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향신문이 6일부터 지방의 현실을 조명한 창간 기획 시리즈 <절반의 한국>을 게재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8일 <절반의 한국>에서 ‘강릉 소녀들의 그 후'를 다뤘다.
수도권 인구가 2019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전체 절반을 넘어섰으며 지역 내 총생산의 수도권 비중은 52.1%다. 경향신문은 “수도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지방의 현실,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모색들을 살펴본다”며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준비했다.
‘강릉 소녀들의 그 후’는 2008년 강릉의 A 여고를 졸업한 3학년 1반 동창생 36명과 전남 고창의 B 여고를 2014년 졸업한 1반 동창생 29명의 현 거주지를 파악했다. 졸업 후 이동 경로에서 ‘수도권 지향성’이 확인됐다. 강릉 A 여고의 경우, 소재가 파악된 30명 중 16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었다.
미디어스는 8일 강릉 A 여고 졸업생을 취재한 최민지 기자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창간 기획으로 지방 문제를 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 7월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디지털 전환이 진행됐으며 기획취재팀(스포트라이트팀)이 신설됐다. 기획회의에서 한국사회의 교육·노동·부동산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수도권 집중현상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달았다. 근본적인 문제를 건들자는 취지가 받아들어져 2명의 기자가 기획취재팀으로 파견 나오고 총 5명이 기획취재를 시작했다.
Q. 지방 고등학교 졸업생을 추적하기로 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게 지역 불균형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년이 지방에서 서울로 간다는 이야기는 수십 년 동안 나왔다. 이를 어떻게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졸업사진이 떠올랐고 추적해 보기로 했다. 무작위로 표본을 선정하기보다는 한 반으로 특정하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Q. 강릉 A 여고와 전남 고창 B 여고, 두 고등학교를 선정한 이유는
원래는 지역별로 학교를 한 군데씩 뽑아서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개인정보까지 물어보며 취재를 해야 하니 추적의 용이성에 따라 지방 출신 기자들에게 부탁해 표본을 선정하게 됐다. 의도치 않았는데 강릉은 시 단위이고 고창은 군 단위로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고창군 출신은 광주광역시를 거쳐 서울로 갔다. 광역시의 빈자리를 군 출신이 채우는 경향이 드러났다.
Q. 13년 만에 반 친구들에게 취재차 연락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올 여름을 흥신소에서 일하는 기분으로 취재했다. 36명 중 1명과 연락하고 있었다. 그 친구를 시작으로 SNS를 총동원해서 30명을 찾았다. 13년 만에 연락하다 보니 어색했다. 안 친했던 친구들도 있어서 갑자기 연락하면 경계할 수 있어 터득한 방법이 있다. 연락하자마자 바로 취재 목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행히 대부분 반겨줬고, 기획의도와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Q. 소재가 파악된 30명 중 14명을 대면, 전화,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접 만나서 취재한 친구들은 7~8명 정도인데 회포를 푸는 것처럼 인터뷰했다. 지면 기사에 분량상 많이 내용이 삭제됐다. 한 사람당 짧게는 1시간 반에서 길게는 2시간 넘게 걸렸다. 인생을 죄다 털어놓는 수준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기사에 담기지 못한 인터뷰가 많지만 인터렉티브 기사에 한 명씩 인터뷰 내용을 조금이라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Q. 지방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로 일자리를 꼽았다
친구 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 못 간다는 이들이 있었다. 30대 초반이고 사회생활을 10년 정도 했으니 지쳐서 고향으로 내려갈까 고민하더라. 문제는 직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영화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데 내려가면 일이 없다.
Q.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점은 청년들이 서울로 오는 걸 ‘주류사회로의 진입’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지방에 남는 건 ‘낙오’가 된다.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낙오’된 감정을 느낀다는 건 잘못된 일이다.(경향신문 <“서울은 ‘나쁜 심장’ 같아요, 순환이 안 되잖아요”>에서 서울 진학·취업 등을 목표로 삼다가 유턴한 이들은 “실패한 짝사랑”, “실패해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또 흔히들 젊은층이 서울로 간다고 하면 ‘허파에 바람들었다’는 식의 말을 하는데 오해다. 서울행은 본인의 성장 가능성과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취재원 중 꿈이 없는 이들도 성장 가능성 때문에 서울을 택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자리뿐 아니라 대부분이 서울에 가야지만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의 기회가 지방에 없는 게 문제다.
Q. 취재하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다면
청년들이 지방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이다. 물론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도 자기 고향을 사랑하고 출생지에 대한 애증이 있다. 일각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배신하고 서울만 좋아한다’는 식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새롭게 느꼈다. 저도 돌아보니 지방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Q. 인터렉티브 기사가 인상적이다. 졸업앨범 속 인물의 사진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졸업 후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를 강원도에서 다녀도 취업은 서울이다. 진학·취직 등 중요한 선택마다 왜 지방 출신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지 경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준비된 후속 보도는
지방대학 문제와 의료격차 등 인프라 문제, 지방 혐오시설(원자력발전소) 건립 문제, 지방 빈집 문제 등을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후 동남권의 메가시티 구상, 정치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지역에서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조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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