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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배제로 가짜뉴스 못 잡아”[이영광의 ‘언론을 묻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이영광 객원기자 | 승인 2021.09.24 14:52

[미디어스= 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8월 말 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언론 중재법 개정안이 최대 쟁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를 잡기 위해 법안 통과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과 언론 현업단체 그리고 진보성향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언론자유 침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여야는 결국 8인 협의체를 가동하고 27일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

언론 현업단체는 8인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윤창현 전국 언론노조 위원장은 광범위하게 제기된 언론 불신과 저널리즘 품질, 허위조작정보 유통 문제 등과 관련해서 언론계를 넘어서 미디어 사업자들, 관련 현업단체들, 시민사회와 학계까지 참여하는 자율규제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제안 배경과 대응 방안 등을 듣기 위해 지난 14일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1일 언론현업 5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저널리즘 윤리위원회, 미디어 윤리위원회 같은 자율규제기구를 하루빨리 구성하자”고 제안하셨던데 어떤 걸까요?

“언론중재법 바꿔서 가짜뉴스를 때려잡자는 게 민주당 주장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 법안으로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를 잡을 수도 없을뿐더러,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피해를 복구하거나 보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그걸 운용하는 건 권력이잖아요. 정치 권력에 의해서 언론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방식으로 언론을 개혁할 수 없는 거죠.

언론 보도에 대해 ‘이것도 기사냐’라는 문제제기가 많잖아요. 그러면 국가 기관이 개입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일 것인가, 문제 기사들을 퇴출하고 그걸 반복적으로 하는 수준 이하 언론사들을 시장에서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그걸 하려면 언론 현업단체와 언론 사용자단체 그리고 포털사업자, 인터넷 사업자 등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돼요. 

이미 신문윤리위원회도 있고 방심위도 있고 포털에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있지만 통합된 미디어 환경에서 제대로 규제를 가동시킬 수가 없어요. 각자 따로 나오기 때문에요. 그래서 통합적으로 만들자는 것이고, 그걸 통해 지금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내리는 제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제재의 틀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거예요. 그 기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언론 이용자들의 불신을 조금씩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언론이라는 민주사회의 중요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언론의 기능 전체를 망가뜨리는 법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8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언론현업4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법으로는 가짜뉴스 못 잡는다고 하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소위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제일 많이 쓴 사람이 트럼프예요. 그리고 언론 개혁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지도자가 트럼프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을 때려잡는 걸 언론 개혁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프레임을 지금 민주당이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어요.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짜뉴스가 허위보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말하는 것인지 당사자와 지지자들이 구분하고 있나요? 저는 정치적으로 프레임을 잡고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허위조작 보도라는 개념을 법으로 규정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자기 자신한테 불리한 보도를 전부 ‘조작’이라고 몰아가곤 합니다. 그렇게 가면 정치인들에게 불리하지만 국민들에게 이로운 진짜 뉴스가 거꾸로 징벌 대상이 돼서 언론인들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민주당에서는 법원에서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거 아닌가요?

“그건 결과론적인 이야기고요. 지금도 명예훼손 소송이나 이런 데에 이미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나 징역형까지 가능한 처벌 조항도 있거든요. 허위정보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지금도 하고 있어요. 불필요한 조항들을 추가해서 벌하게 하는 조항들이 있잖아요. 그건 우리 법체계의 대원칙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에 반합니다. ‘네가 유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봐’라는 식으로 작동을 하게 되고요. 

또 하나는 징벌의 정도가 5배까지 늘어가게 되면 지금 언론사들 특히 소규모 언론사, 독립언론일수록 어려워요. 거대 권력에 맞서거나 재벌 대기업에 맞서는 기사를 쓸 때 이게 5배 소송이 들어올 것인가 아닌가를 먼저 보게 되죠. 그러면 법원의 판단을 받기도 전에 언론사 내부에서 파장이 큰 기사는 다 걸러지게 되는 겁니다. 자기검열을 통해서 좋은 보도의 생산 자체를 막는 법이 될 거라는 거예요. 결과론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건 대단히 무책임한 얘기죠.”

민주당에서는 허위조작보도 안 하면 걱정할 거 없다고 얘기하는데?

“허위라는 게 사실을 취재해도 결과적으로 허위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제가 정부의 북핵 문제와 관련 협상안을 미리 취재하고 보도했다고 가정해볼까요? 그런데 정부가 그 사실이 언론에 노출이 되었다는 이유로 안 해요. 그럼 허위 보도가 되는 거지요. 조작 보도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너무 많잖아요. 황우석 때도 취재해서 보도하니까 지지자들하고 정부까지 조작이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잖아요. 법정에 끌고 가서 조작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수많은 경우가 벌어진다는 거예요. 안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들은 법 기술자의 무책임한 발상입니다.”

언론자율규제 강화 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그렇다면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언론개혁 방향으로 갈 수 있나요?

“지금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전부 국가기관입니다.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구죠. 결국 권력을 잡는 쪽에서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이에요. 그럼 직간접적으로 정치 권력이 언론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죠. 지금의 시스템 자체, 언론중재제도는 언론 통폐합할 때 전두환 씨가 만든 걸 아직도 쓰고 있는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가 어려워요. 

