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욕심 부리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SBS는 국회의 방송광고대행판매법안(미디어렙법안) 제정이 공전하는 틈을 타, 올해 1월부터 직접 광고 영업 중이다. 그러나 SBS의 1월 직접 광고 영업 실적이 시원치 못한 것을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 광고 매출보다 100억 원 가까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 대행 판매로 SBS는 TV만 350억 원에 달하는 광고매출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직접 광고영업을 시도한 1월 SBS TV 광고 매출은 200억에서 250억 규모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마저도 코바코가 지난해 장기물 판매와 정기물 판매를 통해 SBS에 선판매한 180억 원 가량을 제외하면 실제 자체 영업으로 판매한 금액은 100원 억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SBS의 광고실적 하락은 광고경기 악화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현재 코바코에 광고 판매를 위탁하고 있는 KBS2TV와 MBC는 지난해 1월 광고 매출을 유지 또는 상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실제 영업현장에서 필요한 제반 시스템 영업 관리, 지급보증, 수수료 등을 쉽게 판단한 결과”라며 “무엇보다도 광고업계 바이어들에 대한 신뢰추락이 가장 큰 이유”라고 꼽았다.

현재 SBS는 코바코의 KODEX시스템(방송소재전송시스템)에 의한 광고CM 소재전송에는 무리가 없다. 그러나 코바코의 영업판매관리정보시스템인 ‘KOBANET’에 준하는 자체개발 온라인영업시스템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어 광고업계 바이어들의 원성과 불만을 듣고 있다. 모 광고회사 매체담당국장은 “주먹구구식 영업행위와 잦은 방송사고, 체계적이지 못한 방송광고 운행관리로 인해 제대로 된 판매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결과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의 공백을 틈타 SBS는 지난해 내 내 자체영업을 시도했으며 결국 SBS홀딩스가 대주주인 ‘SBS미디어크리에이트’를 발족시켜 올해 1월 1일 자체영업을 개시했다.

SBS는 미디어렙법안 입법 과정에서 방송사 특수 관계자 출자 제한 규정이 여야간 이견 없이 합의했다는 소식에 SBS홀딩스 지분을 SBS 지분으로 교체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 직접영업에 대한 경과 규정까지도 유리하게 끌어냈다.

SBS는 허가 받아야 할 민영미디어렙이 지난 1일부터 아무런 법적 제한 없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근거까지도 마련할 정도의 대응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광고 효율성의 과학적 근거를 따지는 광고 시장에는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렙법안이 늦어도 2월 안으로는 처리될 전망이다. SBS는 법적 절차대로 자사 렙을 허가받기 전까지 코바코에 방송광고를 위탁하고 코바코의 전산시스템, 영업 관리 노하우, 영업 인력 지원 등의 이전 절차를 밟는 게 순리였다. 하지만 SBS는 과욕을 부리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시장을 쉽게 봤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 SBS에 연계된 중소방송의 지원마저 차단시켜 지역민방과 불교방송, 원음방송, 경기FM, OBS 등이 심각한 광고 실적 저조에 시달리게 됐다. 일개 지상파방송사의 과욕이 전체 여론 다양성과 방송 공공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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