이라고 하지요? 현재 <음악캠프>라는 게 있지도 않고, 그 뒤를 이은 <음악중심>은 1위 제도 자체가 없으니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생각을 해볼 수 있겠네요.

항상 아이돌들이 서로 돌려먹다시피하던 1위 후보에 약간 뜬금없기는 하지만 코요태가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1위에 올랐다는 거 자체가 감명 깊습니다. 요즘 30대만 되어도 무대를 꺼려하는 그룹이 많은데, (브아걸, 앺스 멤버들 몇을 제외하곤) 한참 어린 아이돌과 경쟁하면서 선전하는 모습이 상당히 좋아보입니다.

코요태의 이러한 선전이 혹시 요즘 쉬고 있는 1세대 아이돌들을 다시 불러일으키거나 그들에게 뭔가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를테면 브라이언-환희가 다시 합친 플라이 투더 스카이라든지, 멤버들 모두가 제대한 H.O.T 등 말이지요.

두 번째로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참 어려운 시절을 겪고 힘들게 컴백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빽가 같은 경우, 뇌에 종양이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난 2년을 아무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코요태 3인의 무대를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지요. 무엇보다도 건강한 빽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 사이에 신지도 성대 결절을 겪으면서 전성기 때의 가창력을 보여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했었지요. 물론 지금은 많이 회복됐지만 신지표 고음처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하네요. 김종민도 이런저런 일로 마음고생 할 일이 여럿 있었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같이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코요태 3명의 모든 멤버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보기 드문 혼성그룹의 선전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댄스그룹의 시초는 혼성그룹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1세대 아이돌들이 나오기 전 댄스음악의 본격적인 박차를 가한 건 혼성 그룹 룰라였습니다. 그 후 S#ARP, Space A, 그리고 정말 오랜 활동을 한 쿨이 있었지요. 코요태는 어찌 보면 막내주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아이돌 시대가 열리면서 혼성그룹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아니 거의 없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요. "남녀공학"이라는 그룹이 나왔다가 남자 멤버 두 명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해체되고, 그 외 혼성그룹은 은지원이 지원하는 클로버와 몇몇 잘 알려지지 않은 그룹들, 그리고 최근 활동하고 있는 써니힐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상하리만큼 요즘에는 혼성그룹이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하지요. 혼성그룹의 가뭄 속에서 여전히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코요태가 과연 고군분투하고 있는 혼성그룹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그래서 비록 1위를 하지 못했지만 코요태의 무대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1998년 데뷔, 아이돌 1세대라 할 수 있는 14년 경력의 코요태가 그냥 추억으로만 사라진 게 아니라 다시 등장해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갑기만 하네요.

특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돌아온 빽가, 코요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원조멤버 신지,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며 리더로서 버텨준 김종민, 이 세 멤버가 함께 뭉쳐서 보여주는 무대에는 왠지 모를 감동이 있었습니다.

요즘 가요 무대를 보면 전체적으로 어려져서 그런지 무게감이 없다고도 느껴지고, 너무 아이돌의 잔치만 되는 느낌이 있어서 조금 아쉽게도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대선배인 코요태가 선전하니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코요태가 1위를 했으면 좋겠지만 코요태의 존재감은 1위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대선배 코요태가 정말 산전수전을 다 겪고도 살아남아 지금까지 활동하는 모습 그 자체가 후배들에게 뭔가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래저래 특별한 코요태의 무대였네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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