궁극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들과 언론인들이 들어가는 통합 자율기구를 만들고 강력한 심의를 통해 이런 국가기관들의 언론 개입을 대체해 나가야 합니다. 그게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언론개혁 본질에 맞닿는 것이죠.

또 하나, 지금 미디어 생태계가 다 허물어져서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사업자들이 다 들어와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고 국내 지상파 방송은 거의 투자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미디어 공공성은 땅바닥에 떨어졌죠. 이것을 어떻게 다시 구축해 낼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이번 기회에 이루어져야 돼요. 언론 생태계 문제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언론 품질의 문제,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현재 언론중재법에 대해 다수 시민이 찬성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그건 사실과 다르죠. 언론 피해구제에 대해서 제대로 구제해야 되고, 잘못된 가짜뉴스에 대해서 징벌 배상해야 하냐고 물으면 저라도 찬성해요. 그런데 가짜뉴스를 누가 규정하냐는 복잡한 문제에 부딪히잖아요. 가짜뉴스 피해 구제하자나 징벌 배상하자고 하면 80% 이상 찬성이 나오지만,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찬성률이 과반 이하로 떨어진단 말이에요.

저희는 입법 취지에 반대하지 않아요.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는 구제하고 가짜뉴스 줄여나가야죠. 근데 현재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그런 입법 취지를 구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입 막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잘못된 무기가 훨씬 커지는 것이죠. 지금 그 두 가지의 여론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여야가 언론중재법 8인 협의제를 구성했잖아요, 그런데 언론 현업단체는 불참했어요.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을 거 같은데?

“8인 협의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거기서 몇몇을 뜯어고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때문에 언론 현업단체는 지금 말씀드린 입법 취지와 동떨어진 법률개정안의 기본 틀 자체를 바꾸는 작업을 하기에는 시간도 역부족이고 그럴 의지도 없다고 보고요. 처음부터 그런 부분들을 봤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이죠.”

그럼 국회가 27일로 정한 건 시간만 끄는 거고 아무 의미 없다고 보세요?

“일단 법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어떻게 피해구제를 강화할 것인지, 어떻게 잘못된 정보의 유통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해야죠. 그리고 그 문제가 미디어 생태계를 바로잡는 문제와 바로 연결되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들을 총론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근본적 대안이라고 봅니다. 지금 언론중재법 찔끔 고친다고 아무것도 안 돼요.”

2009년 미디어법 통과시킬 당시 한나라당과 지금의 민주당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미디어법 처리할 때와 유일한 차별점은 여론의 지지 여부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법안도 시간이 더 있었으면 아마 반대 여론이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법안의 합리성 등을 제대로 평가하기보다는 진영논리가 강해져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은 일단 도와줘야 조중동과 보수세력을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아진 거죠. 근데 언론중재법은 조중동을 꺾을 수 있는 법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에 변동이 생겨서 조중동을 포함한 거대 기득권 집단에게 정당한 언론 보도를 막을 수 있는 굉장히 유용한 수단을 준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예전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때 상황과도 비견할만하죠. 그 정도로 위험하다고 저는 보고요.”

2007년 참여정부가 기자실 폐쇄해서 언론인들이 저항이 있었잖아요. 그때와 지금 비슷하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형식은 기자실 폐쇄지만 내용은 취재 제한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던 것입니다. 지금도 형식은 가짜뉴스 방지, 언론 피해구제 강화지만 내용은 언론자유 위축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봅니다. 두 사안 모두 언론계에 대한 상당한 비판이 여론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같기는 합니다. 언론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고 신뢰 회복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걸 언론자유를 훼손하면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앞으로 언론노조의 대응방안은?

“저희는 언론중재법을 포함한 표현 자유와 관련된 모든 규제 그리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모색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곧 출범할 겁니다. 문을 열어 놓고 더 많은 분이 합류할 수 있도록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내년 대선 국면에서 유력한 정책 대안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면 재정비는 물론이고 국민적 기본권을 지키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대선 정책으로 채택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저널리즘의 품질 제고, 기능 못 하는 언론에 대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사용자 단체까지 참여하는 통합 자율규제기구 구상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결과를 반드시 내놓을 겁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은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국회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진행 상황 어떻게 되어가나요?

“공영방송 문제는 민주당이 립서비스를 오래 했잖아요. 그러나 지금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과방위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전혀 없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 관련해서 진보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노조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니까, 공영방송 문제로 물타기로 해서 언론 중재법을 강행 처리할 명분으로 삼는 거 아닌가 하는 시각도 꽤 있습니다. 저는 민주당이 그런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반대는 반대이고 공영방송 문제는 공영방송 문제이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언론개혁 과제입니다. 그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정치적 심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은 8인 협의체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거 같은데.

“협의체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의견 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어떤 전문성이 있습니까? 8인 협의체가 무슨 대표성이 있어서 공영방송 문제를 거기서 논의한다는 거죠? 이게 여야의 협상으로 될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오래전부터 미디어 혁신기구를 제안했었습니다. 기구를 만들었으면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를 수 있잖아요. 지금 숙제 안 하는 건 민주당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말들을 안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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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객원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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