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손흥민의 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최악의 졸전이 될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시즌 초반 아스널은 내리 3연패를 하며 리그 꼴찌까지 내려갔다. 그 시점 토트넘은 3연승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북런던 더비로서 극명하게 비교가 되는 두 팀이었다.

문제는 이후다. 아스널은 2연승을 하며 치고 올라왔고, 토트넘은 연패하면서 첫 번째 북런던 더비를 맞았다. 연승과 연패 중인 팀의 대결은 자연스럽게 연승의 팀이 주도권을 쥐었다. 아스널 홈이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토트넘이 초반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대량 실점을 하는 모습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시즌 초반의 끈끈함이 사라지고 느슨해진 수비라인은 뭐가 문제일까? 전략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난 시즌 지적되었던 수비라인이 본색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산체스와 다이어가 지키는 중앙라인은 무의미한 수비가 되고 말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초반 자주 등장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주고 있었다. 아직 적응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누누 감독 역시 보수적으로 선수 선발을 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아스널 도미야스의 수비를 피해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감독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승리에 가까운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때문에 EPL에서 증명된 선수들이 우선 선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리그 경기에 보다 자주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손흥민이 북런던 라이벌 전에 나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팀 훈련 영상에서 항상 보이던 손흥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상 여파로 이번 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현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 보이지 않았던 손흥민은 북런던 라이벌전 선발로 나섰다. 부상에서 돌아온 모우라까지 가세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도 되었다. 지난 컵대회에서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반등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점에서도 아스널을 잡고 리그에서 반등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초반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주도권은 아스널의 몫이었다. 전반 12분 사카의 패스를 받은 로우의 골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었다. 아스널이 이번 경기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골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오바메앙과 사카에게 연속 골을 내주는 과정이었다. 공격 과정에서 단절되고 역습을 당하며 손쉽게 골을 내주는 과정은 약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토트넘 공격에서 빈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스널 수비라인이 좋았다는 것이다.

토트넘이 공격하는 과정에서 아스널 선수들이 더 많이 보이고 촘촘해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뚫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위로를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손흥민의 슛이었다. 전반에서 각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홀로 치고 들어가 골키퍼 선방으로 막힌 슛은 감각적이었다.

몸값 제대로 하는 손흥민(왼쪽)과 정규리그 '득점 제로' 해리 케인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은 전반적으로 무기력해 보였다. 케인은 과거의 케인이 더는 아니다. 낮은 수준의 경기에서는 그나마 골을 넣고 있지만 리그 경기에서는 무기력 그 자체다. 아직까지 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토트넘 탈출 의지만 있었지 자신의 몸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결과라고 보인다. 어느 순간 폼은 다시 올라오고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그것도 이뤄내지 못하며 케인의 전성기는 지난 시즌으로 끝일 수밖에 없다.

케인의 맨시티행은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 최근 맨시티는 구단주가 직접 나서 겨울에 음바페를 영입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다. 레알로 향하려는 음바페를 맨시티로 데려오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케인은 맨시티로 갈 수 없다.

맨시티는 사실 케인에게 큰 돈을 들일 생각도 없었다. 연봉이야 토트넘보다 더 많이 줄 수는 있지만, 레비 회장의 요구만큼 줄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케인의 이적은 사실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케인이 빠르게 복귀하며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면 맨시티가 아닌 다른 팀이라도 탐을 낼 것이다.

영국 대표팀 주장이라는 점에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는 케인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모습이라면 케인을 데려가겠다고 나설 팀은 거의 없을 듯하다. 이번 경기에서도 케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팀에서 겉돌고,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팀 완패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나마 후반 손흥민의 만회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최악의 라이벌전이 되었을 것이다. 좌측에서 레길론이 낮은 패스를 했고, 중앙에 있던 손흥민이 가볍게 슛을 하며 만회골을 터트렸다. 이 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토트넘에 대한 비난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아스널을 상대로 만회골을 터트린 토트넘의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부상 이후 출전한 모우라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컵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길을 선발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누누 감독은 모우라를 선택했다. 기존의 모우라라면 당연히 어린 길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하는 상황이라면 달라진다.

시작과 함께 리그 1위를 했던 토트넘은 3연승 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케인이 복귀하면서 팀은 연패를 이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손흥민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손흥민이 출전하지 않으며 토트넘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드러났다.

케인을 언제까지 이렇게 출전시킬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알리 역시 경기가 잘 풀릴 때는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쉽게 낙담하고 실책을 하는 등의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는 알리는 과거의 알리가 아니다.

토트넘은 위기 상황이다.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 활용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 있는 상황,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케인이 빨리 돌아와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케인이 각성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토트넘의 반등은 어렵다. 최선을 다하지 못할 것 같다면 케인을 과감하게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둘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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