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감입니다. 누구나 알기 쉬운 술래잡기를 기반으로 지역 명소나 랜드 마크를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름 그대로 방송시간 내내 달리고 또 달리니까요. 매주 다른 과제들이 주어지고, 장소도 바뀌지만 등 뒤에 붙은 이름표를 때면 이긴다는 모두가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법칙은 해외에서도 엄청난 팬들에게도 충분히 호소할 수 있는 보편적인 코드입니다. 빠르게 움직이고, 경쟁하고 승리하는 규칙은 처음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
그렇다고 ‘런닝’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프로그램이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등의 기세를 얻은 계기는 ‘맨’에 집중하기 시작한 때부터였으니까요. 처음에는 어수선했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관계가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단순한 술래잡기에 이야기가 덧입혀졌고, 깨알 같은 재미들이 쏟아졌습니다. 개리와 송지효의 월요커플, 김종국과 아이들, 유재석과 김종국의 대립관계, 유재석과 하하의 아옹다옹, 지석진과 이광수의 이지브라더스 등등의 어느 한 사람도 소홀하게 볼 수 없는 존재감을 심어주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색깔의 웃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중심이 잡힌 이후 힘이 붙으면서 게스트들의 가세도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화제를 만드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 것이죠. 작년 한 해 가장 괄목할만한 선전을 보여준 예능 프로그램은 바로 런닝맨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유재석에게 의존하는 특징은 게스트 활용에 있어서, 그리고 방송 분량을 배분하는 데에 있어서 옥에 티를 노출시킵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기존 출연진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새롭게 술래잡기에 참여한 게스트들의 경우 유재석과 함께 하느냐 다른 팀에서 미션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캐릭터 설정에도 방송 분량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버리거든요. 이런 불균등함은 이번 주 여수 빙고 미션처럼 팀별로 따로 움직이는 팀미션 수행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그와 함께하는 빨강 팀을 제외하면 모두가 통편집의 굴욕을 면치 못했으니까요.
이런 통편집의 굴욕은 비단 아이유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주 방송에서 기존의 방송분량 에이스였던 김종국과 개리 역시도 유재석과의 접점이 있기 전까지 별다른 활약이 없었습니다. 다른 방송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걸그룹 특집에 출연해 유재석과 오빠 동생 콘셉트로 털털함을 과시하며 주목받았던 F(X)의 설리는, 정작 다른 팀에 속했던 한류스타 특집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침묵했습니다. 그 방송에서 빛을 냈던 게스트는 역시 유재석과 함께 했던 원더걸스의 소희였죠. 그날 방송 분량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재석과 최대한 겹치는 동선을 확보하는 것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