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컵 대회에 나간 손흥민과 황희찬은 후반전에 함께 필드를 누비며 첫 코리안 더비를 치렀다. 황희찬은 첫 선발로 나서 도움까지 기록하고,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울버햄튼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황의조와 이강인은 리그 경기에서 멋진 골로 존재감을 보였다. 황의조는 2경기 3골을 몰아넣으며 보르도의 핵심 자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적이 유력했지만 보르도에 남은 황의조의 맹활약으로 위태로운 팀은 기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황의조의 골은 대부분 골대 근처에서 나오고는 한다. 그만큼 공간을 찾아내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나온 황의조의 골은 그가 다양한 위치에서 골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득점포를 터트리고 기뻐하는 황의조 (AFP=연합뉴스)

중거리 슛이 골 모서리로 정확하게 들어가면 골키퍼는 알고도 막을 수가 없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황의조의 이 중거리 슛은 전반 빠르게 균형을 잡는 이유가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보르도가 3-3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했다.

이강인의 골은 황의조와는 또 다른 결로 좋았다. 이강인은 자신이 성장해왔던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을 했다. 이강인이 이적을 한 결정적 이유는 출전 시간이다. 그동안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출전을 시키지 않았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동안 경기에서 후반 교체 선수로 나섰던 이강인은 라리가 최고 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바르셀로나가 메시 이탈 후 몰락을 거듭하는 것과 달리, 레알 마드리드는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 점에서 이강인의 이적 첫 선발 경기가 레알이라는 점도 중요했다. 레알 소속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임대를 다니는 쿠보는 마요르카에 오래 머물며 선발로 나서고 있었지만, 레알 경기에서 그는 보이지도 않았다.

약팀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강팀에선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쿠보라는 의미가 된다. 그와 달리, 이강인은 전혀 달랐다. 열세 속에서 이강인은 홀로 빛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래 최고 중원이 될 거라는 평가를 받고 레알로 이적한 카마빙가와 대결에서도 이강인은 밀리지 않았다.

볼 경합하는 이강인(가운데) [AFP=연합뉴스]

탈압박에 능한 이강인의 능력은 레알 경기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전반 20분 수비수를 등지고 힐킥을 라고에게 패스를 했지만,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며 어시스트는 실패했다. 하지만 마요르카 공격의 숨통을 트는 역할을 이강인이 해줬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반 25분 왜 이강인이 선발로 나와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증명했다. 호페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페널티 박스 근처로 전진했고, 밀리탕의 태클을 가볍게 풀어내며 카마빙가와 알라바의 압박 속에서도 환상적인 궤적으로 골문 구석을 파고들며 쿠르투아 골키퍼까지 저지할 수 없는 골을 만들어냈다.

홀로 레알 선수들을 흔들고 풀어내며 골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이강인의 개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보여준 대목이었다. 경기는 1-6으로 마요르카가 대패 했지만, 이강인은 경기 내내 마요르카에게 가능성을 부여해줬다.

경기에서 이강인 홀로 레알과 맞설 수는 없는 법이다. 쿠보가 교체로 나간 것과 달리, 이강인이 풀타임으로 경기를 마쳤다는 것은 마요르카가 이제 이강인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탈압박에 킬패스까지 마요르카에서 유일하게 빛났던 이강인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자신의 몫 이상을 해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출장 시간을 늘리기 위해 마요르카로 이적한 이강인이다. 이제 이강인이 붙박이 주전으로 자주 출전한다면 마요르카와 이강인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다.

황희찬 [AP=연합뉴스]

EPL에서 첫 맞대결을 벌인 손흥민과 황희찬의 대결에서는 필드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첫 대결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웠다. 황희찬이 오기 전까지 손흥민이 고군분투했지만 한국대표팀 후배가 EPL에 입성하며 보다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황희찬은 컵 대회에 선발로 나섰고 손흥민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부상 이후 첼시와 경기를 위해 출전 강행을 했던 만큼 조심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가능하다면 손흥민이 출전하지 않고 경기를 이기는 것이 토트넘의 목표였다.

토트넘은 전반 2골을 넣으면 앞서 나갔다. 은돔벨레가 이적을 위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듯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첼시 전에서도 은돔벨레는 퍼포먼스를 통해 토트넘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 중 하나였고, 이번 경기에서도 첫 골을 넣은 주인공이 되었다.

리그 경기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던 케인도 컵 대회에서는 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기대를 가지게 했다. 훈련량이 절대 부족하고, 새롭게 변화하는 팀과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은 케인으로서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전반 2골로 앞서 나가기는 했지만 이후 울버햄튼의 압박에 토트넘은 밀렸다. 전반 37분 코너킥을 덴동커가 완벽한 헤더로 추격을 시작했다. 수비수의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완벽한 헤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손흥민 [AFP=연합뉴스]

전반을 2-0으로 굳혔다면 손흥민이 나오지 않아도 경기를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후반 13분 포덴세의 동점골로 상황은 급변했다. 포덴세가 골을 넣는 과정에서 황희찬의 역할도 좋았다. 최전방에서 토트넘 수비수들과 경쟁하며 공을 소유하고 그렇게 팀의 동점골을 넣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은 중요하니 말이다.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후반 이른 시간에 동점을 내주자 토트넘은 손흥민을 로 셀소와 교체시켰다. 팀 공격의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였다. 실제 손흥민은 감각적으로 패스로 케인의 머리를 향해 완벽한 패스를 했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전 경기에서도 케인이 결정적인 패스를 놓치는 경우가 자주 등장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했다. 손흥민은 얼마 뛰지 않았지만 그가 왜 토트넘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인지를 증명해냈다.

컵 대회 규칙으로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를 한 결과 첫 번째 키커로 나선 황희찬은 간단하게 골을 성공시켰지만, 울버햄튼 세 명의 키커가 실축을 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토트넘을 상대로 리그 전과 컵 대회 연이어 만났지만 모두 패했다.

완패 분위기가 아닌 충분히 잡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는 기억이 울버햄튼을 더욱 아쉽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경기가 끝난 후 필드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이 만나 환하게 웃으며 유니폼을 교환하는 장면은 보기 좋았다. 국대 경기가 아닌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EPL에서 한국 선수들의 조우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포옹한 손흥민과 황희찬 [토트넘 트위터 캡처]

리그앙에서 좋은 모습으로 골을 터트리고 있는 황의조, 라리가에서 새로운 둥지를 찾은 후 첫 선발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이강인. 이들의 모습은 결과물인 골과 함께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EPL에서 처음 맞대결을 한 손흥민과 황희찬의 모습 역시 좋았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이들이 각 리그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단 사실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황희찬은 교체 출전을 하다 첫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몇몇 거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헤더슛이나 상대를 압박하는 과정 등 울버햄튼에 중요한 선수로 각인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손흥민의 경우 증명이 필요 없는 절대 가치의 선수다. 손흥민은 짧은 시간 안에도 토트넘에서 자신이 왜 최고인지를 증명해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인 손흥민의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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