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논란’을 다룬 언론보도의 패턴은 거의 동일하다. ‘사건 발생→ MBC쪽의 반발→정몽준 후보의 사과’라는 동일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정 의원이 ‘거짓해명’으로 일관하다 사태가 악화되자 뒤늦게 시인·공개사과에 나선 것을 지적한 언론은 극히 일부였고,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안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파장 그리고 향후 전망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주목한 언론도 거의 없었다. 적어도 언론보도만 보면 이번 파문이 정 후보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성희롱 파문’ 발생 전 여론조사 결과 공표 온당한가

이 같은 언론보도 문제 없나. 문제 많다. 하나씩 짚어보자.

3일 방송사 메인뉴스와 4일 아침신문들은 4·9총선 격전지 여론조사를 일제히 내보냈는데 서울 동작을의 여론조사 결과도 보도됐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지난 1일과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몽준 후보의 성희롱 파문은 3일부터 여론화가 시작됐고 이번 파문에 따른 여론의 향배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4월4일자 5면.
이미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라서 그대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적어도 ‘3일 발생한 성희롱 논란에 따른 여파에 따라 향후 여론의 향배가 주목된다’는 정도는 보도에 반영됐어야 했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 언론이 이 같은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자칫 성희롱 논란 여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몽준 후보의 지지도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비춰질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파문이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부터 동작구 뉴타운 지정을 확약받았다’는 거짓발언 논란과 맞물려 정 후보로서는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다소 우세 양상을 보이던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와의 대결구도는 예측불허의 상태로 접어들 공산이 커 보인다.”

이번 파문을 단독보도한 CBS 노컷뉴스가 4일자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다. 최소한 이 정도는 한 줄 걸치는 ‘균형감각’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동작을 후보토론회 불참한 정몽준 후보, 과연 온당한가

정몽준 후보가 네거티브 공세를 우려해 3일 열릴 예정이었던 선관위 주관 서울 동작을 후보 토론회에 불참한 것 역시 논란이다. 정 후보의 이같은 불참 통보에 항의,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도 불참했고 결국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동당 김지희 후보만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성희롱 논란에 따른 네거티브 공세를 우려해 불참을 통보했다는 정 후보 쪽의 태도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점에서 비판 대상이다. 특히 정 의원은 동작을에 출마를 결정하면서 결과에 따라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유권자와의 약속을 ‘자의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어겼다? 정몽준 의원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위치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언론의 검증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희롱 논란이나 파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역시 주목해서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인지 이를 언급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참고로 CBS 변상욱 대기자가 3일자에 쓴 기자수첩 <또 성희롱 논란, 도대체 당의 정체성이 뭔지 …?>의 일부분을 인용한다.

▲ 한국일보 4월4일자 6면.
한나라당의 도덕성과 윤리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려야

“2003년 10월 정두언 의원 (당시 서울시 부시장) 여기자 사건. 2003년 12월 이 모 의원 동료 국회의원에게 성희롱 발언 ‘주물러 달라는 거지’. 2004년 정인봉 인권위원장의 성접대 사건. 2005년 2월 정 모 의원, 호텔에서 여성과 한 방에 머물다 취재진 출동하자 안 나오고 버티다 나중에 묵주 주고받으러 들어가 있었다고 황당 변명. 2005년 9월, 주 모 의원 술집여주인 성적 비하로 말썽. 2005년 12월, 임 모 의원, 국회의장실 여비서들에게 ‘뭐 하는 X 들이냐, 싸가지 없는 X들’ 욕설로 놀라게 하고. 2006년 2월, 최연희 사무총장 여기자 성추행 사건. 2006년 3월, 박 모 의원, 술집 여종업원 성희롱 추문 사건. 2006년 5월, 한나라당 소속의 안 모 시장 ‘최연희 의원은 추행이 아니라 친해지려고 그런 거지’ 두둔 발언 파문. 2006년 8월, 정 모 의원, 낮술하고 여성 성희롱 했다는 의혹 제기됨. 2006년 12월, 이 모 의원 여성재소자 성희롱 비하 발언. 교도소 갔더니 ‘여성 재소자들이 줄까 말까 하더라’. 2006년 12월, 김 모 의원, ‘불법 마사지 등은 성행위가 아닌 짙은 안마’. 2006년 12월, 정 모 당원협의회장, 대학교 제자 강간 미수사건. 2007년 1월, 황 모 사무총장, 강 모 대표. 음란성이 문제된 신문연재 소설 <강안남자> 두둔 발언 파문. ‘내가 강안 남자를 위해 많이 싸워 줬어’ ‘주인공 조철봉 하루 세 번은 하더니 요즘은 왜 안 해. 한 번은 해 줘야지’.”

현재 무소속인 최연희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익명처리 됐지만 사실 전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나 당원이다. 이 정도면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도덕성과 윤리성도 도마 위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언론이 조용하다.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을 고려한 측면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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