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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언론 YTN의 가능성을 응원해주시길”[이영광의 ‘언론을 묻다’] 정찬형 전 YTN 사장
이영광 객원기자 | 승인 2021.09.23 08:45

[미디어스= 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7일로 정찬형 YTN 사장의 임기 3년이 종료되었다. MBC 라디오 PD 출신인 정 전 사장은 2018년 9월, 내부 갈등이 극심했던 시기에 사장으로 취임해 3년 동안 YTN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기울였고 조직을 무난히 이끌었단 평가를 받는다.

지난 15일 서울 상암 YTN 사옥 내 사장실에서 정 전 사장을 만나 3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정 전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퇴임을 앞두고 계시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우리나라 전체가 앓고 있는 코로나 방역 전쟁도 아직 안 끝났고 언론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 이런 숙제도 남아 있고 일진일퇴 진실을 밝히는 전쟁 같은 상황이 긴박한데 퇴임하게 돼서 아쉬운 감은 있는데 솔직하게 얘기하면 걱정은 안 됩니다. 

코로나는 이제 출구가 보이고 코로나 전쟁에서 이기고 난 뒤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그림이 보여요. 처음에는 무서웠잖아요. 근데 지금은 무섭진 않죠. 그리고 언론개혁이나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그동안 잘 안 보였던 거짓이 진실 앞에 뚜렷하게 모양을 드러내기 시작했고요.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이 굉장히 성숙하고 단단해져 가짜를 분별해 낼 수 있게 됐다고 저는 믿어요.”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3년 전 취임사를 다시 봤어요. 취임할 때 마음, 다짐 이런 게 있잖아요. 근데 그걸 다시 봤더니 아쉬운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무슨 얘기냐면, 그 당시 제일 중요한 것이 YTN은 이명박 박근혜 시대의 언론탄압으로 황폐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공영언론으로서 YTN을 복구하는 일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당시 공허하고 관념적인 목표보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 방법을 설계도처럼 정리해놨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상당히 많이 구현됐습니다. 지난 3년은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것들을 실행하는 과정이었고 많이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아쉬운 건 별로 없습니다.”

정찬형 전 YTN 사장 (사진제공=YTN)

라디오 PD 그리고 외부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가 YTN 사장 추천위원회에 지원서를 낼 때, 또 추천위원들 앞에서 PT 할 때 ‘YTN 내부 사람과 다르게 밖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YTN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제가 기자 출신이 아니고 PD 출신이기 때문에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서 YTN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라고 저를 세일즈하고 제 장점으로 설명해서 제가 사장이 됐거든요. 그러니까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강점인데 그것 때문에 힘들었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연임에 도전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까?

“3년 정도 지났더니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걸 알게 됐어요. YTN 구성원들도 이제는 제가 제시한 방향성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공영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회사 경영에서의 성공까지도 한꺼번에 이루어 내는 그런 성과를 체감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생각도 드셨어요?

“눈치채셨네요. 그게 사실이에요. 3년 정도 하니까 동어반복이 계속되고, 예를 들면 뭘 고쳐야 되는데 이걸 왜 안 고치지, 잘된 건 그렇다 치고 안 고치기 때문에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거잖아요. 이 정도 되면 선수 교체를 해서 새로운 작전, 새로운 트레이닝 방법, 새로운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내가 3년 동안 해서 안 고쳐졌다면 이거는 그다음에 새로운 의사결정권자가 문제를 푸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이 그렇게 안 바뀌던가요?

“날카로운 질문이네요. 과거 인터뷰에도 얘기했지만 성과가 있고 한계가 있어요. 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바뀌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지금은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그런 아쉬움이 남아 있는데, 예전에는 ‘오보로 큰일 나겠다, 오보가 안 생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오보에 대한 책임을 더 무겁게 묻도록 개선했습니다. 

