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TY홀딩스에 부과한 SBS의 최대주주 변경승인 조건과 권고에 대해 SBS노조는 “임명동의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복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더불어 노조는 사측의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단체협약 협상 테이블에 사장이 직접 나올 것을 촉구했다. 사측이 통고한 단체협약 해지 시점은 내달 3일로 일주일 남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7일 노보에서 방통위가 SBS 최대주주 변경 승인에 따라 TY홀딩스에 부과한 조건과 권고의 의미를 분석했다. SBS본부는 “지난해 사전승인 심사 때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건과 권고들이 내려진 것에 대해 최대주주와 사측은 철저히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지난해 사전승인과 재허가 심사가 끝나자, 임명동의제 폐기를 내건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한 사측이 더 강력한 조건과 권고를 자초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3일 TY홀딩스에 부가한 조건과 권고 사항들. (출처=SBS노보)

"방통위 취지는 임명동의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복원"

SBS본부는 방통위가 부과한 조건과 권고에 대해 “사측이 일방적으로 없애버린 ‘임명동의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복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SBS 재허가 조건으로 내걸었던 ‘소유 경영 분리 실현’과 ‘사전 승인 당시 제출한 이행각서 준수’를 이번에도 담았다. 이에 더해 “SBS의 공적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6개월 이내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SBS본부는 “최대주주에게 직접 ‘SBS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한 것”이라며 “그동안 최대주주와 사측이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제도들을 차례로 파기해버리자, 방통위가 지난해 사전승인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조건’을 이례적으로 부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SBS본부는 “방통위가 사측의 곡해 가능성에 이중 삼중 장치도 마련했다”며 권고 사항 2가지를 근거로 내세웠다. ▲임명동의제와 노조추천 사외이사제도가 명시된 합의서(10.13) 이행 ▲SBS 이사회 구성시 방송의 공적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송분야 전문인사 선임 등이다.

방통위가 부과한 조건 중 ‘콘텐츠 투자펀드 지원 계획’도 SBS본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콘텐츠 투자펀드 지원 계획을 포함한 SBS 미래발전계획 세부실행 계획을 SBS 종사자 대표와 협의해 6개월 이내로 제출할 것(방통위 요청 시 진행상황 즉시 제출)’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SBS본부는 “방통위가 최대주주 등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변화를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에 적극 공감해 구체적인 내용을 부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투자펀드’라는 예시부터 ‘지원규모, 일정까지 적힌 세부실행 계획 제출’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조건에 명시됐다는 것이다.

2017년 10월 13일 합의를 맺은 박정훈 SBS사장과 윤창현 언론노조SBS본부장 (사진=SBS노보)

‘단협 해지' 통고, 이명박 정부 시절 노조 탄압 단골카드

이날 SBS 노보에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 통고를 비판하는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의 기고문이 실렸다. 김 노무사는 “SBS의 ‘단체협약 6개월 뒤 해지 통고’ 규정은 매우 낯선 조항으로 13년 전 이명박 정부시절 ‘노사관계 최대 히트상품’으로 묘사됐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노무사는 “이명박 정부 초기 ‘사용자에 의해’ 단협해지 통고가 이뤄진 뒤 ‘무단협’ 상태가 된 사업장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단체교섭부터 노조 파괴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며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용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교섭을 해태하거나 개악안을 제시하고, 이후 단협해지 통고를 한 뒤 시간을 끌다가 6개월이 지나 단협이 사라지면 노조에 ‘전임자 복귀명령’을 내리는 수순을 밟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노조 탄압의 단골카드로 활용됐던 단협해지 통고가 최근 10년간 현실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사용자에 의한 단협 해지 통보 이후 노사관계가 회복될 수 없는 길로 접어든 것은 물론, 그로 인한 회사의 대내외적 피해 역시 매우 막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이런 점에서 SBS에서 벌어진 초유의 단협 해지 통보는 언론계는 물론 과거 실제 사례가 넘쳐났던 공공부문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례적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며 “과거 사용자들이 노조를 무력화하는 카드로 악용했던, 이제는 구시대의 악습으로 남은 이 조항이 지상파 방송사에서 부활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정형택 SBS본부장은 “소유경영 분리와 방송 독립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임명동의제를 없애고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노조추천 사외이사 제도마저 허문 사측이 이제는 노조 탄압 수순에 들어가려 한다”며 “SBS 31년사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17일과 23일 종사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만나 직접 교섭하자고 사측에 공식제안했지만, 아직 사측으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다”며 “갈등 비용을 줄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인내하며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SBS 사측의 단협 해지 통고에 따라 10월 3일 00시에 기존 단협의 효력이 상실된다. 무단협 상황이 되면 규범적 부분에서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급여, 휴가 등 근로자에 대한 제반적 사항들은 유지되는 반면, 채무적인 부분은 효력을 잃게된다. 노조 활동 보장에 따른 노조 사무실 제공, 조합비 일괄 공제 등은 중단되며 노조 전임자는 현업으로 복귀하게 된다.

사측은 15일 이같은 내용의 ‘단협 해지 예고 공문’을 노조에 보냈고, 노조는 ‘단협 해지 예고 공문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거나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새로운 단체협약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단협 해지를 막기 위해 현재 노사간의 실무교섭은 20여 차례 이뤄지고 있지만, 교착상태다. 사측은 임명동의제 폐기를 전제로 한 임단협을 요구하는 반면, 노조는 임명동의제를 포함한 임단협을 맺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30일 오후 임시대의원회를 열어 무단협 임박에 따른 투쟁 현안 등을 논의,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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