또 패널들의 전문성이 이렇게 발전이 안 될까 싶은 거죠. 진보 보수 상관없이 좀 수준 높은 토론, 대담을 통해서 어떤 해법, 솔루션이 좀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보고 있으면 더 어지러워지고 이게 뭐가 뭔지 더 모르겠고 그렇게 되면 시청자들이 뉴스를 외면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뉴스 회사다 보니 편파성과 기계적 중립 사이에서 고민이 있을 텐데요. 한쪽으로 치우치면 편파적이라고 지적할 테고 양쪽 균형을 강조하다 보면 기계적 중립이라고 비판하잖아요?

“그 문제는 간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양쪽 의견을 대등하게 들어봐야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하나는 진실이고 하나는 거짓을 말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죠. 진실과 거짓을 반반씩 듣는 게 중립은 아니거든요. 진실을 향한 편향, 평화를 향한 편향을 지향해야지 기계적 중립은 비겁한 겁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엘리 위젤의 수상 소감을 언론인들이 기억했으면 합니다. 중립은 가해자에게만 이로울 뿐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침묵은 괴롭히는 사람 편에 서는 것이라는 말이요. 기계적 중립에 사로잡히지 말고 객관적인 진실이 있다면 진실 쪽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양쪽 입장을 다 들려주고 시청자가 판단하게 해야 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대립하는 의견이 두 개가 아니라 세 개, 네 개인 경우에도 다 들려줘야 다양성의 원칙이 지켜집니다. 우리 언론윤리강령이나 편집 규약에 다 그렇게 하라고 써 있어요. 복수의 의견을 전하고 다수 의견이 아니라 소수 의견도 들려줘야 한다고요. 다만, 진실은 하나인 경우가 많아서 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면 다양성 원칙에 대한 주장도 바뀌게 돼 있어요. 그래서 언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이고 기계적 균형은 최소한의 장치로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찬형 전 YTN 사장 (사진제공=YTN)

사장님 취임 당시 YTN에 내부 갈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치유됐다고 판단하십니까?

“완화되었다고 보죠. 과거 YTN은 해직자가 6명씩이나 나오고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던 조직입니다. 그 기간 일어났던 일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작업을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열심히 했습니다. 또 오랜 기간 싸움 과정에서 구성원 사이에 골이 파여 있었는데, 그 감정의 골을 일 중심으로 완화하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치유됐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완화됐다고 봅니다. 부족한 부분은 세월이 더해져서 먼지도 쌓이고 풀도 나고 하면서 상처가 치유되고 개선될 거라고 생각해요.”

2019년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투표가 부결됐습니다. 어쩌면 사장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힘들지 않으셨나요?

“어떻게 안 힘들었겠습니까. 이 정도면 신망과 덕망 있는 분이라 생각하고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 생각해 임명했는데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결과가 나오니까 충격을 받았죠. 대체 어떤 사람을 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고요. 그러면서 임명동의제가 YTN에 적절한 제도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내부에 생각이 다른 두 그룹에 있는 상황에서는 어쩌면 직선제보다 더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도국장 선출 방식 가운데 추천제, 임명동의제, 직선제, 중간평가제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임명동의제가 가장 적합하지 않다는 거죠.”

그럼 사장님께선 보도국장 선출 제도 가운데 어떤 게 낫다고 보세요?

“어떤 게 낫다고 제가 얘기할 수는 없는데, 지금의 임명동의제는 유능하고 역량 있는 언론인일지라도 투표에서 부결되는 순간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러니까 구성원들이 임명동의제를 통해 부결시키는 순간 유능한 재목 하나에 상처 주는 거예요. 그런데 YTN 내부에 그 정도 재목이 무한대로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거고, 나머지 제도들은 적어도 그 정도 위험성을 갖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복수의 후보자를 고르는 추천제도 그렇고 심지어 직선제도 그런 식의 상처를 남기진 않죠.”

한쪽에서는 너무 해직자 중심으로 인사를 하지 않냐는 불만도 나왔던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직자는 6명이고 그 가운데 임원회의 멤버는 2명에 불과합니다. 20명 가까운 실국장단 가운데 해직자는 일부에 불과하고 해직자 중심으로 인사를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 보도국장도 해직자 출신이 아니고, 마케팅 국장, 시청자 센터장 모두 해직자 출신이 아니죠. 해직자 중심으로 인사를 했다는 건 과장되게 알려진 거죠. 해직자만 갖고 이 큰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없어요.”

39년 언론인으로 사셨는데 YTN을 떠나는 소회가 어떠십니까?

“저로서는 상암동에서 이임식만 세 번째입니다. MBC를 떠난 뒤 tbs에 이어 YTN에서 이임식을 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진짜 탈출입니다. 언론인 생활을 24살에 시작했어요.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하고, YTN이 더 발전한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새로운 체제가 준비되는 걸 보고 떠날 수 있게 돼 좋습니다. 39년이나 했는데 아직 아쉬움이 있으면 되겠습니까.

제가 입사할 당시 MBC 사훈 가운데 ‘시청자 우선주의’가 있었어요. 언론인으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그 가치를 마음 깊이 새겼고, MBC를 거쳐 tbs 사장으로 있으면서도 시청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YTN 취임사에도 시청자들께 드리는 말씀을 넣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3년간 노력했습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시청자센터 강화가 있고요. 39년 전 처음 방송인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끝날 때까지 소중하게 생각해 후배들에게 그 가치를 전하고 떠날 수 있게 돼 보람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람 얘기하나 더 하면, 이 『제언』이라는 책입니다. 3년 간 사장으로 일하면서 제가 했던 말들을 다 기록으로 남겨서 인트라넷에 다 올려놨어요.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겼던 건데 그걸 묶어서 25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묶었어요. 그 책을 노동조합에 하나 전했고, 우리 구성원들에게도 남겼습니다. 그동안 얘기했던 것 중에 제 주장이 틀린 것도 있고, 또 제 말이 시스템과 제도로 반영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의견은 뉴스 프로그램이 돼서 자리를 잡기도 했고요. 이 책을 보면 제가 구성원들과 어떤 토론을 했는지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정찬형이 3년 간 YTN 사장으로 일하면서 남긴 기록 『제언』

후배 언론인에게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39년 전 제가 처음 언론인을 시작할 당시 마음에 새겼던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시청자를 중심에 두고, 시청자를 우선으로 놓고 생각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무언가 결정하고 만들 때 시청자 이익을 생각한 건지, 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건지 고민하라는 거죠. 결국 내 자신의 이익이 아닌, 시청자와 공동체를 위해 진실만을 보도하는 언론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공부하면서 게으름 피우지 않는 언론인이 되길 바랍니다. 나서야 할 때 외면하지 말고 비겁하게 숨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십니까?

“지난 39년 동안 계획을 세우면서 살아왔는데 무슨 계획이 있겠어요. 계획 안 세우고, 결정 안 하려고 그만두는 거예요. 이제 계획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항상 준비하고 이 계획이 틀어지면 어떻게 하지 고민하면서 살았는데 이제 그만 하려고요. 이제 시청자로 돌아가서 세상이 조화롭게 돌아가기를 뒤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YTN 취임사에서 시청자들께 드린 약속, 온전히 지키지는 못했고 부족합니다. 그동안 YTN 보도 중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고, YTN 때문에 상처 입으신 분도 계실 텐데 최고 경영자로 있는 동안 발생한 이런 잘못에 진심을 담아 사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언론 신뢰도가 형편없이 무너진 시대, 혹독한 비판 많이 받으며 늘 반성합니다. 그래도 YTN, 요즘 달라지려 애쓰는 모습 많이 보일 것입니다. 이 노력을 가상히 봐주십사 고개 숙여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스스로 반성하고 고치려 힘쓰는 모습, 우리는 이를 가능성이라 부릅니다. 공영언론 YTN의 가치이자 미덕, 시청자들께서 이 미덕을 응원해 주시고 힘 합쳐 희망을 더 크게 키워 주시길 바란다는 말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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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객원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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